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투쟁” 연사 6명 초강경 일색/김 총재 불참에 일부 청중 항의… 연설 중단도/사찰대상 의원들 가슴에 「번호」달고 참석/이 총재 무개차에 투석… 10여명 부상당해보안사의 민간인 사찰을 규탄하기 위해 13일 하오 서울 보라매공원에서 열린 평민ㆍ민주 등 정당과 재야 6개 단체 등 9개 단체 공동주최의 군중집회는 곧바로 정권퇴진을 요구하는 등 대여 총공세.
그러나 이날 대회는 정당과 사회단체들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분위기를 유도한 데다 단식 6일째인 김대중 평민당 총재가 불참해 구심력을 잃고 산만한 인상.
○단체별 식순 고루 배분
○…이날 대회는 9개 참가 단체에게 기회균등을 주기 위해 개회선언부터 만세삼창에 이르는 식순에 각 단체의 대표를 골고루 배분.
이부영 통추회의 실행위원의 개회선언으로 하오 3시에 시작된 대회는 홍영기 평민당 진상조사 단장의 조사보고에 이어 연사 6명이 나서는 규탄연설순서에 돌입.
이기택 민주당 총재,정의구현사제단의 문정현 신부,이우재 민중당 창당준비위원장,송갑석 전대협 의장,전국목회자협의회의 박형규 목사,최영근 평민당 수석부총재 등이 각각 10분씩 나눠 행한 규탄연설은 초강경 일색.
○플래카드ㆍ깃발 물결
○…이날 대회장 주변은 각종 대회참가단체가 내건 플래카드와 깃발이 물결을 이루었는데 그 내용은 「보안사 해체」 「정치사찰중지」 「영구집권 음모규탄」 등 정부ㆍ여당 비난 일색.
연단 앞쪽에는 하오 2시께부터 몰려든 「열렬참가자」들이 미리 자리를 차지. 대회시작인 3시까지 청중들이 꾸준히 늘어났으나 일반적 예상에는 못미쳐 주최측은 당황해하는 모습.
의원들은 연단에 마련된 「사퇴의원석」에 줄지어 앉았는데 보안사의 사찰대상에 포함됐던 의원들은 사찰자료에 기재된 「번호」를 가슴에 붙이고 참석해 눈길.
○…첫 연설에 나선 이기택 민주당 총재는 「정권퇴진」에 초점을 맞춘 강도높은 대여 비난을 펴면서 『보안사 사찰로 이 나라를 창살없는 감옥으로 만든 사람은 노태우 대통령』이라고 맹공.
○“6월 항쟁 아직 생생”
이 총재는 『눈만 뜨면,밥 숟가락만 놓으면 국민이 어찌되든 무책임한 민자당 정권을 언제까지 용서하겠는가』라며 『6월항쟁의 함성이 아직도 생생한데 우리는 아직도 군사정권의 종식을 위해 모여야만 했다』라고 성토.
이어 문정현 신부는 「보안사 사찰번호 169번」이라고 자신을 소개하고 등단,『노 대통령이 오늘 도덕성 회복을 얘기했는데 6ㆍ29선언을 비롯,거짓말을 해온 그가 도덕성 얘기를 할 자격이 있는가』고 비난.
또 이우재 민중당 대표는 『민주세력이 오늘같은 공동투쟁의 모습을 보이면 온 국민이 용기백배해 군정종식에 나설 것』이라고 분위기를 유도했으며 통추회의를 대표한 박형규 목사는 『윤석양 이병이야말로 이땅의 군인정신과 군인의 명예를 지키고 민주화의 길에 국민들을 하나되게 한 용기있는 군인』이라고 윤 이병을 칭찬.
○「김대중」 계속 연호
한편 경찰에 수배중이어서 참석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던 송갑석 전대협 의장도 등단,『보안사 해체와 안기부 폐지는 현재의 군사독재정권이 존재하는 한 불가능하다』고 주장.
송 의장이 단상에 오르자 청중의 3분의 1 가량이 한꺼번에 일어나 질서정연하게 구호를 외쳐대 전대협이 사실상 이날 분위기를 주도.
마지막 연사로 나온 최영근 평민당 부총재가 『김대중 총재가 단식중이어서 못나왔다』며 양해를 구하는 순간 많은 청중들이 자리를 뜨는 모습이었으며 일부 청중들은 『김 총재를 내놓으라』며 단상을 향해 돌과 빈병 등을 던지며 항의.
최 부총재가 잠시 연설을 중단한 채 『나는 김 총재를 대신해서 나온 사람이니 진정해달라』고 자제를 요청했으나 일부 흥분된 사람들은 계속 『김대중』을 연호하며 최 부총재의 연설을 방해해 혼란.
○50분 동안 김 총재 만류
○…대회참석 여부가 관심의 초점이 되어온 김대중 총재는 담당의사와 주변의 계속적인 만류에도 불구하고 대회시작전까지 참석에 강한 집념을 보였으나 끝내 불참키로 결정.
때문에 김태식 대변인은 하오 1시20분 불참결정을 공식발표했다가 10여분 만에 보류를 요청했고 평민당은 50여분간에 걸쳐 김 총재가 단식중인 총재실에서 참석 만류를 위한 구수회의를 갖는 등 우여곡절.
그러나 평민당의 주요 당직자들은 김 총재 설득작업을 펴 50여분 만에 가까스로 불참결정을 유도.
○공동집회로 진행 산만
○…이날 보라매공원 대회장은 지난해 공안정국 보고대회나 지난 7월 사퇴정국 보고대회때보다 훨씬 적은 군중들이 운집.
4만여평 운동장의 절반가량을 메운 청중들은 9개 단체에서 공동주최한 때문인지 구심점이 없고 산만한 모습들이었는데 특히 구호,플래카드 등에서 이같은 모습이 역연.
평민당측은 주로 보안사 사찰과 지자제문제 등을 부각시킨 반면 민주당측은 정권퇴진을,국민연합 등 재야단체에선 민중투쟁을 각각 강조,백화점식 주장들이 난무.
한편 이날 예상보다 적은 청중숫자에 대해 평민ㆍ민주당 관계자들은 『9개 단체가 공동으로 주최해 구심점이 덜했던 데다 재야단체들이 대거 참석,「불편」할 것을 시민들이 예상했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 반면 재야의 한 관계자는 『지난 7월 대회때는 야권통합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었으나 그동안 통합과 관련,많은 희망을 잃게 했다』며 서로에 책임을 미루는 인상도.
○울먹이며 동생 걱정
○…이날 대회장에는 보안사 사찰 사실을 폭로한 윤석양 이병이 나와 증언할 예정이었으나 불참했고 대신 윤 이병의 큰 누나인 석례씨(41)가 나와 대국민 호소문을 낭독.
윤씨는 『평범한 학창시절을 보내던 동생의 입대경위와 소재도 모른 채 애를 태웠는데 양심선언을 했다는 보도를 듣고 살아있다는 안도감을 느꼈다』면서 『평범한 동생이 그같은 일을 한 데 대해 누나로서가 아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크게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술회.
윤씨는 『그러나 동생이 앞으로 겪을 고초를 생각하면 눈물을 감출 수 없다』며 울먹울먹.
○조기진화에 안간힘
○…평민당은 이 민주총재 일행의 무개차에 돌과 소주병이 날아와 10여명이 부상하는 불상사가 발생하자 이를 외부세력의 책동으로 돌리는 등 조기진화에 주력.
김 대변인은 즉각 성명을 발표,『평민ㆍ민주당을 이간시키려는 불순세력들의 간교한 공작행위인만큼 정부당국은 행위자를 전원 검거해 배후를 밝히라』고 촉구.
그러나 피해자인 민주당측은 폭력을 행사한 측이 평민당 열성지지자일 가능성이 높다는 입장을 감추지 않으면서 15일의 당공식 회의에서 진상을 밝히고 대책을 논의키로 결정.<조재용ㆍ정병진 기자>조재용ㆍ정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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