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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동독공산당 거액 해외도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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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동독공산당 거액 해외도피

입력
1990.10.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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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존폐위기ㆍ재산 몰수” 우려 5백억 빼돌려/독 정가 “발칵”… 경쟁당선 당 해체까지 요구동독 공산당의 후신인 민사당(PDS)이 거액의 자금을 비밀리에 해외로 빼돌리려 했던 사실이 드러나 오는 12월 총선을 앞둔 독일정가가 벌집쑤신듯이 들끓고 있다.

지난 19일 베를린 검찰과 경찰이 PDS당사를 급습,6시간에 걸친 수색활동을 벌이면서 공개되기 시작한 PDS자금 해외유출사건은 PDS부당수겸 재정책임자인 볼프강ㆍ폴이 27일 기자회견을 통해 사건의 전모를 밝힘으로써 백일하에 드러났다.

회견 직후 구속된 폴 부당수는 『당의 재산이 몰수당하거나 앞으로 당활동이 금지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기지당수를 비롯한 당의장단도 모르게 1억7백만마르크(한화 5백6억원상당)의 거액을 해외로 도피시키려 했다고 털어 놓았다.

거액자금 해외유출에 관련된 것으로 의심받았던 기지당수와 한스ㆍ모드로 명예당수(전동독정부총리)는 폴 부당수의 기자회견으로 직접적인 혐의는 벗었지만 PDS가 입은 정치적 타격은 자못 심대한 것이다.

집권 기민당(CDU)의 자매정당인 기사당(CSU)은 28일 PDS의 「자진해체」를 요구했고 사민당(SPD)과 자민당(FDP)은 이 사건을 계기로 PDS의 보유재산을 완전 공개,환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19일 PDS당사에 대한 수색이 절차를 무시한 것이었다며 당국을 가장 강력하게 비난해 왔던 녹색당마저 기지당수가 「도의적 책임」을 지고 퇴진하려던 의사를 철회한데 대해 유감을 표시했다.

PDS지도부는 당 재산의 공개와 정치활동에 불필요한 재산의 처분을 결정하는 등 사건의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해 발빠른 대응조치를 내놓았으나 이들 조치만으로 사태가 수습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베를린 검찰당국이 이번 사건의 단서를 잡게된 것은 네덜란드 유트레히트시와 노르웨이 오슬로 시의 현지 은행이 PDS 할레 지방당 간부인 칼ㆍ하인츠ㆍ카우프만이 PDS로부터 송금된 거액을 인출하려 하는데 돈을 내줘도 되느냐는 문의를 한데서 비롯됐다.

베를린 검찰은 이 단서에 따라 19일 증거인멸의 우려를 들어 사전영장 없이 동베를린 소재 PDS당사 사무실에 대한 대대적인 수색을 감행했다. 그러나 베를린 검찰당국은 의원면책특권을 지닌 기지와 모드로 사무실에 대해서까지도 예외없이 단행한 이날 수색에서 해외로 송금된 자금이 「도피성자금」이라는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 중앙당 문서에 따르면 노르웨이와 네덜란드로 송금된 이 돈은 동독 몰락이전 동독 공산당이 소련 공산당에 약속한 제3세계 학생교육 및 국제노동운동연구를 위한 공동자금 마련 명목으로 소련 공산당에 보낸 것으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PDS대변인은 『송금은 합법적이며 용도를 증명할 수 있는 명세서도 갖고 있다』고 반격에 나섰고 기지당수는 『베를린 검찰의 이번 영장 없는 수색은 PDS를 음해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고 비난,대 정부공세를 펼 의향임을 시사했다.

하지만 소련 공산당은 물론 소련 공산당이 해당금액을 송금하도록 지정했다는 소련 회사인 푸트니카사도 이 자금에 대해 아는바 없다고 밝히면서 사태는 반전되기 시작했으며 결국 폴 부의장이 사건의 전모를 밝히기에 이른 것이다.

폴 부당수는 소련 공산당과 푸트니크사와의 관계는 당수와 의장단을 속이기 위해 자신이 조작한 것이며 송금의 목적은 당의 재산을 해외로 빼돌리려는 것이었다고 당국의 혐의사실을 시인한 것이다.

이번 사건은 전동독 정권의 집권당이었던 PDS가 통일 이후 당의 운명에 대해 지니고 있는 위기의식의 정도를 단적으로 드러내 주는 사건이다.

지난 14일 통독후 첫 실시된 구동독의 5개주 선거에서 채 10%의 지지밖에 받지 못한 PDS는 이번 사건으로 그 입지가 더욱 좁아질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유동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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