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즉석복권 시비/홍선근 경제부 기자(기자의 눈)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즉석복권 시비/홍선근 경제부 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0.10.12 00:00
0 0

즉석식 복권.사는 즉시 당첨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이 복권이 지난달부터 국내에서도 본격 발행돼 예상을 훨씬 웃도는 판매고를 보임에 따라 「복권시비」가 새삼스레 일고 있다.

한장에 5백원씩을 주고 사서 그 자리에서 복권 겉면을 동전이나 손톱으로 긁어내 당첨금을 타낼 수 있는 이 복권이 판매되자 판매대에는 많게는 수십명까지도 몰려 복권을 긁고 있는 모습을 연출했고 실제 수백만장의 복권이 대체로 1주일 만에 다 팔려 나갔으니 개인적으로는 끌리면서도 사회적으로는 동의할 수 없는 사행심 조장 행위라고 시비의 대상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들 복권의 최고 당첨금 5백만원 혹은 1백만원은 이제 와서는 일확천금이라고 할 수도 없는 상황이 됐지만 사회적 사행심을 이들 복권이 조장하는 것도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문제는 정확한 대상을 향해서 쏘아져야 할 복권발행에 대한 비판적 여론의 화살이 미처 발행당사자에까지는 날지 못하고 엉뚱하게도 판매대행자에게 쏟아지고 있는 점이다.

최근 발행된 엑스포 복권의 경우 발행자는 대전 엑스포조직위원회,판매대행자는 조흥은행이며,체육복권의 경우 발행자는 국민체육진흥공단,판매대행자는 외환은행이다. 즉 복권발행 조성기금은 발행자에게 모두 돌아가고 은행들은 약간의 판매수수료만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은행이 비난 받을 만한 사행심을 조장」하고 있는 것으로 돼있고,정작 발행자는 그뒤에 숨어 있다. 발행자들도 적극적으로 숨은 게 아니라 여론의 화살이 닿지 않는데 굳이 나설 이유가 없는 상황이다.

이렇게 되다보면 여론의 내용도 『왜 박람회 기금이나 체육기금을 문제가 많은 복권발행을 통해 조성하는거냐』에서,본질과는 영 다르게 『은행이 왜 사행심을 조장하느냐』로 변질돼 버리고 만다.

개별은행 입장에서 보면 일단 특정복권이 은행을 통해 발매되기로 한 이상 남에게 뒤지지 않기 위해서도 판매권을 따내야 하는 게 당연하다. 이를 비난함은 마치 정부가 돈을 많이 찍어낸다고 조폐공사를 탓하는 것과 같다.

복권시비의 화살은 마땅히 발행당사자,나아가서는 그를 허용한 정부를 겨냥해야 한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문제가 풀릴 것이기 때문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