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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독의 교훈(사설)

입력
1990.10.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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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독일이 「하나」가 됐다고 세계를 향해 선언했다. 1990년 10월3일 0시. 베를린을 갈라놓은 장벽이 허물어진 지 1년 만에 독일이 통일된 순간이었다. 이렇게 해서 2차대전의 결과로 빚어진 동서의 두 분단국가중 하나가 45년의 역사속에 사라졌다.이로써 유럽대륙 한 복판에 주변열강들의 의구와 견제에도 불구하고 서독도 동독도 아닌 거대한 독일이 다시 탄생했다. 경제규모는 미국ㆍ소련ㆍ일본에 이어 세계 4위,수출은 세계 제1이고,인구도 소련을 뺀 유럽에서 가장 많아 7천8백만의 강대국이다. 미국과 소련 모두 통일독일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 돼야 한다는 제안에 긍정적인 것만으로도 통일독일의 장래를 짐작할 만하다.

독일통일은 따라서 무엇보다도 유럽대륙을 45년동안 지배해온 「전후체제」가 동서합의로 해체된 산물이라고 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미국과 소련이라는 두 초강대국이 만들어진 전후체제 청산의 합작품이다.

지난해 9월 베를린장벽의 붕괴는 바로 전후 유럽을 갈라놨던 「철의 장막」의 붕괴를 상징한 것이었다. 그 바탕위에서 서독은 정치ㆍ군사적으로는 주변열강들에게 「힘의 균형」을 위한 기득권을 최대한 보장하고,덧붙여서 소련에 대해 동독 주둔군 철수비용 76억달러를 비롯해서 상당한 규모의 경제원조를 약속했다.

결국 오늘의 독일통일은 탈냉전이라는 역사적 흐름이 서독의 막강한 국력과 맞물려 이룩한 기적이다. 서독의 힘은 비단 「라인강변의 기적」으로 일컬어지는 경제력뿐만 아니라,정치적ㆍ도덕적인 국민적 합의에 있다.

물론 서독에 흡수된 동독과의 「실질적 통합」에는 엄청난 비용과 시련이 예상되고 있다. 지난 5월 콜 수상은 7백30억달러 규모의 「통일기금」 마련을 발표했고,내년도 예산안에서 통일비용으로 예정된 액수만도 1백24억달러 상당에 이르고 있다.

무엇보다도 큰 시련은 45년동안 1당독재와 철저한 통제경제에 익숙해온 동독인들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적응하는 일이다.

그러나 앞으로 통일독일이 풀어야 될 어떤 어려움도 분단45년의 장벽을 넘는 어려움보다 크지는 않을 것이 확실하다. 세계는 히틀러가 저지른 「제3제국」의 비극을 지난 역사에 묻고,통일 독일이 유럽대륙에서 인간의 존엄성과 평화를 지키는 중추적 역할을 다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한걸음 나아가 거대독일을 중심에 두고있는 유럽은 앞으로 미ㆍ소와 함께 세계의 진로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제3의 힘」으로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이 역사적인 순간에 우리는 세계에 유일하게 남겨진 분단국의 슬픔을 되씹지 않을 수 없다. 한국과 소련의 국교수립은 동북아에서도 탈냉전의 움직임이 표면화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20년전 브란트에 의해 길이 트인 동서독교류처럼,뒤늦으나마 우리도 남북교류의 길을 뚫어야 할 것이다. 또한 냉전체제에 익숙해온 우리의 국제적 안목을 새로운 유럽의 등장에 걸맞게 재조직하는 현명함이 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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