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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가슴열고 통일디딤돌 놓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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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가슴열고 통일디딤돌 놓자”

입력
1990.10.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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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신해소 지름길은 활발한 자유왕래 뿐/45년간 볼 수 없었던 격변들 40일새 체험○강영훈 총리 만찬답사<요지>

오늘 판문점을 거쳐 평양까지 오면서 착잡한 마음을 가눌 길 없었습니다.

차편으로 3,4시간 비행기로 한시간도 걸리지 않는 지척의 거리를 왜 남북의 동포들이 자유롭게 왕래하지 못하는가 하는 것입니다.

이제 세계 어느 나라 어느 민족도 냉전논리에 집착하여 문을 닫고 살기 어렵게 됐습니다. 그러나 남과 북은 피를 나누고 같은 말을 하면서도 불신과 대결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서로 소식 조차 주고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지금까지 고향을 찾은 동포들이 1백수십만명이나 된다고 합니다.

우리만이 등을 대치하고 있는 이유는 상호불신 때문입니다. 불신을 씻는 지름길은 자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자유롭게 왕래하여 이해를 넓혀 민족의 동질성을 찾는 데 있습니다.

북경아시안게임을 보면서 감동을 느꼈습니다. 남과 북의 선수들이 형제처럼 다정하게 어울리고 양측 응원단이 한덩어리가 되어 열렬하게 응원하는 것을 보고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피는 진하고 민족은 영원하다는 것을 절감케 됩니다. 또 얼마전 평양에서는 통일축구대회가 열렸고 남북한 및 해외에 있는 음악인들이 통일음악회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앞으로 체육과 문화 학술 등 여러 분야에서 교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기를 기대합니다.

우리는 누구나 자유롭게 다른나라 여행을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나는 하루빨리 자유왕래가 실현되어 양쪽 주민이 백두산과 금강산,한라산과 설악산을 찾고 서울과 평양,경주ㆍ부여ㆍ개성을 둘러볼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우리에게 절실한 문제는 이산가족들의 혈육을 찾아주는 일입니다. 우리 남북의 당국자들은 이분들의 애끓는 염원을 결코 외면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이산가족들의 전면적인 고향방문이 당장 어렵다면 우선 60세 이상 연로한 분들만이라도 고향과 핏줄을 찾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우리측의 생각입니다.

문화와 체육분야 및 인도적 교류와 함께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경제교류입니다. 우리의 아쉬움은 북녘땅에서 풍부하게 생산되는 자원을 애써 먼나라로부터 힘들여 수입할 필요가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이제부터라도 제3국을 거치지 않고 직접 활발하게 교류해야겠습니다. 어느 한쪽이 다른 쪽을 일방적으로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서로 필요한 것을 거래함으로써 함께 번영하자는 것입니다.

이제 남과 북은 가슴을 열고 서로 돕고 이끌어야 할 대화해시대를 만들어 평화통일의 굳건한 디딤돌을 놓아야 하겠습니다.

남북의 대표들은 이번 회담에서 남북 관계개선를 위한 기본적인 합의를 이룩하고 이를 토대로 접촉과 교류와 협력을 실천에 옮길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을 다해야 할 줄 압니다.

○연형묵 총리 만찬사<요지>

강영훈 수석대표선생!

그리고 이자리에 참석한 남측 대표들과 수원,기자 여러분.

우리가 지난 9월초 서울에서 첫 상봉을 한 때로부터 오늘까지는 불과 40여일 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짧은 기간 우리는 45년의 분단역사에서 일찍이 찾아볼 수 없었던 격동적인 사변들을 거듭 목격하고 체험하였습니다.

얼마전 중국에서 있는 제11차 아세아경기대회에서 온 베이징 시가 떠나갈 듯한 열광적인 박수로 북과 남의 선수들을 공동응원하던 동포들의 그 열띤 모습도 눈물겹도록 자랑스러웠지만 며칠전 풍치 아름다운 능라도의 5월1일 경기장에서 있은 북남통일 축구경기는 참으로 감동적이었습니다.

이제 이틀이 지나면 이곳 평양에서는 북과 남,해외의 음악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통일음악회가 성대히 열리게 되고 며칠후에는 또 서울에서 혈육의 정을 두텁게 할 통일축구경기가 진행되게 됩니다.

참으로 나라와 민족이 갈라진 후 처음으로 벌어지는 이 격동적인 사변들은 우리에게 조국도 하나이고 민족도 하나라는 것을 다시 한번 절감하게 하고 우리 겨레의 마음속에는 그 어떤 장벽도 없다는 것을 뚜렷이 보여주는 생동한 역사의 화폭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 앞에는 또 다른 현실이 있습니다.

평양에서 북남겨레들이 한몸이 되어 서로 뜨겁게 얼싸안고 돌아가고 있을 때 저기 원한서린 군사분계선에서는 한 핏줄을 나눈 젊은이들이 서로 총부리를 맞대고 있습니다.

항시적으로 전쟁의 위험을 안고 있는 이 우려할 만한 사태가 우리 평양과 온 삼천리 강토에 차 넘치고 있는 화해와 단합,통일의 분위기를 깨드리게 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우리는 긴장을 풀고 정세를 완화시켜야 하며 전쟁을 막고 평화를 이룩해야 하며 대결을 없애고 단합과 통일을 실현하여야 합니다. 그러자면 오늘과 같은 첨예한 정치ㆍ군사적 대결상태를 시급히 해소하여야 합니다.

대결을 해소하고 긴장상태를 풀며 전쟁의 위험을 가시고 평화의 담보를 마련하는 바로 여기에 우리 고위급회담 대표들이 자기의 사명을 다하는 길이 있고 보람과 긍지를 가지고 애국하는 참다운 길이 있습니다.

나는 우리 쌍방대표들이 이러한 자세로 이번 제2차 북남고위급회담에 임한다면 쌍방사이에서 합의를 보지 못할 문제란 있을 수 없다고 인정하면서 이번 회담에서 좋은 결실을 이룩하게 되리라는 기대와 확신을 표시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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