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기회있을 때마다 올연말까지 범죄대응력을 높여 민생치안을 확립하겠다고 공언한 경찰은 노태우 대통령이 대범죄 「선전포고」를 하자 또다시 조직폭력배,서민침해사범,마약ㆍ인신매매 등 고질적 범죄에 대한 80일 작전에 돌입한다고 발표했다. 경찰이 범죄를 뿌리뽑아 민생을 보호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내보인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당연한 업무를 마치 「토벌작전」이라도 하듯 덤비면서 인권문제와 직결되는 경찰관 직무집행법상의 직권남용 조항을 아예 삭제하기로 해 의구심을 일으키고 있다.경찰관 직무집행법은 이법 제1조가 말해주듯 「국민의 자유와 권리보호 및 사회공공 질서유지를 위한 경찰관의 직무수행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기 위해 제정됐다.
이에따라 이 법에는 경찰관의 직무범위,불심검문,보호조치,무기사용 등의 세부조항들이 열거돼 있고 12조에는 「이 법에 규정된 경찰관의 의무에 위반하거나 직권을 남용하여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친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한다」고 벌칙조항을 명시,경찰 스스로 준법을 위한 자경 규정으로 삼아왔다.
특히 이 조항은 공권력의 서슬이 퍼렇던 5공시설(81년 4월)에 신설됐다가 88년 12월 국회에서 「민화위」 건의에 따라 경찰의 각종 직권남용을 규제키 위해 형량을 6개월에서 1년으로 강화했었다.
경찰은 직권남용 처벌조항이 『선언적 규정으로 실익도 없이 사기만 저하시키는 요인』이라는 삭제이유를 들고 있다.
경찰은 또 이 법의 모델인 「일본경찰법」에도 처벌조항은 없다는 설명과 함께,직권남용의 경우 형법상 업무상 과실치사상,독직폭행 등 처벌조항이 있지 않느냐고 강변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이 이제까지 이 조항 때문에 임의동행을 못해 흉악범을 잡지 못했다거나 처벌이 두려워 사기가 떨어졌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경찰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서는 인력과 장비를 보강하고 특수직책수당 등 보수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게 더 시급한 과제였다.
경찰이 대통령까지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는 치안제일주의 분위기를 틈타 슬그머니 귀찮았던 문제 하나를 해치우려는 속셈이었다면 한심한 일이다. 아무리 좋은 처방이라도 교각살우의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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