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릴라들 잇단 테러… 정부요인 납치설까지/「파방법」 발동도 위헌시비… 왕궁경비 총력자위대의 해외파병문제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일본 정부가 또 하나의 골칫거리에 직면했다.
이른바 「중동국회」가 끝나는 다음날인 11월12일에 있을 아키히토(명인) 일왕 대관식(즉위의 예)과,관련 행사를 테러로 저지하려는 도시 게릴라조직의 과격행위가 그치지 않고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가지야마(미산정륙) 법무상과 오쿠다(오전경화) 국가공안위원장은 지난 22일 이례적으로 「과격파 대책에 관한 결의와 국민 여러분에 대한 부탁」이란 제목의 공동성명을 발표,지난 1월부터 과격한 테러를 계속해온 도시 게릴라그룹 중핵파에 대해 강경대처를 다짐했다.
이 성명서는 『모든 법령을 적용해서라도 폭력적인 대관식 저지활동을 분쇄하겠다』고 밝혔는데 「모든 법령」이란 뜻에는 「파괴활동방지법」 상의 「단체규제」 조항도 발동하겠다는 의사가 담겨 있어 또 한차례 위헌논쟁을 불러 일으킬 소지가 생겼다.
과격파들의 테러방지를 목적으로 제정된 파괴활동방지법(파방법)은 아직 한번도 발동된 적이 없지만 단체규제 조항이 발동되면 과격파들의 예비단속까지 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취임 당시부터 이 법 발동을 공언해온 가지야마 법무상은 성명발표 후의 기자회견을 통해 이 법을 적용할 의사가 있음을 분명히했으며 경찰청 관계자도 방침이 결정되면 예비단속활동에 착수할 뜻을 밝혔다.
이 사실이 보도되자 학자들과 시민단체들은 일제히 파방법의 위헌성을 제기하면서 반대투쟁에 나서겠다고 공언했다.
한 헌법학자는 『파방법 발동은 결사의 자유를 박해하는 헌법문제가 된다』면서 『자위대 파병문제로 인한 위헌논쟁과 함께 또 하나의 헌법문제를 일으킬 폭거』라고 비난했다. 또 한 작가는 『군국주의시대에 치안유지법과 같은 이 법의 적용의사는 국가통제행위나 다름없다』고 말했고 「파방법에 반대하는 시민모임」이란 단체는 『대관식행사 자체가 헌법에 어긋나는 행사』라면서 그런 행사를 치르기 위해 위헌적인 법을 발동하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 행사의 위헌론은 야당측에 의해 이미 공식적으로 제기돼 있다. 사회당은 ▲대관식때 왕이 앉는 자리(고어좌)와 「3종의 신기」사용,총리의 「국왕만세」는 헌법정신에 용납되지 않으며 ▲국왕의 권위를 높이려는 화려한 행사는 종교성이 짙다는 이유로 행사방식의 변경을 요구하고 있다.
이같은 반대와 비판여론 속에 중핵파가 요인 납치작전을 세우고 있다는 정보가 나돌자 정부는 무리를 해서라도 무사히 행사를 치르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파방법 발동을 검토하고 있는 것 같다. 일본 경찰은 최근 「왕궁」 일대와 중요시설물에 대한 경비를 급격히 강화했다.
도심지 지하철역 출입구에도 정복경찰관이 배치돼 통행인들의 행동을 감시하고 있으며,평소 출입이 자유롭던 왕궁 동원은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이 곳에서 행사가 열리기 때문이다.
또 정부인사들과 각국 대사관의 외교관들에게도 도시 게릴라들의 인질작전에 각별히 조심하도록 요청하고 있다. 후지산(부사산)호 선원 2명을 납치해 대일배상 및 사과약속을 받아낸 북한의 수법과 외국인들을 인질로 잡아 두고 있는 후세인의 수법에서 힌트를 얻은 중핵파가 똑같은 작전을 전개하리라는 정보가 있음을 근거로한 주의경보이다.
일본 공안조사청에 의하면 올 들어 24일 현재 과격파들의 테러활동은 사제 시한폭탄 테러ㆍ방화 등 전국에서 56건이나 발생했는데 이는 작년 한해동안의 발생건수(27건)의 배가 넘는 것이다.
이같은 테러의 90%는 중핵파의 소행으로서 중핵파는 지난해까지만도 나리타(성전) 공항건설에 반대,공항확장 공사 저지를 목적으로 한 테러를 일삼아오다 올해 1월부터는 반왕실 투쟁으로 노선을 전환했다.
가네야마(금산극사)란 이 조직의 간부는 24일 발행된 주간 아사히(조일)와의 인터뷰에서 『대관식과 다이조사이(대상제ㆍ대관식 후의 첫제사)는 전후의 헌법체제를 뿌리까지 파괴하는 쿠데타 같은 행사』라면서 『우리 혁명군은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게릴라전을 계속,행사를 분쇄하고 말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경찰병력을 총동원해서라도 이들의 방해공작을 물리치고 행사를 강행하겠지만,평지풍파 같은 또 한차례의 위헌시비와 파괴활동 방지대책에 매우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동경=문창재특파원>동경=문창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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