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민자당 대표와 김대중 평민당 총재가 만났다는 것은 오랜만에 듣는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이들의 단독회담은 단식중인 김 총재를 김 대표가 위문하는 형식으로 이뤄졌지만 앞뒤가 꽉막힌 정치,혼미를 거듭하고 있는 시국을 감안하면 오랜 가뭄 뒤에 단비를 맞는 느낌이다. 국민의 입장에선 두 사람이 만난다는 게 그렇게 어렵기만한 일인지 궁금하고 안탑깝기 짝이 없는 일이다.대다수 국민들은 오늘의 시국상황에 대해 체념을 느끼고 있다. 사방 어디를 돌아보아도 희망을 걸 데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다른 분야를 선도해야 할 정치는 일찌감치 파탄된 데다 정기국회가 시작되는 데도 제1야당 총재의 단식으로 정국은 벼랑에 선 데다가 보안사의 민간인 사찰파동은 나라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 더구나 야당과 재야는 보안사사건을 들어 13일 대정부규탄 집회를 스타트로 전국적인 장외투쟁을 준비중이라는 소식이다.
두 김씨는 뭐니뭐니해도 오늘의 정치를 제대로 이끌어갈 책임이 있는 대표적인 지도자다. 오랫동안 함께 야당에서 투쟁했고 불꽃튀는 라이벌 관계를 지속시켜 왔으며 장차 93년 이후 또다시 대권도전에 나설 채비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정치부재와 시국혼란을 외면하고서도 과연 대권 꿈을 실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반문하고 싶다. 그렇지 않아도 많은 국민들은 여야의 극한 대치로 오늘의 정국이 극도로 경색된 것은 두 김씨의 사욕과 독존과 아집을 바탕으로 한 뿌리깊은 경쟁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는 게 사실이다. 때문에 간간이 거론되고 세 김씨들의 퇴진론은 언제든지 뜨거운 현안이 될 잠복성 이슈로 남아 있는 것이다.
이제 두 김씨는 모든 것을 툭툭 털고 심기일전,가슴을 활짝 열어야 한다. 이날 단독요담에서는 정국정상화 조건에 대해 의견을 나눴고 구체적인 절충은 중진들간의 접촉에 맡겼다고 하나 우리의 생각으로는 두 김씨가 잇달아 요담을 갖고 정치회복을 포함한 시국수습책을 타결지어야 한다. 이날 단독요담에서는 정국정상화 방안에 대한 이견차는 좁히지 못했지만 「정치부재에 깊은 책임과 우려를 공감했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로 받아들이고 싶다. 김 총재가 단식에 들어가면서 제기한 4개 조건중 가장 핵심인 내각제 개헌과 지방자치제 실시문제의 절충은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하지만 결코 해결이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우선 김 총재는 무조건 그리고 즉각 단식을 중단해야 한다. 그리고 김 대표와 만나 난국수습에 나서야 한다. 물론 김 대표는 야당의 주장을 최대한 듣고 수용한다는 아량과 자세를 보여야 한다.
다시 한번 당부하고자 한다. 두 김씨는 오늘의 시국,특히 국민의 불만과 분노와 개탄을 결코 안이하게 받아들여서는 안된다. 두 김씨는 어느쪽에 더 잘잘못이 있고 더 큰 책임이 있든 정치를 「건국 후 최악의 수준」으로 만든 일단의 책임이 있는만큼 마땅히 수습할 책임도 있는 것이다. 행여나 승패개념에 집착하여 「나만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엄청난 착각일 것이다. 두 김씨의 책임있는 지도자로서의 결연한 자세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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