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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발족의 전제/명목상 기구개편 의미없다(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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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발족의 전제/명목상 기구개편 의미없다(사설)

입력
1990.10.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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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독립ㆍ중립화 과제는 단순한 경찰기구 내부의 구조개선이 아니다. 국민 개개인과 생활일선에서 부딪치는 공권력의 위상이 근본적으로 재정립되고,수사지휘권에서 유관기관인 검찰과의 관계가 재조정되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후진국에서 통치권력에 충실한 하부구조로 전락될 수 있는 정치성에서 본질적인 변화가 불가피해지는 계기가 된다. 따라서 내년 중에,그것도 빠르면 내년 초에 발족이 예상되는 경찰청의 등장은 국민적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경찰제도는 그 기구의 관리형태에 따라 독임제와 합의제(경찰위원회 또는 공안위원회제)로 나뉘어진다. 독임제는 경찰기구관리와 의사결정 권한을 경찰청사의 단독 책임하에 두는 제도다. 현행의 치안본부 제도와 비슷하다. 행개위가 이미 경찰중립화 방안으로 제시했고 경찰자체에서 마련했다는 「경찰청 법안」이 이 테두리에 속한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같은 식의 경찰중립 또는 독립화 방안은 우리가 보기로는 권력으로부터 경찰이 진정한 의미의 독립이나 중립성을 확보하기가 어렵지 않겠는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경찰이 「권력의 시녀」라는 오명을 더이상 받지 않고 국민들에게 진정으로 봉사하는 국민의 경찰이 되기 위한 탈바꿈으로 중립화나 독립을 해야 한다면 최소한 다음의 몇가지 전제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다.

그 첫째는 현행의 13만3천명의 경찰인력과 방대하기 이를 데 없는 조직을 그대로 독립 또는 중립화된 별도조직으로 해서는 곤란하다는 점이다. 수사ㆍ정보ㆍ대공 등 업무성격상 전국적인 것만을 떼어내야 하며,교통이나 보안 등 부서는 과감하게 지방행정기관에 이전시켜야 할 것이다.

두번째는 경찰의 중립 내지 독립문제는 앞으로 시행될 지방자치와 떼어 생각할 수가 없다는 점이다. 국가행정이 지방자치 즉 지방분권화하는 판국에 경찰만이 유독 중앙집권식의 단일조직과 체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은 시대조류에 역행하는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셋째로 수사권의 독립문제이다. 수사권의 독립은 현행체제상 수사지휘권을 관장하고 있는 검찰과 첨예한 의견대립이 오래전부터 지속돼온 뜨거운 현안이다. 지금까지 국민보다는 권력쪽에 더 기울어져 있었다는 국민의 인권유린에 대한 불신과 수사경찰의 자질과 능력이 수사권을 독립해서 행사할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는 반론이 만만치 않은 만큼 충분한 여론수렴 과정을 거쳐야 할 부분이다. 밀실에서만은 법안을 가지고 어물어물할 성질의 사안이 아닌 것이다.

넷째 경찰내부 인사권한의 독자성 확보문제다. 경찰이 외청으로 나간다해도 주요지휘관의 인사권을 내무장관이 가지고 있다면 그것은 진정한 독립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올 것이고,방대한 인력에 대한 독자인사권의 부여는 시기상조론도 나올 수 있는 만큼 현재 성안된 경찰청 법안이 그런 것처럼 이 문제도 유야무야해서 적당히 넘길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이러한 필요충분한 전제조건들이 명확히 정리되거나 합의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경찰중립화는 지금의 치안본부제보다 별로 나아질 것이 없는 명목상의 기구개편에 불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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