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8 양일간 평양에서 갖게 되는 제2차 남북총리회담은 제1차 회담 이후 한반도와 그 주변정세가 괄목할만하게 급변한 가운데 열린다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된다.특히 북한의 변화는 북경아시안게임 때 공동응원에 동의했고 이어 평양에서 남북한 축구대표팀 경기와 범민족음악제를 가졌으며 뉴욕의 남북한영화제에도 참가하는 등 괄목할 만한 것이어서 남북총리회담과 어떤 연결점을 가질 수 있겠느냐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것이다.
총리회담의 주제를 「정치·군사적 대결상태 해소 및 다각적인 교류협력실시 문제」라고 한 데서 알 수 있듯이 남북간의 모든 문제는 포괄해서 토의하게 되어 있다. 때문에 이처럼 어렵고 광범한 문제들을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남북 관계를 정립하는 일정한 기본원칙을 제2차 남북총리회담에서는 먼저 합의하는 게 순서일 듯하다. 기본원칙 중 가장 선결해야 할 것은 상호 정권과 국가로서의 실체 인정이다.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는 협상은 무의미할 뿐더러 그 효과 역시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북한은 노동당의 규약 등을 통해 「남조선혁명에 의한 하나의 조국」을 확고한 국가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다.
변함없이 남조선해방 논리를 견지하면서도 연형묵 북한 총리가 지난번 서울에 와서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을 집어먹는 통일은 있을 수 없다」고 한 것은 자가당착의 발언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이번 회담에서 우리측은 다른 어떤 것보다 북한에 대해 「혁명노선 포기실체인정」을 설득,관철시켜야 한다. 다시 말해 실체인정을 비롯,내정불간섭 등 지난번에 제기했던 8개항의 기본합의서를 채택하는 데 우선적 역점을 두어야 한다.
기본합의서 채택 다음으로는 이산가족교환방문과 경제적 교류·협력의 구체화이다. 이산가족의 전면적인 상호방문이 여러 면에서 어렵다면 우선 60∼65세 이상 고령자들부터 실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남북간의 직교역문제는 서로에게 이익이 되고 나아가 함께 공영한다는 차원에서 남북이 남는 자원과 상품·농산물을 교화하는 방식으로 출발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회담 중 정치·군사면에서 실질적 합의를 끌어내는 것은 1차회담에서 나타난 양측의 공통적이고 비슷한 입장을 정리하는 것이다.
우선 상호비방 중지,양측 국방장관 간의 직통전화 가설,일정규모 이상 군사훈련의 상호통지 및 참관,비무장지대의 비무장화,일부 출판물의 상호출판 허용 등이 1차적으로 여기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회담기간 중 우리가 주목하는 점의 하나는 강영훈 총리의 김일성 방문·면담 때 과연 우리측의 남북한 공존협력 제의에 김이 어떠한 반응을 보일 것인가 하는 점이다. 만에 하나 김이 오늘의 국제적 대변혁의 참뜻을 외면한 채 아직도 남조선 해방이란 환상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정치성 선전성 제의를 할 경우 북한은 더욱 고립을 자초하게 되고 남북 관계는 뒷걸음질 치게 된다는 점을 깊이 인식했으면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