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는 바야흐로 외교의 시대다. 금세기에 들어선 후 각국은 전비,즉 안보와 외교를 병행 또는 양자의 선후를 두었으나 대화해를 지향하는 오늘날에 있어서는 단연 외교 제1주의이다. 하지만 전례없이 유리한 상황을 맞아 북방정책을 본격추진하고 있는 우리가 과연 외교면에서 진정한 자주외교를 펼치고 있는가.자주외교는 한마디로 민족적 자존을 바탕으로 다른 나라,강대국들의 눈치를 보지않고 떳떳하고 대등한 자세로써 교류하고 협력하고 유대를 다져나가는 외교를 말한다. 지금까지 역대정권들은 입만 열면 주권국가로서의 자주외교 독자외교를 역설했지만 실제는 어떠했는가. 초강대국으로서의 미국의 압도적인 입김과 영향력에 의해 철저한 대미의존으로 일관했고 일본에 대해서는 겉으로는 과거 식민통치에 대한 감정과 분노를 내세워 강경을 외치면서도 정작 안으로는 그들의 경제협력에 눌려 저자세,때로는 굴욕적 자세까지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닫혀있던 동구 소련과 수교하고 대중국 접근은 물론 북한과도 관계를 모색하는 이른바 전방위 외교시대에서는 달라져야할 것 아닌가. 물론 우리는 6공출범 이후 지난 2년8개월간의 외교정책,특히 북방정책의 괄목할만한 성과를 과소평가할 생각은 없다. 문제는 북방외교추진과정에서 보인 한심한 작태와 이로 인한 부작용들을 지적하려는 것이다. 대소외교의 경우 특정인이 주무부처인 외무부를 따돌린 채 밀사행각을 벌인 일과 그뒤 집권당의 핵심인사들이 수교문제를 싸고 공다툼을 벌였던 일은 지난일이라고 하자. 다음으로 미수교국이지만 이번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정동성 체육부장관 등과 재계ㆍ체육계 인사들이 뒤엉켜 벌였던 소위 한건건지기 경쟁은 누가 뭐라해도 추태가 아닐 수 없다 하겠다.
중국측과 무계획적으로 접촉하고 회담하고 이것저것 마구 약속하는,갖다 바치는 식의 저자세로 일관한 것이다. 이런데서 우리 외교는 체면도 실체도 찾을 수가 없다. 그 뿐인가. 체육부장관은 끝까지 한건주의에 집착,그야말로 굴욕적인 자세로 남북축구대표팀 교환경기를 성사시켰다. 60여년만에 남북전이 부활되고 특히나 어떤 조건에서라도 남북교류의 물꼬를 튼다는 점에서는 수긍할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의 국경일의 하나인 노동당 창당기념일 다음날로 경기일정을 잡고 보도요원 선발을 북한에게 일임했다는 것은 중대한 실책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지금까지 6공들어 자주외교를 병들게 하고 저해시킨 요인들은 명백하다. 외교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하고 정부ㆍ여당인사들이 실적올리기에 급급하고 또 외교를 청와대 등 다른 권력기관에서 관장,또는 개입했기 때문인 것이다. 물론 주무부처인 외무부가 외교권의 영역을 고수,제대로 행사하지 못한 것도 의당 책임을 느껴야할 것이다.
이제 정부는 갖가지 시행착오를 반성하고 바르고 내실있는 자주외교를 펴야한다. 우리의 외교대상은 전세계로 확대된 만큼 본격적인 자주외교를 전개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흔들림 없는 원칙과 외교추진의 룰이 있어야 하고 충분한 연구와 준비가 뒤따라야 한다. 미국을 대하듯 소련을 대할 수 없고 소련을 대하듯 중국을 대할 수 없는 게 강대국의 외교벽이다. 이 벽을 효율적으로 공략하기 위해서는 강대국을 포함한 주요국가에 대한 우리의 외교목표와 이에 대비한 외교역량을 평소부터 가다듬어가야 한다. 때가 되면 부랴부랴 밀사외교나 즉흥외교로 시행착오를 일으키는 것은 그만큼 국익의 손실이라는 것을 명심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제부터는 즉흥외교로 해결할 일도 별로 없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자주외교는 외무부로 외교의 창구일원화를 갖춰야 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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