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석식 복권.사는 즉시 당첨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이 복권이 지난달부터 국내에서도 본격 발행돼 예상을 훨씬 웃도는 판매고를 보임에 따라 「복권시비」가 새삼스레 일고 있다.
한장에 5백원씩을 주고 사서 그 자리에서 복권 겉면을 동전이나 손톱으로 긁어내 당첨금을 타낼 수 있는 이 복권이 판매되자 판매대에는 많게는 수십명까지도 몰려 복권을 긁고 있는 모습을 연출했고 실제 수백만장의 복권이 대체로 1주일 만에 다 팔려 나갔으니 개인적으로는 끌리면서도 사회적으로는 동의할 수 없는 사행심 조장 행위라고 시비의 대상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들 복권의 최고 당첨금 5백만원 혹은 1백만원은 이제 와서는 일확천금이라고 할 수도 없는 상황이 됐지만 사회적 사행심을 이들 복권이 조장하는 것도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문제는 정확한 대상을 향해서 쏘아져야 할 복권발행에 대한 비판적 여론의 화살이 미처 발행당사자에까지는 날지 못하고 엉뚱하게도 판매대행자에게 쏟아지고 있는 점이다.
최근 발행된 엑스포 복권의 경우 발행자는 대전 엑스포조직위원회,판매대행자는 조흥은행이며,체육복권의 경우 발행자는 국민체육진흥공단,판매대행자는 외환은행이다. 즉 복권발행 조성기금은 발행자에게 모두 돌아가고 은행들은 약간의 판매수수료만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은행이 비난 받을 만한 사행심을 조장」하고 있는 것으로 돼있고,정작 발행자는 그뒤에 숨어 있다. 발행자들도 적극적으로 숨은 게 아니라 여론의 화살이 닿지 않는데 굳이 나설 이유가 없는 상황이다.
이렇게 되다보면 여론의 내용도 『왜 박람회 기금이나 체육기금을 문제가 많은 복권발행을 통해 조성하는거냐』에서,본질과는 영 다르게 『은행이 왜 사행심을 조장하느냐』로 변질돼 버리고 만다.
개별은행 입장에서 보면 일단 특정복권이 은행을 통해 발매되기로 한 이상 남에게 뒤지지 않기 위해서도 판매권을 따내야 하는 게 당연하다. 이를 비난함은 마치 정부가 돈을 많이 찍어낸다고 조폐공사를 탓하는 것과 같다.
복권시비의 화살은 마땅히 발행당사자,나아가서는 그를 허용한 정부를 겨냥해야 한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문제가 풀릴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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