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남북관계 방법ㆍ인식 「깊은 골」 재확인/기조연설에 나타난 양측입장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남북관계 방법ㆍ인식 「깊은 골」 재확인/기조연설에 나타난 양측입장

입력
1990.10.18 00:00
0 0

◎북 주장 수용한계 선 그어… 변화 등 촉구 남/「불가침」 등 다소 신축… 남 실체인정 소극 북/앞길 험난… 「김일성 면담」에 여운남북 양측이 17일 제2차 고위급회담에서 밝힌 기조연설 내용은 지난달 1차회담에서 표명된 서로의 원칙적 입장을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우리측이 보다 분명한 목소리로 남북관계의 근본적 변화를 촉구한 점과 북한측이 불가침선언 등 표면상 우리측의 주장과 유사한 제의를 일부 구체적 내용을 담아 내놓았다는 점이 변화라면 변화라 할 수 있다.

또한 북한측은 서울회담에서 선결긴급과제로 제기했던 유엔가입 팀스피리트훈련 방북자 석방문제 등에 대해 회담의 전제조건임을 명시화하지 않음으로써 1차회담에 비해 다소 신축적인 듯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기조연설 자체는 남북 관계개선의 방법ㆍ우선순위ㆍ현실인식 등에 대한 양측의 큰 시각차를 다시한번 확인케 하는 내용이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북한측은 자신들을 「통일지향적」으로,우리측을 「분단지향적」으로 규정하고 정치ㆍ군사우선 해결이라는 선전적 측면을 강조함으로써 회담의 앞길이 쉽지 않음을 예고하고 있다. 다만 북한은 이번 기조연설에서도 역시 유엔문제에 상당히 쫓기고 있는 듯한 인상을 풍기고 있다.

이런 점에서 우리측이 유엔이나 경협 등의 카드를 활용할 여지가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기조연설에서 강영훈 국무총리는 과거 남북회담에서와는 달리 강한 어조로 남북 관계개선에 대한 북한의 불성실한 태도를 지적했다.

강 총리는 ▲「하나의 조선」의 허구성 ▲방북자 석방문제 등 긴급과제의 부당성 ▲북한언론의 불공정성 등 3가지를 지적,북한의 태도변화를 촉구했다. 강 총리는 특히 『북한측이 통일을 명분으로 범법자 석방 운운하는 내정간섭적인 요구를 한다면 우리측도 북한측의 내부문제에 대해 할 말이 많다』고 밝혀 북한의 내정간섭에 정면대응할 것임을 분명히했다.

이는 남북대화의 유지를 위해 북한의 억지주장을 받아주던 종래 회담태도를 바꾸겠다는 우리측의 입장변화라 할 수 있다. 이같은 회담전략의 변화는 강 총리 등 우리 대표들의 『고위급회담을 계기로 남북관계의 뼈대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강한 의지와 함께 기본적으로는 우리 체제에 대한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북한측은 근본적인 시각차이를 노정한 것은 사실이나 일부 항목에서 변화의 시사를 내비쳤다.

우선 북한은 우리측의 남북관계 기본합의서 제안을 거부하면서도 합의서의 일부정신을 포함한 형태의 불가침선언을 채택하자고 주장했다.

물론 이 제안에는 「무력의 단계적 감축」이라는 우리측 기본입장과는 상치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합의여부는 불투명하다. 우리측도 불가침선언을 제안하고 있으나 이는 군사적 신뢰구축의 성격을 지닐 뿐 군사문제 논의의 마지막단계인 군비감축은 배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측이 「무력감축」을 제외시킬 경우 불가침선언 채택은 이번 회담에서 합의될 가능성이 크다.

북한측은 또 비방ㆍ중상중지를 합의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문제는 우리측이 줄곧 제의해온 사안이기 때문에 논의진전에 따라선 이번 회담에서 쉽게 합의될 수 있다.

다만 비방ㆍ중상중지 문제와 관련,우리측은 북한의 대남방송인 「민민전」방송도 중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나 북한은 이 방송이 「남측 내부의 반정부세력이 하고 있는 것」이라고 억지주장을 펴고 있어 난관은 남아 있다.

이밖에 북한은 3대 긴급과제를 1차회담 때와는 달리 기조연설의 후반부에서 거론하며 회담의 전제조건화하지 않는 등 다소 유연한 태도를 나타냈다. 다만 유엔문제에 있어서만은 『고위급회담에서 합의할 때까지 어느 한쪽도 먼저 유엔에 가입하지 않도록 하자』고 제의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관심을 표시했다.

북한은 그러나 이같은 일부 신축적 자세에도 불구,「실체인정」이라는 우리측의 기본입장에는 전혀 동의하지 않고 있다. 연 총리는 이날 기조연설에서 『우리는 북과 남이 서로 다른 권력의 실체나 체제의 존재를 거부하지 않는다』고 말해 「하나의 조선 밑에 두개의 체제 인정」의 뜻을 비쳤으나 이것이 대남적화노선 포기를 의미하는 우리측의 「실체인정」으로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우리측의 실체인정은 국가 인정을 뜻한다고 할 수 있다. 오히려 기조연설 전체에 흐르는 북한의 입장은 기존의 대남정책을 충실히 반영한 내용이었다는 게 정부측의 시각이다.

우리측은 그러나 이번 회담이 기조연설만으로 종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데서 한가닥 기대를 품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즉 이번 2차회담은 이날의 공개회의와 둘째날의 비공개회의,대표단간의 비공식 접촉,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18일 강 총리와 김일성 북한 주석과의 단독면담 등 4차원의 형식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정광철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