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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 김재계 특파원 「통일축구」취재기(평양 4박5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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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 김재계 특파원 「통일축구」취재기(평양 4박5일:하)

입력
1990.10.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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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남녀 사랑담은 노래 인기/연회석상엔 「고향의봄」 단골메뉴/축구얘기하다가도 결론은 “통일”평양의 아침은 사이렌소리로 시작된다. 아침 7시,남에서 민방위훈련때 들었던 「앵」하는 금속성 파열음이 잠을 깨운다. 일터로 가는 발걸음이 창너머로 띄엄띄엄 보인다.

밤 11시 조금지나 평양 TV가 끝났다. 10개 채널이 있는 컬러TV(진달래) 버튼을 이것 저것 누르자 임수경이 화면에 나타난다. 지난해 7월 평양서 열렸던 「제13차 세계 청년학생축전」을 다시 돌려주고 있다. 서울에서 온 「기자선생」들을 의식해 호텔내에 설치된 케이블 TV를 통해 화면을 내보내고 있다.

임수경에 대한 남과 북의 시각은 물론 다르다. 북의 기자들,내 취재주변에서 발걸음을 철저하게 차단했던 북쪽 인사들은 『조국통일을 한다면서 「통일의 꽃」인 임수경을 감옥에 가두어 두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목청을 높인다.

제2차 남북고위급 회담을 앞두고 북한당기관지 로동신문은 『방북인사들을 즉시 석방해야 한다』며 강한 톤으로 남쪽을 향해 공세를 펴고 있다.

축구얘기를 하다가도 임수경학생과 문규현신부 석방,고려민주연방공화국을 세워 조국을 통일하자며 끝을 맺는다.

고려호텔 식당종업원은 임수경이 평양에서 좋아했던 음식메뉴를 읊어내린다.

북한측의 통제로 기자는 평양시민들의 평범한 일상을 목격하지 못했다. 극진한 대접을 받으며 허용된 명소만을 대충 살폈을 뿐이다. 기자들이 먹고 자고 눈으로 본 것은 평양시민들과는 거리가 먼 고급스런 일과였을지 모른다.

북경 아시안게임때 북한이 경영한 유경식당에서 들었던 유행가가 평양에서도 귀를 울린다. 전혜영이 부른 「희파람」이란 노래였다.

어제밤에도 불었네 희파람. 벌써 몇달째 불었네 희파람 희파람. 복순이네 집앞을 지날땐 이가슴 설레여.

나도 모르게 안타까이 희파람 불었네,휘휘휘. 호호호.

북한 젊은이들에게 인기있는 노래라고 한다. 1절만 놓고 본다면 북한에서도 젊은 남녀의 사랑노래가 가슴을 적시고 있다.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와 주체사상을 찬양하는 노래 만이 존재할 것으로 예상했던 평양에서 「희파람」노래가 애창되고 있다. 기자에게는 의외였다.

「고향의 봄」과 우리의 소원은 통일」. 남쪽 기자들이 간 곳에는 언제나 이 노래가 울려 퍼졌다.

한국 선수단을 위해 마련된 연회석상에서도 단골 메뉴였다.

기자는 휘파람 가사를 노트에 옮겨 적으면서 남과 북의 젊은이들이 한데 어울려 「통일의 휘파람」을 불어제낄 언젠가 그날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미화 1백달러를 주면 환전소에서 2백8원을 건네준다. 북한돈 1원이 우리나라 돈으로 3백50원쯤 된다.

고려호텔 커피 한잔값이 3원이므로 한국과 엇비슷한 수준이다. 『10원만 쓰면 평양역 근처에 있는 식당에서 불고기·전골과 같은 민족음식을 먹을 수 있다』고 안내원이 설명해준다. 그 식당에 가보고 싶었으나 기자는 평양역을 떠날때까지 갈 수 없었다. 1백원 안팎의 소득을 올리는 북한 근로자들이 3원을 내고 커피 한잔을 마실 수 있을까 계산해 본다. 또 우리나라 소득수준을 기준으로 해 사회주의 체제의 임금을 비교하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는가도 반문해 본다.

13일 아침 평양­개성 특별열차. 한칸에 아래위 2명씩 모두 4명을 담는 침대차다. 천천히 달릴뿐 유럽의 대륙횡단열차 못지 않다. 이 열차속에서 한 안내원은 말한다. 『황주는 사과가 유명하고,사리원에는 칼리비료공장과 시멘트공장이 있고,태백산성도 옛 그대로 보존돼 있지요. 저기가 임꺽정 본거지 입니다』 『우리는 모두 친형제 아닙니까. 빨리 통일돼야 지요』라고 또 다른 안내원이 역설한다.

9일 아침 북경에서 처음타 본 조선민항기. 1백80명의 승객을 실을 수 있다는 소련제 TU154기다.

통로가 좁아 승객들이 왔다갔다하기 불편했지만 스튜어디스는 한국선수단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예쁘장하게 생긴 스튜어디스의 말.

『한시간만 달리면 조선땅이 아래로 보이고 신의주서 15분이면 평양입니다. 서울 가는 것보다 더 가깝지요?』

평양에 머무르는 동안 여러사람에게 평양인구를 물었다. 1백20만명이라는 사람도 있고 1백50만,2백만이라고도 했다.

2백만명이 살아 숨쉰다는 평양. 대동강이 가로지르고,서울보다는 공해가 적은 것같고,고층빌딩도 있고,녹지시설도 잘 돼 있다. 겉으로 보면 아름다운 도시였다. 문제는 이 도시를 움직이는 사람들이 아니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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