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분위기가 깨끗해지려면 우선 윗물부터 맑아져야겠지만 사회 저변에 도사린 어두운 곪집을 제거하는 일도 급하다. 그동안 이런 곪집중의 하나로 여겨왔으면서도 호황과 건재를 과시해온 것이 소위 빠찡꼬업계로 알려진 호텔 부설 오락실이었다. 그런데 이 철옹성도 드디어 금이 가기 시작한 모양이다. ◆지난 24일 경찰이 시상금 과다지급 등으로 불법영업을 해온 업무ㆍ관리자 15명을 영장신청하고 21명을 입건한 게 그것이다. 호텔 부설 오락실의 허가권이 치안본부에 있고,이 업소허가권이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와 같은 존재여서 오락실을 운영하기 위해 호텔을 짓는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로 「배보다 큰 배꼽」이었다. ◆그런데 이같은 오락실은 한국적인 마피아 조직의 텃밭과도 같은 검은 존재였다. 엄청난 이권이 폭력조직을 불러들여 전국의 오락실은 그들중의 큰손에 장악되고 그들의 비호 없이는 운영도 불가능할 정도에 이르렀다. 그래서 걸핏하면 벌어진 폭력 계파간의 살육극도 그 원인을 파고 보면 거의 오락실 운영권과 유흥업소 관할권 다툼이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건재를 과시해온 것은 사실상 불법영업 수사를 맡아야 할 경찰이 허가관청으로 되어 있는 데다 막강한 마피아 조직의 로비와 그에 따른 비호가 대단했기 때문이라는 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이번 서울시경 특수대의 단속과 조사과정에서도 업계의 로비가 치열해 전담수사관이 진땀을 빼고 있다는 보도이다. 협박과 유혹에 상급기관 인사마저 로비에 동원된다는 것이고 보면 사정을 짐작할 만하다. 허가받은 오락실들이 문제가 되는 것은 내국인에 대한 불법영업과 승률조작에 따른 엄청난 폭리,폭력조직의 온상화 및 국민의 사행심 조장 등 여러 이유 때문이다. ◆과거 오락실업계의 내막을 폭로한 백서에 의하면 투전기 대당 하루 수입이 30만원에 이를 정도여서 호텔 지하실 한 모퉁이에 자리잡은 오락실의 수입이 호텔 전체수입을 앞지를 정도였다고 한다. 그 돈들이 지금껏 어디로 흘러갔는지…. 국민들은 모처럼 단행된 경찰의 이번 단속이 거센 로비로 시들어버리지 않기를 바라며 그 결과를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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