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강국 주도권 쟁탈전 가속/북한엔 대외정책 변화 계기로/한중ㆍ북한일 관계에 영향… 평화구도 정착 긍정역할한소 수교는 양국간의 관계뿐 아니라 남북 관계를 중심으로 한 한반도 주변정세,나아가 동북아 정세 전반에 거대한 지각변동을 초래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동북아 질서 재편을 향한 미ㆍ일ㆍ중 등 주변 강국들의 발걸음을 빠르게 함으로써 우리나라의 위치를 동북아 정세 변화의 중요한 변수로 올려놓는 또하나의 계기가 됐다고 할 수 있다.
한소 양국간의 국교정상화는 기본적으로 한반도의 평화구조를 강화시키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소련이 한국과의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한반도 평화ㆍ안정을 위한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측면도 있겠으나 북한 및 중국 등을 자극함으로써 한반도 평화구조에 편입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동기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한소 수교는 우선 북한에 대해 대외정책의 근간을 재조정토록 압력을 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의 최대 동맹국중 하나인 소련이 한국을 국가로 인정하고 외교관계를 수립했다는 사실은 북한이 대외정책 및 대내통합의 기본논리로 사용해온 「하나의 조선」 명분을 뿌리째 뒤흔든 사건이라 할 수 있다. 더욱이 한소 수교는 이미 형성돼 있던 한국의 유엔 가입 분위기를 확산시킴으로써 북한의 기존노선 고수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은 대유엔정책 등에서 이미 논리적 혼란을 겪기 시작한 것으로 관측되며 일본과의 관계개선 등 외교적 자구책을 모색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북한은 한소 수교로 촉발된 한반도 주변정세의 본격적 재편움직임에 어떤 식으로든 대응할 것이 예상되며 이는 「하나의 조선」→「남조선 해방」으로 이어지는 기존논리의 포기를 의미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소 수교는 한반도 평화의 중요한 변수중 하나인 중국의 태도에도 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중국은 복잡한 내부사정 및 특수성으로 인해 소련과 같은 속도의 변화를 보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즉,대만과의 관계 때문에 1민족 2국가를 인정치 않는 대외정책,등소평 등 혁명1세대와 북한 김일성 등과의 인간적 유대,한반도 주변 4강중 최하의 국력으로 인한 동북아 현상유지정책 등의 제약요인은 중국이 다른 열강과 같이 빠른 행보를 보이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특히 지난해 6ㆍ4천안문사태 이후 보수적인 색채를 띠고 있는 중국의 지도층이 대외정책에 있어서도 비슷한 노선을 견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외교전문가들은 중국이 문화혁명이 한창이던 지난 72년 미국과 관계개선을 시작했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대외정책만큼은 국가이익을 고려해 대내정책과 분리시행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하고 있다. 더욱이 중국은 항상 미국,소련에 이은 제3의 슈퍼파워를 자임해왔기 때문에 동북아 질서 재편과정에서 지나치게 뒤처지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따라서 중국은 소련과 같은 속도는 아니더라도 이번 한소 수교를 계기로 동북아에서의 주도권 확보를 위한 적극적인 외교정책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한소 관계정상화 움직임에 맞추어 재빨리 운신의 폭을 넓힌 나라는 일본이다. 양국간 수교발표가 나기 전 이미 북한과의 공식접촉을 통해 관계개선을 적극 모색하고 나섰다. 경제뿐 아니라 국제정치에서도 강대국의 면모를 과시하고 싶어하는 일본은 이웃나라인 북한과 미수교상태인 점과 소련과 북방 4개 도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사실에 외교적 수치심을 느껴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일본은 지난 6월 샌프란시스코 한소정상회담이 자신들의 어깨너머로 전격성사된 것에 몹시 당황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일본은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급속도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며 이같은 시도는 한반도 주변정세 급변에 따라 다시 반복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본의 대북 관계개선은 한반도 평화를 보장하는 선에서 한ㆍ미ㆍ일의 공동보조 아래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우리나라와 미국의 공통된 시각인만큼 일본의 의사대로만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한소 수교가 한반도 평화구조를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이를 지지해왔다. 그러나 미국은 소련이 한소 수교를 계기로 태평양 함대의 일방적 감축을 의미하는 동북아 군축이나 지역안보체제의 구축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할 경우 견제를 늦추지 않을 것이다. 결국 미국은 동북아에 대한 전략적 가치를 현상태로 유지하면서 한반도 평화를 강화하는 쪽으로 이 지역 질서 재편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정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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