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속도 싸고 「고」와 이견… 추진방향은 같아/각자 세력기반 달라 상호보완 계기될 수도시장경제로의 전환과 연방재편이라는 소련 최대의 2대 현안을 놓고 고르바초프와 옐친의 합작은 과연 가능할 것인가.
옐친 러시아공화국 최고회의 의장(대통령)이 지난 16일 고르바초프 연방 대통령에게 새로운 연정구성안을 제의한 배경을 살펴보면 일단 이같은 물음에 어느정도 해답을 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옐친은 이날 고르바초프의 시장경제 도입 절충안을 강력히 비난하면서도 경제위기의 타개 및 개혁에 관한 이견을 조정키 위해 연방정부 각료들을 각각 50%씩 차지하는 새로운 연립정부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옐친은 특히 자신과 고르바초프는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으나 전진의 속도와 방법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옐친의 발언중 자신과 고르바초프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지적은 매우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여기서 「같은 방향」이란 바로 자유시장경제와 주권공화국 연합의 새로운 소연방체제를 의미한다.
옐친이 적극 지지하고 있는 이른바 샤탈린의 「5백일 경제개혁안」은 현재 소련의 체제를 가장 빨리 전환시킬 수 있는 방안임에 틀림없다.
옐친은 따라서 자신의 러시아공이 이같은 개혁안에 따라 소 연방전체의 향도역할을 하면서 급진적인 체제전환을 할 것을 고르바초프에게 요구해 왔다.
고르바초프도 물론 옐친의 이같은 제의를 환영,한때 샤탈린안을 지지했으나 자신의 세력기반인 리즈코프 총리 등 온건개혁파들로부터 강한 반발을 샀으며 심지어 일부 보수파들의 최후의 저항에 부딪쳐 절충안을 택하게 된 것이다.
만약 샤탈린안이 채택될 경우 소련체제는 급속한 혼란속에 붕괴될 지도 모른다는 위기감도 현실정치에 밝은 고르바초프의 마음 속에 내재됐음은 분명하다.
고르바초프의 측근인 알렉산데르ㆍ야코블레프 대통령위원회 위원의 표현대로 미국의 대공황기에 프랭클린ㆍDㆍ루스벨트 대통령이 뉴딜정책이란 혁명적 방법으로 혁명에 성공했듯이 소련의 현 「총체적 난국」을 혁명적으로 헤쳐나가길 바랐으나 고르바초프는 진보의 범위를 넘지 않는 선택을 한 것이다.
고르바초프의 선택은 연방 대통령이라는 막강한 권한을 가졌으면서도 사회주의체제 붕괴에 따라 정치적 자유를 회복한 인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정권의 정통성 부재와 아직도 지난 70여년간 뿌리를 내려온 기존조직을 대체할 만한 제도적 장치를 갖지 못해 자신의 개혁의지를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는 고민에서 나왔다고 볼 수 있다.
바로 이같은 맥락에서 볼 때 새로운 선거제도와 다당제 등 정치개혁구도의 바탕에서 러시아공 최고회의 의장직에 선출된 옐친은 고르바초프에게 부족한 기반을 갖고 있는 인물이며,보통 직접선거를 할 경우 고르바초프에게 승리할 수 있는 유일한 대권주자로서 과거와는 다른 발언권을 행사하고 있다.
물론 대중적 인기를 업고 있는 옐친으로서도 이 인기를 뒷받침할 조직적인 권력지지기반(KGB나 군부 등)이 없는 것이 약점이라고 할 수 있다.
옐친의 연정제의는 이같은 권력기반의 부족함을 메우는 정치적 포석으로 볼 수 있으며 고르바초프 역시 지난 7월 제28차 공산당대회 폐막 후 『민주주의와 사회주의를 지지하는 모든 세력과 협력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밝혀 급진개혁세력과 연정할 뜻을 비쳤었다.
옐친과 고르바초프의 「경쟁적 협력관계」가 연정의 형태로 나타난다면 양측은 모두 각자의 부족함을 보완하는 계기가 될 것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러나 연정의 성립여부를 떠나 간과할 수 없는 점은 최대위기에 빠져있는 경제를 어떻게 회생시키느냐 하는 문제다. 소련에서의 경제문제는 과거에는 정치의 종속변수였으나 이제는 정치보다 앞선 독립변수로 등장한 만큼 정권향배에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고르바초프도 『만일 앞으로 2년 안에 소련국민의 생활이 향상되지 않으면 현지도부가 총사퇴하겠다』고 천명하고 있어 소 정치판도는 경제의 회생에 달려있는 것이다.<이장훈기자>이장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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