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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평화해결 「새 카드」 제시/쿠웨이트 일부 양도 제의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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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평화해결 「새 카드」 제시/쿠웨이트 일부 양도 제의 배경

입력
1990.10.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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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세인의 「아랍식 해결」주장 수용 크게 주목/결전 임박설에 철군명분 줘 무혈해결 추진쿠웨이트의 후견인 노릇을 해온 사우디아라비아가 쿠웨이트 영토의 일부를 이라크에게 양보도 의향을 비침으로써 페르시아만의 전운이 한꺼풀 벗게 됐다.

술탄ㆍ벤ㆍ압둘ㆍ아지즈 사우디 국방장관은 21일 『아랍국가가 형제아랍국에게 땅이나 부지 또는 해상의 특정지역 등을 양도하는 것을 해롭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하고 『이라크가 쿠웨이트에서 무조건 철수하는 경우 아랍국들은 이라크에게 「모든 권리」를 부여할 태세가 돼있다』고 덧붙였다.

아지즈 장관의 발언은 지난 8월2일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한 이래 사우디가 이라크에 대해 취한 최대의 유화적 제스처이다.

아지즈 장관의 이번 발언은 그간 「페만사태의 아랍식 해결」을 강조해온 사담ㆍ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주장을 최초로 수용했다는 점에서 각별한 주목을 끈다.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이후 미국을 등에 업고 대 이라크 포위작전의 선봉에 서온 사우디가 이처럼 온건한 입장으로 돌아선데는 물론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이 지역에서 아랍 형제국끼리의 유혈참극은 피해야 한다』는 사우디왕가의 염원이 깔려 있다.

사실 사우디나 이집트 요르단 등 아랍 각국의 중재노력에도 불구하고 페만에서의 전운은 날이 갈수록 짙어왔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미국의 이라크 공격날짜가 내달 중순께로 잡혀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부시 행정부는 쿠웨이트로부터의 이라크군 무조건철수 원칙을 여전히 고수하면서 이라크공격에 대비한 마땅한 「명분찾기」에 나서고 있다.

미 시사주간 타임은 29일자 최신호에서 미국이 5가지 「연계철선」 시나리오를 만들어 놓고 이라크공격에 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첫째가 미군을 포함한 다국적군이 이라크군의 공격을 받는 경우이고,둘째가 그런 공격이 확실히 예상되는 경우,셋째가 이라크가 서방인질을 살상하는 경우이다. 그리고 넷째가 쿠웨이트 주재 서방외교관에 대한 식품 음료 등 생필품공급을 전면 차단하는 경우이며 마지막이 항공기 폭파 등 테러행위의 경우이다.

사우디가 이라크에 대해 온건한 입장을 취하는 또다른 이유는 유엔의 경제봉쇄조치로 궁지에 몰린 이라크를 설득해 이라크군의 쿠웨이트 철군에따른 명분을 마련해 주자는 것이다.

유엔의 대 이라크 경제제재조치는 이라크의 경제뿐만 아니라 군사분야에까지도 심대한 타격을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우디로서는 이처럼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이라크의 약점을 간파하고 페만사태의 장기화에 따른 마이너스효과를 들어 쿠웨이트로부터의 철군을 종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라크는 이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철군불가라는 종래의 입장에서 한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으나 철군가능성을 시사하는 여러 조짐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후세인 대통령은 3주전 예프게니ㆍ프리마코프 소련 대통령 특사와의 회담에서 『루마일라유전과 부비얀 및 와르바섬을 차지할 수 있다면 쿠웨이트로부터 철군할 용의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세인 대통령은 또 망명중인 알ㆍ사바 전 쿠웨이트 왕족측과도 모종의 비밀협상을 진행중이라는 보도도 있었다.

후세인 대통령은 이처럼 쿠웨이트로부터의 궁극적인 철수를 상정해 놓고 자국민들을 설득하기 위한 정지작업에 나선게 아니냐는 다소 성급한 분석도 나오고 있다.

후세인은 최근 예언자 마호메트가 자신의 꿈에 나타나 「전략적으로 중요한 일부도서」를 제외한 쿠웨이트의 전지역에서 철수하라는 계시를 내렸다고 측근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소식은 지난 19일 알ㆍ사바 왕가를 지지하는 알 세야사지에 최초로 보도돼 신빙성을 의심받고 있으나 일부에서는 쿠웨이트 철군을 정당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미국측의 태도이다. 아지즈 사우디 국방장관의 유화적인 대 이라크 발언에 화들짝 놀란 미국은 22일 『사우디의 대 이라크 정책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다』고 발표했다.

아무튼 아지즈 장관의 이번 발언파문은 페만사태를 「아랍식 방정식」으로 풀어보려는 새로운 사태진전임에 틀림없다.<이상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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