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별 번호로 신상ㆍ활동기록/인권단체들은 집단고발 태세/야 의원ㆍ민자의 민주계까지 포함 정치권 회오리 예상탈영한 사병에 의해 증빙자료와 함께 폭로된 국군보안사의 각계인사 1천3백여명에 대한 사찰사실은 6공 이후 보안사가 대민관계 정보업무를 지양,군관계 정보수집과 군수사 등 본연의 업무만을 전담토록 한다고 누차 공언한 대국민약속을 저버린 것으로 충격적이다.
특히 보안사 사찰 대상에는 김대중 평민당 총재 이기택 민주당 총재 등 야당의원 거의 전원은 물론 김영삼 민자당 대표최고위원 등 민자당내 민주계 의원 상당수가 포함돼 있어 정치적 파문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그동안 풍문으로만 떠돌던 군대 내부의 프락치 공작이 사실로 밝혀져 향후 인권문제까지 파문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윤석양 이병이 4일 공개한 자료들은 각계인사 동향파악 대상자 색인표,개인신상서류철,개인신상카드와 동향보고가 입력돼 있는 컴퓨터디스켓 등 3종1천3백40여점.
먼저 색인표 1천3백여장에는 양 김씨 등 정치인을 비롯,김수환 추기경 윤공희 광주대교구장 조요한 숭실대총장 김찬국 연세대 총장 등 주요인사가 총망라 돼 있다.
도서분류 색인카드와 같은 방식으로 이 색인표에는 고유번호가 매겨져 있어 개인서류철과 컴퓨터에 입력된 자료를 쉽게 뽑아 볼 수 있어 보안사의 민간인 사차업무의 치밀성을 알 수 있게 한다.
윤 이병이 갖고 나온 개인서류철은 문동환(평민),노무현 의원(민주),박현채 조선대 교수,이경철 전 진보정치연합 공동대표 등 4명분으로 ABCD 4등급으로 분류,신상명세와 주요활동 등이 상세히 기록 돼 있다.
또 가족 및 세입자 고용인 등 동거인 현황은 물론 승용차 종류 색깔 번호 출퇴근 시간대에서부터 예상도주로,경비현황,예상 은신처 등까지 망라 돼 있어 「유사시」 즉시 검거용이라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개인고유번호 294번인 문 의원의 경우 신체특이점란에 「안경착용,반백머리에 순하게 생김,말씨를 미국교포같이 더듬거림」이라고 기재하고 집전경 사진과 함께 「시멘트담 1.5m,가옥 우측 및 뒷면이 산으로 돼 있으며 좌측은 도로에 연결되는 상가지역」으로 분석한 뒤 「출입구는 유치원 정문과 함께 사용하며 비상구는 없음」,예상 은신처는 「김대중 가」로 적고 있다.
「순화대상 A급」으로 분류돼 있는 노 의원의 개인특성란에는 「장기간 노동ㆍ인권 변호사 활동. 국회진출 뒤 재야의 지원금으로 노동자 권익을 빙자,각종 노사분규 개입 및 활동」이라고 적혀있다.
지난 1월14일에는 「13시35분 KAL편으로 내부하여 동구 초량3동 대상자의 사무실에서 조직국장 등 2명과 출타 후 19시30분경 초량2동 소재 초량갈비에서 조직국장 등 6명과 석식하고 익일 10시 새마을편 상경」이라고 동향보고,사찰대상자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순화대상 B급인 박 교수의 주요동향란에는 지난 61년 9월부터 현재까지의 주요 활동사항,신문ㆍ잡지 등에 기고한 칼럼,강의 및 연설내용,학생들과의 대화내용 등을 자세히 기록하고 있다.
이들 동향파악대상자들의 동태는 담당관 1명씩이 매달말께 세밀히 파악한 「분석의견」과 함께 보고하고 이 내용을 분석해 컴퓨터디스켓에 입력해 놓았다.
컴퓨터의 개인카드는 인적 사항,가족사항,학ㆍ경력(병역포함),전과관계,자격면허,해외여행,정당 및 사회단체활동,교우 및 배후인물,개인특성 등 9개 항목이 입력 돼 있으며 여기에 압축된 주요 동향이 덧붙여져 있다.
고유번호 171번인 윤공희 대주교의 경우 컴퓨터에 인적 사항이 「생년월일 24년 11월8일,주민번호 2411081552415,본적 광주 동구 소태동 722,주소 광주 북구 임동 5의32,신장 169㎝ 체중 67㎏ 혈액형 A」 등으로 입력돼 있다.
주요 동향에는 81년 12월7일을 시작으로 지난 3월13일의 「광주 까리다스 수녀원에서 사제 70여명이 참석한 사제 연수회 특강」 등 최근의 보고내용이 들어있다.
윤 이병이 빼내온 디스켓은 고유번호 151∼600번대의 30장으로 1장당 평균 백여명분에 해당한다.
5일 색인표에 들어있는 사찰대상자 1천3백2명의 명단을 공개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인권위원회는 컴퓨터디스켓의 프린팅작업이 끝나는 대로 컴퓨터분도 공개할 계획이다.
KNCC 민가협 등 인권단체들은 또 이날 대책회의를 열어 공동대응책을 모색하는 한편 사찰대상자들이 전원 참가하는 규탄대회와 집단소송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안사의 이같은 민간인 사찰사실은 지난 88년 10월5일 국회답변에서 오자복 당시 국방부장관이 『보안사가 대민관계업무를 지양하고 군을 대상으로 한 업무위주의 활동으로 국가안보를 위한 기능만 하도록 조직을 개편할 계획』이라고 천명한 사실과 정면으로 배치돼 6ㆍ29 이후 어렵게 조성돼 왔던 국민들의 긍정적 대군관마저 크게 흔들릴 위기에 처해 있다.
이밖에도 대민정보활동을 합법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안기부,치안본부의 정보활동은 과연 정당한 수위를 유지하고 있는가 하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어 정부당국의 정보정책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신윤석 기자>신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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