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백여명 악단 “우리의 소원” 연주 흥돋워/한필화씨도 나와 응원○남북통일축구가 열린 5ㆍ1경기장은 경기 시작 전부터 열광의 도가니. 경기가 시작되기 3시간여 전부터 15만 좌석을 꽉메운 관중들은 지난 2월의 남북체육회담에서 결정된 단일팀 깃발을 흔들며 양팀을 열렬히 응원. 특히 스탠드 하단에 자리잡은 2백여명의 대규모 악단이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연주하자 관중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같이 따라 부르며 흥을 돋우기도. 이날 관중들은 북한당국에서 각 기관별ㆍ직장별로 배부한 무료 초대권을 갖고 입장했고 질서 정연하게 응원전을 펼쳐 관제 동원 응원단임을 여실히 입증.
남쪽에 오빠 한필성씨를 둔 한필화씨도 경기장에 나와 열띤 응원을 펼쳐 주목.
○…관중들도 너나 할 것 없이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북측이 공을 잡으면 북측에,남측이 공을 잡으면 남측에,평양 TV의 중계아나운서도 똑같이 조선,남조선이 아니라 남측,북측이었다.
전반 김주성이 첫 골을 넣자 관중들의 함성이 스탠드를 흔들었다.
골을 넣으면 습관적으로 펄쩍펄적 뛰던 김주성도 멈칫 서서 관중들에게 깍듯한 인사를 보냈다.
이재명 한국축구팀 단장은 경기에 앞서 출전선수들에게 『승패를 떠나 최선을 다해달라』고 주문.
이 단장은 또 경기가 격해질 것을 우려,북한선수들과의 지나친 몸싸움을 피하고 파인 플레이를 해줄 것을 당부했다.
○종료 10초 남기고 역전
○…안타깝고 어처구니 없는 10초였다.
서로가 밝은 낯으로 등을 두드리며 함께 통일의 걸음을 한발짝 디뎠다고 말하려는 순간 주심의 호각소리가 좋은 분위기를 순식간에 깨고 말았다.
FIFA 국제심판인 북한의 장석진 주심은 남북통일축구경기 종료를 불과 10여초 남겨놓고 페널티킥을 선언,한국은 1-2로 역전패하고 말았다.
주심은 한국의 이영진이 북한 공격수 조인철의 점프 때 페널티 에리어 안에서 밀었다며 직접 프리 킥을 선언했다. 『절대로 페널티 킥을 주어야 할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는 것이 한국 코칭 스태프의 이야기다.
조인철이 공중볼을 처리하기 위해 이영진을 누르고 뛰어 오른 것이어서 한국의 공격권이 주어져야 한다는 것.
1-2로 역전된 순간 본부석의 김유순 북한체육위원회 위원장,김형진 부위원장의 낯빛도 침통해졌다.
한국이 역전골을 먹자 경기가 끝나지 않았음에도 공을 밖으로 걷어차 낸 한국 GK 최인영과 경기중 비신사적 행위를 연발한 이영진도 질타를 받아야 할 부분이었다.
○선수단 동정 상세 보도
○…북한 TV들은 10일 하오 9시 뉴스에서 평양을 방문중인 한국선수단과 기자단의 동정을 화면과 함께 비교적 상세히 보도했다.
평양과 개성에서 방송되는 2개 채널의 북한 TV는 이날 뉴스에서 정동성 체육부 장관이 대동강에서 얼굴을 씻는 장면과 평양교예(서커스)단 공연을 한국선수단과 기자단이 관람하는 모습을 약 5분간 방영했다.
○…이날 경기를 생방송한 중앙 TV아나운서 중계는 남쪽과 매우 다른 용어를 사용,「단독 드리블」은 「단독 돌입」 「미드 필더」는 「중간 방어수」 「숏 패스」는 「짧은 연결」로 표현했다.
◎이 전 감독에 아버지가 생일상
○…10일 감격의 상봉에 이어 이날 아침 생일상을 같이한 이회택 부자는 경기장 본부석에 앉아 관전.
이회택씨는 『통일축구대회가 열린 감격은 무엇에 비교할 수 없다. 앞으로 더 교류가 확대되어 다른 종목도 활발하게 교환경기가 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40년 만에 북에서 아버지를 상봉한 이회택 감독은 11일 45회 생일을 맞아 아버지가 차려주는 생일상까지 받았다.
이회택 감독은 아버지와 함께 생일상에 앉은 뒤 『아버지가 자식생일을 차려준다는 것은 이상하다』며 미안해했다.
이 감독은 생일상에 놓인 곡주를 아버지의 잔에 따라 주며 『아버지의 생신 때는 저와 제 아내가 생신상을 차려 드렸으면 좋겠습니다』고 말했다.
이날 생일상에는 2개의 생일케이크가 놓여 있었는데 3층짜리 케이크는 동구에서 유행하고 있는 모양으로 북한에서는 「똘떠」라고 불리는 것.
또 「축 리회택 생일」이라고 쓰인 단층 케이크는 카스텔라 위에 젤리를 얹어 놓은 것이었다. 생일상은 아버지가 뒤늦게 아들의 생일을 알고 숙소인 고려호텔에 부탁해 급히 마련한 것.
이회택씨는 아버지와 삼촌에게 이날 갖고온 한복 한벌씩을 선물했고 북쪽에 있는 친척들에게 전해달라며 속옷 10벌도 함께 선물했다.
또 대한축구협회에선 양복과 운동복,대우전자제품을 이 감독 부친과 삼촌께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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