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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권경제 페만여파로 “흔들”(해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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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권경제 페만여파로 “흔들”(해외경제)

입력
1990.10.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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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폭등에 소련원조도 줄어/외환 바닥 매일 정전소동까지페르시아만사태에 따른 유가인상으로 최근 동구권국가들의 경제가 심각한 위기상황에 봉착하고 있다.

벌써 배럴당 40달러선을 오르내리는 국제원유가는 올들어 소련으로부터의 원유공급감소로 가뜩이나 연료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이들 국가들을 궁지에 몰아넣고 있다.

지난달부터 불가리아의 수도 소피아에서는 승용차들이 기름을 넣기위해 2∼3m씩 줄을 지어 기다리는 광경을 흔히 목격할 수 있고 하루 평균 1시간씩의 정전이 매일 발생하고 있다.

체코에서는 정부가 지난달 휘발유값을 50%나 대폭 인상하는 바람에 중간상인들이 국경을 넘어 서독에서 기름을 구입해 자국에 들여와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전해지고 있다.

또 폴란드는 국내유가를 30%나 인상한 상태로 경제전반에 엄청난 충격을 받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동구권 국가들은 당장 자국내 연료의 부족량을 메우려면 현실적으로 외환보유고를 완전히 바닥내야하는 재정적압박까지 받고 있어 유가인상에 따른 경제혼란은 상당기간 계속될 전망이다.

폴란드가 현 국제시세로 국내연료수요를 감당키위해서는 달러,마르크화등 태환화폐의 전체 보유액의 33%를 지불해야하며 체코는 90%를 써야한다는 분석이다. 불가리아의 경우는 정도가 훨씬 심각해 현재 총외환보유고에다 추가로 20% 정도를 빚을 내어 충당해야 한다는 것.

이처럼 어려움에 빠진 체코 폴란드 불가리아 루마니아 등은 일찌감치 개방에 착수해 무역상대국을 다변화함으로써 원유공급에도 별다른 곤란을 겪지 않고 있는 헝가리 유고 등과는 달리 경제민주화 및 개방정책을 최근까지 완강히 거부했던 나라들이란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런데다 갑작스런 개방으로 국민들의 소비패턴이 급격히 확장됨에 따라 석유수요도 폭발,품귀현상과 가격급등을 부채질하고 있다.

사실 지난 8월 페르시아만사태가 발발했을 때 이들 국가들의 석유파동은 이미 예견됐었다고 볼 수 있다.

자체 민주화와 개방의 가속화로 인해 COMECON(동유럽경제상호원조회의)이 사실상 붕괴된 상태로 이 지역의 기존 무역체계가 이전부터 크게 흔들리고 있었을 뿐 아니라 모든 면에서 이들 국가의 종주국이라고 할 수 있는 소련의 경제혼란때문에 원조도 원활치 못한 형편이었다.

특히 최대의 원유공급국가였던 소련이 올들어 COMECON에 대한 공급량을 지난해에 비해 30%를 감축했고 그 대금을 루불화가 아닌 달러로 지급할 것을 요구해와 이들 국가들은 유례없이 엄청난 부담을 안게 된 것이다.

더욱이 지난주 폴란드일간지에는 소련은 이같은 요구가 곧바로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내년에는 COMECON에 자국 생산원유를 판매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또 이란과 이라크의 10년전쟁과정에서부터 석유수급을 비롯한 경제전반에서 동구권국가들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온 이라크에 대한 최근 UN의 원유수출 및 경제교류봉쇄조치도 상당한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루마니아 체코 폴란드 등은 이라크의 전쟁기간동안 막대한 양의 무기와 기계류를 이라크에 공급해주는 대신 그 대금은 국제시세보다 훨씬 싼 가격의 원유로 지불받았었지만 올해는 큰 차질을 빚고 있는 상태이다.

루마니아는 올해안에 이라크가 진 채무인 2천2백만달러 대신 1백40만배럴의 원유를 배럴당 14달러씩에 공급받도록 돼 있었으나 지난 7월까지 50만배럴을 인수한후 공급이 중단되고 있고 폴란드는 당초 계약량인 7천3백만배럴의 4분의 1 정도밖에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이라크에 대한 상품수출대금회수도 당분간 불가능해졌고 지난 88년 종전이후 이라크재건사업에 3천여명 규모의 건설인부들을 파견했던 폴란드의 경우는 대량 실업사태에 직면하게 됐다.

결국 그렇지 않아도 개방의 과도기와중에서 혼란을 겪고 있는 동구권경제가 이번 페르시아만사태로 막다른 골목에 몰리고 있는 것이다.

최근 루마니아를 다녀온 관광객들은 현재 수도인 부크레슈티에는 독재자 차우셰스쿠를 처형하고 혁명을 달성했던 올해초보다 빵과 생필품을 구하기 위해 늘어서 있는 행렬이 오히려 길어졌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편 불가리아등은 이같은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서방자본의 본격유치와 국영기업체의 대량매각을 선언하는 한편 공식ㆍ비공식적으로 서방국가들의 원조를 요청하고 있지만 그것도 쉽지않은 실정이다.

미국은 페르시아만지역에 대한 대규모 파병으로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유휴자금확보가 어려운 입장이고 서독도 동독경제흡수과정에서 올들어만도 1억마르크를 지출하는등 국내문제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직도 전혀 해결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는 페르시아만사태는 동구권국민들에게 하나의 재앙으로 다가오고 있다.<유성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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