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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매한 접근방식 버려야/내각제 공론화 추진의 문제점(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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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매한 접근방식 버려야/내각제 공론화 추진의 문제점(사설)

입력
1990.10.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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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각제 공론화 문제로 민자당이 사실상 분열상태라고 할 정도로 심각한 내분상태에 들어가 있다. 김영삼 대표위원이 당무보기를 거부한 가운데 「중대결심설」이 흘러나오고 있고,기자회견을 가진 평민당 김대중 총재는 대통령이 내각제 포기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내각제문제는 이제 민자당이 당론으로 정하느냐 안 정하느냐는 차원을 벗어나 기정사실처럼 뜨거운 현안이 돼가고 있다.

내각제가 대통령 중심제와 비교해볼 때 나름대로의 특장이 있는 만큼 국민여론의 판단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누구도 찬ㆍ불찬을 재단해서 쉽게 말할 수는 없다.

민자당이 창당할 때부터 당의 노선을 내각제로 표방했던 만큼 민자당이 내각제의 공론화를 지금 말하는 것이 정당의 고유권리를 행사하는 점에서 이상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국민의 입장에서는 매우 당혹스럽고 곤혹스럽다. 내각제 공론화로 접근하는 정부ㆍ여당의 자세가 자연스럽고 순리적이라고 느껴지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먼저 민자당 의총에서 내각제 합의를 묵살하고 있다는 공격이 있었고,이어 각서가 유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두 가지 움직임은 진상이 밝혀지지 않아 확언할 수는 없지만 그 내용의 성질상 연계가 돼 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앞으로의 정치일정과 대비해볼 때 내각제 준비기간이 1년 수개월정도 필요하다는 점에서 문제를 제기한 시점이 의도적이고 계산적임을 읽을 수가 있다. 정치공작적 발상이라거나 음모형 정치행태라는 비난은 그래서 나온다고 할 수 있다.

두번째로 일반국민을 혼란시키고 있는 것은 기회있을 때마다 「야당과 국민이 반대하면 내각제 개헌을 하지 않는다」고 한 약속이 하루아침에 공론화로 바뀌는 돌연성에 있다. 그 「약속」이 사실상 내각제를 포기한다는 말이 아닌가고 받아들인 사람이 많았던 게 사실이었고,그렇기 때문에 야당이 곧 등원하고 정국이 정상화될 것으로 보았던 것도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내각제 공론화의 또다른 특징은 철저한 당리당략의 산물이라는 점이다. 솔직히 말해 많은 국민은 아직까지 대통령 중심제를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각종 조사에서 나타나고 있다. 때문에 내각제 구상은 대통령직선제에서 뚜렷한 대통령 후보를 확보하기 어려운 현집권세력의 재집권 의도라고 보는 시각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민자당내 계파간에 벌어지고 있는 권력투쟁을 보는 여론이 점차 부정적으로 흐를 전망이 높다. 여권의 내분이 정국을 더욱 경색시켜 가는 주된 원인이라는 점에서 그러하다.

우리는 여기서 내각제 개헌에 관한 정부ㆍ여당의 자세가 분명해야 하며,국민 앞에서 정정당당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공론화가 되든 안되든 밀실에서 몇몇 사람이 주무를 일이 아닌 것이다.

또 이 기회에 현재 여론에서 열세인 민자당이 상대적으로 대통령제보다 인기가 낮은 내각제 개헌을 위해 발의­통과­국민투표­총선으로 이어지는 정치일정을 어떻게 감당해갈 수 있을 것인지,내각제 개헌이 성공하거나 실패했을 때의 장기 정국구도까지 예측하고 있는 것인지를 밝힐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이 어려운 나라형편에서 밑도끝도없이 갑자기 터진 「내각제 파동」은 국민불안만 가중시키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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