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자동차업계에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자동차 5사가 94년까지 16종의 독자모델을 개발하겠다고 밝혀 다양해진 소비자욕구 부응과 수출경쟁력 향상의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양적팽창에만 급급했던 국내업계로서는 일견 자동차후발국의 한계를 벗어나 보려는 야심에 찬 도전이어서 우리의 기대를 모으게 한다.그러나 한편으론 걱정도 앞선다. 개발해 내려는 독자모델이 지금것과는 다른 진정한 고유모델이 되기 위해서는 양적 팽창에만 매달려온 업계의 체질개선ㆍ선진기술개발ㆍ부품산업육성ㆍ일관성있는 정부시책 등이 전제돼야 하기 때문이다.
흔히 자동차공업을 그 나라 산업의 견인차라고 한다. 초고속 성장속에 지난해로 연산 1백만대를 돌파한 우리 자동차공업도 국내산업과 수출을 선도해왔고 산업한국의 국제적 이미지제고에도 기여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그같은 장미빛 경기가 한계에 부딪치고 있음도 사실이다. 무절제한 설비확장 탓에 이미 올해로 공급능력이 1백92만대에 이르러 63만여대의 공급과잉이 예상되는 형편이다. 여기에 중동사태로 인한 기름값 인상러시와 국제적 수요격감이 뒤따라 수출이 40% 가까이나 둔화되고 있는 것이다. 다행히 국내에서의 중ㆍ대형차 선호등 폭발적인 과소비가 업계를 뒷받침하고 있다지만 좁은 시장에서 그같은 경기가 길게 지속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런가 하면 외적성장에도 불구하고 우리업계의 기술수준은 선진국보다 10∼15년은 떨어져 있다. 최초의 부품수입조립단계를 벗어나 지금은 각사가 모두 국산차라고 자사제품을 선전하고 있지만 실제 국산화율이 소형은 90∼95%,차종에 따라 중ㆍ대형은 70% 수준에도 이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첨단전자제어장치 등 고가부품은 모두 수입에 의존하거나 비싼 로열티를 지불하고 있다. 이처럼 국산화율이 저조한 것은 업체들이 단기간에 신차종을 내놓아 시장을 선점하려는 데에만 급급,핵심부품의 자체개발보다 수입에 매달렸기 때문이다. 최근 공개된 어느 신차종 중형차의 경우 엔진은 호주,자동변속기는 일본,제동장치는 독일에서 각각 들여왔다는 것을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그래서 양적 팽창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첨단기술개발은 아직도 걸음마단계이다. 우리의 기술개발투자비가 매출액대비로 2.2%에 불과,일본의 절반수준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오늘날 세계의 자동차시장은 일본이 선도하고 있다. 작년에만 세계시장의 30%를 일본차가 석권한 대신 미국의 자동차도시 디트로이트에는 낙조가 깃들고 있다고 한다. 첨단기술개발에 소홀했던 게을음이 엄청난 대가를 치르게 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업계의 이번 독자모델개발 경쟁은 외화보다는 기술개발이라는 내실로 가는 기폭제가 되어줄 것을 간곡히 당부하고 싶다. 당국도 무분별한 시설확장이나 재벌들의 신규참여 허용보다는 장ㆍ단기 첨단기술개발 전략으로 우리 자동차공업의 수준향상을 지원ㆍ육성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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