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합동변호사단이 지난 8월 사할린잔류 한국인의 명의로 배상청구소송을 동경지법에 제출한 데 이어 이번에는 29일 일제의 강제연행으로 희생된 유족 22명이 일본정부를 상대로 공식사죄와 배상청구소송을 제출,그 재판결과에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일제의 강제연행으로 희생된 유족과 피해당사자들이 직접 일본정부를 상대로 공식사죄 및 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함으로써 일본의 전후처리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나타내준 것이며,일제가 한민족에게 저지른 만행에 대해 일본의 사법부가 스스로 시비를 가려낼 수밖에 없게 됐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그동안 일본정부는 전후 처리문제가 제기될 때마다,전가의 보도처럼 65년 한일 국교정상화 때 체결된 청구권협정으로 이미 일괄 타결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유족회는 청구권협정에 강제징병과 징용으로 희생된 자에 대한 배상이 들어있지 않기 때문에 전범국인 일본은 마땅히 이들 희생자와 유가족에 대해서 사죄와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전후 처리를 에워싼 시비가 일본의 사법부에 의해서 어떻게 가려질지 주목거리다.
태평양전쟁 기간중에 일제에 의해 징병과 징용으로 4백50만명 이상이 전쟁의 도구로 동원되어 그중 약 1백만명이 죽거나 다쳤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비참한 것은 원폭피해자로서 피폭 당시 한국인 피해자는 사망 4만명,생존자 3만명이었는데 그중 2만5천명이 귀국했다. 이들 피폭자들은 각종 후유증으로 시달리다가 사망했거나 아직도 고통을 받고 있다.
이들 원폭피해자들은 인류사상 가장 억울한 희생자들로서 한일 양국간의 비극의 상징으로 남아 있다. 일본은 이들에 대한 치료나 배상문제도 청구권협정에 포함돼 있지 않다고 해서 외면할 수 있는 것인가.
한일 국교정상화에 따른 법적문제를 떠나서 인도주의 정신에 입각해서라도 일본은 자기들이 저지른 침략전쟁에 의해서 발생한 이웃나라 국민에게 끼친 희생에 대한 분명한 사죄와 배상을 해줘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지난 77년 대만인 유족회가 일본정부를 상대로 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끝에 재판부가 일본정부의 도의적 책임을 인정하여 「대만인 전몰자 유족 등에 대한 조위금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전사자와 중전상자에게 1인당 2백만엔씩을 보상한 전례에 비추어 이번 재판이 주목되는 것이다.
더욱이 일본정부가 과거 2차대전중에 미국과 캐나다에 의해서 강제 수용,억류됐던 일계인에 대해 보상금 명목으로 1인당 2만달러씩을 받아냈던 일을 감안할 때 일본 재판부는 일본의 양심을 세계에 보여줄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서 보상금지급 판결을 내려줄 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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