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지평선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지평선

입력
1990.10.10 00:00
0 0

비록 대문은 굳게 잠겨 있으나 남북의 창이 조금씩 열리는 기미가 보인다. 창틈으로 오가는 바람이 아직은 미풍 정도일지라도 어떻든 반가운 일임에 틀림없다. 북경아시안게임이 끝나고 우리 축구선수단이 비행기편으로 평양에 들어갔다고 한다. 한편 민족음악회에 참가할 우리측 음악인들도 오는 14일 판문점을 거쳐 북한땅을 밟기로 남북 실무자들이 합의하였다. 뭔가 변화의 바람이 불 듯한 예감도 없지 않다. ◆평양에 다녀오는 것만으로 북한을 알기엔 수박 겉 핥기에 지나지 않을지 모른다. 그 속을 정확히 안다는 것은 지금으로선 거의 불가능하다. 겉모양만 보고 이렇다 저렇다 떠들 것이 아니라 껍질부터 벗겨보려는 노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남북이 서로를 모른 채 화해와 교류와 통일을 외쳐대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다고 할 수 있다. ◆북에서 교수직까지 지낸 재일동포 이우홍씨는 「어둠의 공화국」이라는 저서를 통해 북한의 실상을 여러모로 분석해놓았다. 저자가 듣고 본 바에 따르면 북한주민은 토마토족과 사과족 그리고 포도족으로 불리는 세 계층으로 나뉜다는 것이다. 김일성 체제에 아주 적극적인 동조자들은 토마토족,동요분자 즉 감시대상은 사과족이며 적대분자는 포도족으로 불린다고 한다. ◆잘 익은 토마토는 껍질부터가 빨가며 속을 암만 파도 마찬가지라는 데서 비유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래서 북한의 속사정을 붉게 익은 토마토로 표현한 것은 매우 그럴싸하다. 대북 접근에서 이 토마토의 비유를 늘 마음에 간직할 필요가 있을 줄 안다. 한꺼풀 벗겨보고 모든 것을 알았다든가 지레 실망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남북 관계에서 의연성을 강조하는 것은 그런대로 뜻이 있다. 그렇다고 북의 실체를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무조건 의연해야 한다는 것은 우스운 노릇이다. 빨간색은 빨갛다고 지적해주고 사과처럼 껍질을 깎으면 흰 것도 있다는 것을 똑바로 알려주는 것이 진짜 의연한 자세이다. 덤빈다고 통일이 앞당겨진다는 것은 몽상일 수도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