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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점없이 여야 힘겨루기로/단식정국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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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점없이 여야 힘겨루기로/단식정국 어떻게 될까

입력
1990.10.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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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야 결속 다져 정면승부 채비 평민/묘안 못찾고 「국회시한」만 대기 민자「야당총재의 단식」이라는 초강경 수단에 강타당한 정치권은 김대중 평민 총재의 단식 이틀째인 9일 「단식정국」의 장기화를 기정사실화하면서 나름대로의 대응을 위해 부심중이다.

평민을 비롯 민주 국민연합 등 야당과 재야의 야권이 오는 13일 보라매공원에서 연합집회를 갖기로 하는 이례적인 단결상을 보여 주목을 끌고 있고,민자당 등 여권은 정기국회의 단독운영이 불가피함을 느끼면서도 속수무책인 모습이어서 긴장의 파고를 높이고 있다.

○…평민당은 김 총재 단식 자체에 대한 내부의견을 정리해 나가면서 장기단식을 기정사실로 해 단식분위기 확산 등 후속조치에 눈을 돌리는 모습. 재야인사의 잇단 방문과 야권의 격려에 단식결정의 당위성을 애써 찾으면서 범야권 결속을 통해 대여 정면전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김 총재를 대신해 총재 직무대행이된 문동환 상임고문 주재로 정례비상대책회의를 갖는 한편 철야농성을 한 의원들도 매일 밤 8시30분 의원간담회를 갖고 투쟁방안을 가다듬어 가기로 하는 등 체계화된 투쟁태세를 갖추려 하고 있다.

이날 평민당 당사에는 통추회의의 김관석 상임대표를 비롯해 권종대 전국농민회 의장 윤영규 전교조 위원장 등이 찾아와 단식결정에 대한 적극 지지와 계속적인 공동투쟁을 다짐해 야권이 그런대로 구심점을 찾아가고 있음을 반증.

평민당은 범야 공동투쟁방안의 모색과 함께 각 지구당별로 동조농성을 갖기로 하는 등 내부 전열의 정비에도 신경. 분위기가 무르익었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소속의원들이 동조단식을 하는 방안도 신중히 검토되고 있다는 전문.

이날 의원들은 대부분이 「졸지에」 철야를 한 탓인지 다소 피곤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나 『현시국에 대한 처방은 극약밖에 없다』는데는 인식을 같이하며 서적과 필기도구를 준비하는 등 장기농성태세.

○…평민당은 김 총재의 단식과 때를 같이해 여권의 무성의에 대한 일괄공세를 시작했는데 김태식 대변인은 공식 논평을 통해 『여권의 반응이 답답할 뿐이다』고 거듭 강조한 뒤 『김 총재의 단식을 정국불안 요소로 떠넘기며 모든 문제를 원내서 다루자고 한 노태우­김영삼의 회동은 또다른 형태의 정치야합』이라고 비난. 그러나 일부 의원들은 단식의 효용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제기했는데 한 의원은 『김 총재의 결단이 자칫 왜곡될까 걱정하면서 새로운 방법의 모색을 요구하는 분위기도 적지 않다』고 다소 걱정어린 모습.

김영배 원내총무는 『김 총재가 취한 행동은 불가피한 수순』이라고 강조하면서도 『오는 13일의 보라매공원 집회가 국민여론의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

의원들은 김 총재의 건강이 극도로 악화될 경우 단식정국이 새로운 국면을 맞을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70세를 앞둔 김 총재의 건강상태에 관심을 집중.

한 의원은 『확고부동한 지지기반을 가지고 있는 김 총재의 상태가 악화될 경우 단식의 당위성에 대한 공감대가 확대될 것』이라면서 『이러한 불행한 사태 이전에 좋은 타결점이 모색되어야 할텐데 안타깝기만 하다』고 한숨.

○…여권이 단식정국을 대하는 기조는 「선 등원­후 협상」의 기존원칙. 이는 바꾸어 말하면 예기치 않았던 노를 찔럿고 이에 속수무책을 감내해야하는 속사정을 잘 말해주는 것이다.

다시 말해 김 평민 총재의 단식을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여권의 표정은 단식 자체의 의외성에 기인하기도 하지만,이를 해소할 만한 이렇다 할 묘안을 갖고 있지 못하고 있는 입장을 스스로 너무 잘 알고 있고,따라서 심화일로를 걸을 정국 경색의 책임을 벌써부터 부담스러워 하고 있는 것이다.

민자당 등 여권이 「극한선택」을 불사한 김 평민 총재의 계산과 향후 수순에 일단 관심을 집중하는 것도 이런 사정 때문.

민자당으로서는 다만 단식이라는 수단이 내포한 「폭발성」으로 뜻밖의 돌발사태 발생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나름대로의 명분축적에 일정기간을 몰두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런 점에서 남은 정기국회 회기가 민자당 단독으로 운영되리란 예상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러나 10일 열릴 국회 국방위원회에서부터 단독운영이 파행으로 직결되는 인상은 최대한 불식시켜야만 할 입장.

즉,야당을 상대로 굳게 닫힌 문을 어렵게 두드리기보다는 예산안 처리 등 누가보아도 불가피한 안건처리를 통해 국민을 향한 행동을 보여주는 외에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 해도 민자당이 선뜻 단독국회에 나설 수 있는가는 그때가서 또 다른 변수가 나타나느냐에 달려있다. 김 평민 총재의 단식기간이 10일을 넘어서면 단식 초기와는 다른 국민감정을 부추길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민자당의 운신을 힘겹게 만드는 것은 계파간 내부 통제의 불주라는 게 일반적 견해이다. 김 평민 총재의 등원선행조건인 지자제와 내각책임제를 보더라도,이 전제들이 민자당의 내부혼란을 노린 측면이 있음을 충분히 간파하면서도 스스로 미제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

한 고위당직자는 『김 평민 총재의 이번 선택이 93년 대권국면을 향하고 있음을 진하게 드러내고 있다』고 분석하면서 『민자당에 상처를 안겨주려는 의도가 역력하다』고 말해 내부적 어려움을 간접적으로 뒷받침했다.<정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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