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절반 하층민할당」에 상하간 갈등확산/찬반시위에 열차방화까지… 연정 최대위기공직의 절반가량을 하층민에게 할당하려는 VㆍPㆍ싱총리의 파격적 정책을 둘러싼 시위와 폭동이 몇주째 인도전역을 휩쓸면서 집권 10개월째를 맞는 싱총리의 소수당연립정부가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당초 이 유혈폭동사태는 싱총리의 정책을 반대하는 상류계층에서 일으켜 왔으나 이번엔 거꾸로 정부안을 지지하는 그룹이 저지른 열차방화로 60명 이상의 승객이 숨지는 참사까지 발생,인도정국은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다. 지난 10일 인도남부 안드라 프라데시주의 수도 하이데라바드에서 싱총리의 고용정책을 지지하는 극좌파 모택동주의자들이 파업을 선동하는 유인물을 뿌리며 열차바닥에 파라핀유를 뿌리고 불을 질러 60여명의 승객이 사망한 것이다.
이에 앞서 이미 지난 8월7일 하층민에 할당되는 중앙 및 지방정부의 공직을 현재의 22.5%에서 49.5%로 늘리는 새고용정책이 발표된 이후 인도에서 카스트제도가 가장 엄격히 지켜지고 있는 북부지방을 중심으로 반대시위와 폭동이 연일 계속돼 지금까지 70여명이 사망하고 20여명이 분신자살하거나 독약을 마시고 숨졌다.
그후 시위는 전국으로 확산돼 뉴델리에서도 지난 84년 인디라ㆍ간디총리의 암살 이후 최악의 폭력사태가 지난 몇주간 계속됐다.
학생시위로 인구 9백만의 수도가 사실상 마비되는 사태가 빚어지자 지난 8월27일 뉴델리시정부는 휴교령을 단행,각급학교가 2주간 문을 닫아야만 했다.
그러나 지난달 17일 휴교령이 해제되자 학생들의 시위는 19일 곧바로 재발했다.
경찰과 학생들이 시내에서 충돌하고 있는 동안 약 15㎞ 떨어진 한 대학에서는 수백명의 학생ㆍ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3명의 대학생이 자신들의 몸에 가솔린과 등유를 끼얹고 성냥을 그어 예술대학 3학년생인 라지브ㆍ고스와미군이 6도화상을 입고 중태에 빠졌다.
하랴나주의 암발라시에서는 상류계층인 브라만의 한 여학생(18)이 『내 두눈을 싱총리에게 기증할테니 총리는 이 눈으로 세상물정을 똑바로 보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채 목을 매어 자살해 공직할당계획을 둘러싼 인도사회의 갈등이 얼마나 심각한가를 보여주었다.
펀잡주의 줄룬데시에서는 공직할당계획에 찬성하는 하위계층과 반대하는 상위계층이 충돌,계급투쟁의 양상까지 보이기도 했다.
카스트제도란 BC 1400년께부터 주민을 통치계급인 브라만 크샤트리아,피치자계급인 바이샤 수드라로 나누어 직업과 혼인등에 차별을 둔 신분제도로 인도공화국이 수립되면서 헌법상 폐지됐으나 사회적으로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대부분이 상류계층출신인 학생들은 직업할당계획이 실시될 경우 내버려두면 저절로 사라질 계급제도를 오히려 부활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새정책이 실시될 경우 자신들이 가장 손해를 볼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인도전역에 걸쳐 시위를 주도하고 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역시 상위계층출신이 대부분인 언론과 도시의 엘리트들도 학생들의 입장을 두둔하고 있다.
싱총리가 공직할당계획을 추진하게 된 동기는 자신의 취약한 정치적 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싱이 이끄는 국민전선연합이 라지브ㆍ간디 전 총리의 국민의회당을 이기고 권력을 장악했지만 국민전선은 서로 적대적인 5개 야당의 연합으로 언제 와해될지 모르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 게다가 라지브ㆍ간디 전총리가 최다의석을 가진 국민의회당을 기반으로 다음 총선에서 권토중래를 노리고 있어 싱총리로서는 정치적 기반의 확대가 시급했던 것이다.
그러나 야당이 싱총리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고 국민전선내부의 바라티야 자나타당(BJPㆍ인도인민당)과 좌ㆍ우파 공산당들도 싱을 비난하고 있어 자칫하면 연립정부가 붕괴될 위험성마저 내포하고 있다.
공직할당계획을 중지하라는 각계의 요구에 대해 싱총리는 『계획을 중지하느니 차라리 사임하겠다』며 아직은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다음 총선을 대비해 그가 던진 승부수가 재집권을 가져올지,아니면 몰락을 재촉할지 주목된다.<남경욱기자>남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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