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교포 베푼정 죽어도 못잊어”/친구 사귀며 양로원생활 적응『추석이 다 뭡니까. 이렇게 고국땅에 돌아와 몸성히 살아있는 것만도 다행이지요』
지난5월 미국에서 외동딸로부터 버림받아 「현대판 국제고려장」사건으로 미주한인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던 이원식할머니(80)는 귀국후 처음맞는 명절의 외로움을 애써 떨쳐버리려 했다.
미주한인교포들의 도움으로 귀국,현재 부산 금정구 장전동 산46의9 애광양로원(원장 배창진ㆍ36)에서 생활하고 있는 이할머니는 찾아올 자식 손자도 없고 남편은 이역만리 미국땅에 묻어두고 와 찾아갈곳 또한 없어 누구보다 쓸쓸하고 외로운 추석을 맞고있다.
이할머니는 지난 7월24일 귀국직후 사람만나기조차 꺼려해 한동안 2평남짓한 양로원 방에서 성격책을 보며 두문불출했으나 요즘은 친구들도 사귀는 등 차츰 양로원생활에 적응해 가고 있다.
황해도 해주가 고향인 이할머니는 6ㆍ25때 남편과 함께 월남,인천에서 보따리장사를 하면서 외동딸 강모씨(36)를 대학까지 진학시켰으나 딸은 대학 3년에 재학중 주한미군과 결혼,미국으로 건너가 버렸다.
이할머니가 딸의 초청장을 받고 남편의 고혈압을 고치려는 일념으로 함께 도미한 것은 지난86년. 그러나 1년여만에 남편을 잃고 말과 풍습의 차이로 무기력증에 시달리며 딸의 학대까지 당했다.
그러던중 딸 강씨는 노모가 귀찮은 존재가 되자 『함께 놀러가자』고 데리고나가 온타리오의 한 모텔에 내버렸고 할머니는 엿새동안 수돗물만 먹다가 죽음직전에 발견됐었다.
귀가 약간 어두울뿐 아직 정정한 이할머니는 『미주한인교포들의 따뜻한 정은 죽어도 잊을 수 없다』며 『딸의 행동이 한때 얄밉기도 했지만 이제 나때문에 딸이 너무 가혹한 벌을 받을 것같아 걱정스럽다』며 눈물을 흘렸다.<부산=박상준기자>부산=박상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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