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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의 급변/이영성 정치부 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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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의 급변/이영성 정치부 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0.10.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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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 45년 만에 대한민국의 국무총리가 북녘땅을 처음 밟은 16일 하오 3시,서울 삼청동 남북대화사무국에 마련된 프레스센터로 우리측 수행기자단의 평양발 제1신이 들어오고 있었다.프레스센터에 운집한 1백여명의 내외신기자들은 이 역사적 이벤트에 궁금반ㆍ기대반으로 평양쪽의 반응에 촉각을 집중시키고 있었다. 한 성급한 기자는 『아마도 총리 평양행의 역사성에 비추어 감탄조의 스케치 기사로 시작될 것』이라고 장담섞인 예상까지 하고 있었다.

그러나 기사의 첫 문장이 다 들어오기도 전에 이 기자의 예상은 빗나가고 말았다.

『아스라이 지펴진 평양시내의 안개처럼 북한주민들이 대표단을 맞는 표정은 냉랭하기 이들데 없었다…』

『연도에는 드문드문 모여 있는 시민들만이 손을 흔들거나,간혹 창문을 열고 내다보는 시민들이 환영인사를 보내는 정도였다』

며칠 전 우리 축구대표팀이나 음악인들이 갔을 때 『왜 이제서야 왔느냐』며 눈물을 뿌리며 환영(?)하던 장면이 떠오르자 섭섭함은 씁쓸함으로 번졌다.

북한의 손님맞이가 섭섭하다는 생각보다 그들의 「냉대」에 의도성이 배어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이다.

북한안내원들의 말대로 냉대의 이유가 『귀측 정부가 임수경 양 석방 등에 성의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라면 예절이라 할 수 있는 손님맞이마저 자신들의 전략과 연계해 다루고 있는 인상을 지울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만약 손님따라 다른 북한의 환영태도가 「음악인 등 인민은 동지고 남한정부는 적」이라는 기존논리에 기반을 둔 것이라면 남북총리회담의 전망은 결코 밝다고 말할 수 없다.

또한 북한측이 시급한 1천만 이산가족의 재회는 도외시한 채 몇몇 체육인이나 음악인의 교류에만 치중하고,이를 선전하는 데 급급한다면 더더욱 우려의 심정을 금할 수 없다.

물론 이런 우려가 기우이기를 바라는 것은 고위급회담이 이제 겨우 「시작」에 불과하고 아직 갈길이 지난한 만큼 「곡절」들이 수반될 수밖에 없음을 잘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대표단이 평양땅을 밟은 지 무려 10시간이 지나도록 사진전송이 이루어지지 않는 등 회담준비를 위한 기본배려까지 소홀한 북한측이고 보면,총리회담을 대하는 그들의 시각이 또다시 드러나는 듯해 개운치 않은 기분은 여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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