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선진국에서는 교수들의 종신제가 일반화되고 있다. 대학당국의 선심때문이 아니다. 일정연령까지의 정년제로 우수한 교수들의 학문을 사장시키거나,학문연구 욕구에 찬물을 끼얹는다는 것이 대학과 교수 누구에게도 득이 될 게 없다는 경험측에 의해 마련된 제도일게다. ◆뒤집어 얘기하면 그러한 제도의 마련은 교수들의 학문을 하는 열정과 그 학문이 대학과 사회에 기여하는 공로에 대한 자연스러운 보답이라 할 수 있다. 학문이 완숙해지는데 구태여 정년이란 장벽을 둬야 할 이유가 어디 있느냐는 구미식 합리주의의 자연스러운 결실같아 부럽기만 하다. 우리의 대학현실은 어떠한가. 「학자들은 학위를 득하는 날부터 학문연구는 끝이 나고,대학문을 들어서는 날부터 학생들의 공부는 끝이 난다」는 극단적인 비아냥의 말까지 있을 정도다. ◆물론 교수들이 다 그렇고,대학생들이 모두 그럴 리야 있겠는가. 그렇지만 전임강사가 조교수로 승진하기 위한 인사여건 구비를 위해 제호를 도용한 가짜 학술지 3백부를 인쇄,자신의 논문을 게재하여 연구실적으로 제출,조교수로 승진한 모 대학교수의 사건은 우리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하다. 그 교수가 2년여만에 학과장까지 올랐다는 것도 의아스럽다. ◆그런가하면 서울대교수들의 73%가 교수 재임용제의 필요성을 인정,교수 인사제도의 기본원칙으로 삼아야 한다고 설문조사에 응답했다는 내용의 신문보도는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재임용제다 하면 괜히 교수들의 목을 죄는 몹쓸 제도로 알려진 게 일반론인 줄 알았는데 서울대교수들의 반응은 그 제도의 참뜻을 제대로 알고 있는 것 같아 안도감을 갖게 한다. ◆교수든,어느 특정의 전문직업인이든 소임을 다할 때 존경을 받을 수 있고,부여된 권리를 향유할 수 있어야 한다. 교수의 경우 학문연구와 교수행위를 게을리 하면서 65세 정년보장만을 요구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재임용제가 지난날처럼 통치권에 의해 남용되고 사학재단에 의해 멋대로 쓰여지는 것을 방지하는 장치가 마련되기만 한다면,그래서 교수들의 학문연구를 부추기는 제도로 활용된다면 마땅히 있어야할 제도가 아니겠는가. 그것이 우리대학 사회에서 종신제를 앞당기는 촉매제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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