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구매사절단 파견등 대 서방 유화조치/경제운용 진통 거듭… 과감한 개혁은 기피중국경제는 침체의 긴터널을 벗어나 다시 개화할 것인가.
지난해 천안문사태 이후 국제적인 고립상태에 빠졌던 중국은 북경아시안게임이 성공적으로 끝남에 따라 경제회복을 위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경제회복을 위해서는 주요 수출시장인 동시에 자본 및 기술도입국인 선진국들과의 관계개선이 무엇보다도 절실한 중국은 따라서 최근 잇달아 대 서방 유화조치를 취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9일 천안문사태 이후 계속되고 있는 금수조치를 완화하기 위해 미국에 사상 최대 규모의 구매사절단을 파견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중국은 또 같은 날 외교부 성명을 통해 중국과 유럽공동체(EC)간의 관계가 조속히 정상화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활발한 경제외교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국내경제운용방향을 놓고 여전히 내부적인 진통을 거듭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경제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룰 13기 7중전회(중앙위원회 전체회의)가 10월에서 12월로 연기된 사실이라든가 이붕 총리가 중국관측통들의 예상과는 달리 보수적 기조의 5개년 경제계획을 밝힌 사실등이 이를 뒷받침해 준다.
이붕 총리는 9일 인민일보를 통해 발표한 장문의 연설에서 『우리는 맹목적으로 개발할 수는 없으며 지나치게 빠른 성장을 원하지도 않는다』면서 내년부터 5년간 경제절약을 확대하고 개발계획을 축소해줄 것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그는 가격개혁과 국영기업의 사유화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중국 지도부는 현 경제상태가 서서히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어 급격한 경제개혁 조치가 불필요하며 중국경제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점들은 서방과의 관계개선을 통해서 충분히 해결될 수 있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중국경제는 지난 2ㆍ4분기부터 서서히 불황에서 탈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중 산업생산은 4.1%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같은 경제 흐름상에서 나타난 중요한 특징은 국영기업과 지방의 향진(농촌) 기업과의 현격한 차이다.
국영기업들은 지난해 4ㆍ4분기때부터 정부의 각종 금융혜택을 받았지만 생산증가율이 1.8%에 그쳤다. 반면 향진기업들은 2ㆍ4분기중 6.6%의 성장을 기록했다.
이와 함께 중국의 뿌리깊은 경제의 구조적 문제가 점차 심각해지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취약한 재정구조 및 정부수입 감소추세다. 정부의 수입은 세금과 국영기업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지난해 정부수입은 5.8% 증가한 반면 지출은 무려 12.2%나 늘어났다.
그 결과 지난해 예산적자는 약 4백억원으로 GNP의 2.4%에 달했다.
이같은 국영기업의 부실화는 그동안 은폐되었던 중국의 제한적 시장체제의 구조적 모순에 의해 초래됐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국영기업의 주생산품은 냉장고 세탁기 TV 등 내구소비재들로 그동안 정부의 각종 지원으로 싼 값에 제품을 시장에 내놓았었다.
80년대 중반부터 도시소득 증가로 이러한 제품에 대한 수요가 폭발했으나 80년대말에 이르러 인플레 등으로 구매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현재는 인플레의 압력이 어느 정도 사라졌으나 이들 제품이 팔리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 결과 재고는 급증하고 국경기업 등은 생산을 축소하거나 공장을 폐쇄시키지 않을 수 없다.
때문에 해외시장의 필요성이 절실해졌으나 천안문사태 등으로 국제적으로 고립돼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결과적으로 중국은 현재의 경제침체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과감하고 대폭적인 경제개혁을 실시하면서 적극적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해야 할 어려움에 처해있다.
일단 중국의 현 지도부는 후자에 전적으로 매달리고 있다.
더욱이 중국은 90년대들어 외채상환의 절정을 맞기 때문에 국제사회고립으로부터 탈피가 급선무다.
중국은 이붕총리의 초긴축정책으로 인플레는 일단 진정시켰으나 대신 성장은 정지상태에 빠졌다.
현 경제의 흐름은 조자양 전 총서기가 심어 놓았던 개혁의 뿌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깊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러나 중국의 보수적인 현 지도부는 소유제도의 급격한 변화나 국영기업의 경영방식 개선,가격 개혁 등을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
실물경제의 흐름을 애써 외면한 이붕총리의 5개년계획이 강력한 반발에 직면하고 있음은 7중전회가 2개월 가까이 연기된 사실로도 엿볼 수 있다. 중국경제가 또다시 만개하기 위해서는 경제운용방향에 대한 내부적 진통이 우선적으로 정리되어야 할 것처럼 보인다.<이상호기자>이상호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