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존자원이 한없이 빈약한 우리가 극심한 국제경쟁을 뚫고 살아남는 길은 첨단과학을 포함한 기술개발에 전력을 기울이는 방법밖에 없다.지금까지는 국내외 여건이 나쁘지 않아 그럭저럭 버텨온 것이 우리의 실상이다. 60년대 중반부터의 경제개발 기간중 우리는 선진국들이 버리다시피 한 구식산업기술이나마 도입해다가,값싼 노동력을 투입하여 소위 노동집약형의 상품들을 생산해 국제시장에 내다 팔아 오늘날과 같은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그러나 지금은 선진국들이 부머랭효과를 두려워해 기술이전을 해주지 않고 있고,후발개도국이 우리를 추격해와 샌드위치처럼 돼가고 있으나 우리의 자체기술개발능력은 미미해 앞으로의 전망은 매우 비관적인 국면에 들어서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국내적으로는 끊임없는 임금인상의 압력에다 보다 나은 삶의 질을 바라는 국민들의 욕구로 인해 그나마의 생산성까지 저하돼 경쟁력이 그만큼 더 악화돼 가고 있다.
때문에 첨단기술개발에 의한 고부가가치상품을 개발해내는 일은 이제 국가적 명운을 걸어야 할 과제가 되었다.
이러한 입장에서 볼 때 정부가 지난 26일 종합과학기술심의회의를 7년 만에 재개하고 첨단기술개발을 위한 10대 국책사업내용을 확정,범정부차원에서 강력히 추진키로 했다는 것은 때늦은 결정이지만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는 격려를 보내고 싶다.
특히 과학기술의 획기적인 발전의 기틀을 마련키 위해 GNP의 5%를 파격적으로 투자하기로 했다는 것은 용단으로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우리는 과학기술처가 성안했다는 계획내용들을 보면서 몇 가지 사항들에 대해서는 관료들의 「한건주의」,염불보다는 잿밥식의 기구확대욕구,유관부처와의 협조없이 공적다툼에만 몰두하는 관료주의의 병폐를 또다시 보는 것 같아 실망감 또한 적지 않다.
그 첫째는 아무리 과학기술개발이 중차대하고 범정부차원에서 추진해야 할 미래지향적 국책사업이라 하지만,정부의 16개 모든 부처에 1∼3급의 과학기술담당관이란 직제를 신설하고 총괄위원회까지 둬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수긍이 가지 않는다. 실효성은 나중에 따지더라도 그 엄청난 예산규모를 깊이 생각해 봤는가고 묻고 싶다.
둘째는 과학인재를 조기에 발굴하고 정말로 우수한 과학두뇌로 키워내는 일은 의당 교육을 관장하는 문교부와 종합적으로 연구,검토해서 계획을 입안했어야 옳았다. 그런데도 이러한 일들이 유기적으로 논의되지 않은 채 과기처 단독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은 「한건주의」와 공세우기에 불과한 것으로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실효성이나 유관부서와의 협조는 전혀 생각지 않았다는 증거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있으나 마나한 직제가 될지도 모를 과학기술담당관을 모든 부처에 두는 식의 기구확대식 발상은 신중하게 재고돼야 할 것으로 믿는다. 그곳에 들 예산을 능력있는 과학자들의 실용성 있는 연구비에 보태는 것이 차라리 과학기술개발의 알찬 방안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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