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보장등 협정 사실상 매듭/구상무역 적극활용땐 큰성과/일부선 “중ㆍ장기토대 마련한 이상 냉정 추진을”1일 한소외무장관이 역사적인 양국수교에 합의함으로써 이제 양국간 경제교류는 확고한 제도적 기반을 굳힌 셈이다.
이날의 수교합의로써 이미 지난달 가서명된 경협의 제도적 장치인 무역협정ㆍ항공협정을 비롯,투자보장 이중과세방지 과학기술 어업등 6대 경제관련협정체결은 사실상 서명절차만 남기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양국관계정상화의 속도로 미루어 이달하순 서울에서 열릴 예정인 양국간 2차경제회담에서 6대협정체결의 구체적인 매듭이 지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회담에서는 이와 함께 모스크바 1차회담때 소련측이 제안한 21개 프로젝트와 40개 소비재 공급등에 관해 구체적 협력방안이 보다 심도있게 논의될 전망이다. 또 소련에 진출한 우리나라 상사들의 사무소ㆍ주택난을 해결키위한 모스크바내 코리아타운 건설도 양국정부의 공식승인을 얻게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교합의와 서울 회담전망과 관련,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우리측이 소련에 공여할 각종차관의 규모가 어느정도로 낙착될 것인가 하는 점.
소련측은 모스크바회담때 주요 생필품등 현물형태의 상업차관을 포함,50억달러 내외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우리측은 현금차관 3억∼4억달러를 포함,총 20억달러규모의 종이ㆍ냉장고ㆍ세탁기와 생필품등 합작투자를 향후 5년간 제공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한소수교를 계기로 경제부처공무원의 모스크바 상주파견,직통신망구축,해운직항로개설,은행의 연락사무소교환등 협력여건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소련은 인구 3억의 방대한 시장과 삼림ㆍ가스등 풍부한 천연자원을 갖고 있고 산업화 되지않은 기초과학 및 첨단기술을 대거 보유하고 있다.
특히 페레스트로이카의 정책목표인 소비재생산이 정체돼 지난해의 경우 소비재 초과수요가 총 2천6백50억달러상당에 이른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기초생필품과 내구소비재의 생산여력을 갖춘 우리나라로서는 알루미늄괴 선철 원목 화학원료 에너지자원등 원자재나 기술을 확보하는 대신 소비재상품을 공급하는 구상무역방식을 적극활용할 경우 양국간 상호보완적인 경협확대 여지는 예상밖으로 커질 수 있다. 지난해 6억달러 정도였던 양국간 무역규모가 오는 95년 50억달러 이상까지 확대되리라는 희망섞인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도 양국경제의 이같은 상호보완적 구조에 기인한다.
그러나 막상 정식수교합의가 이뤄진 이상 경제교류확대는 보다 냉정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전문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어 주목된다.
이들은 『수교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남북한관계개선등 정치외교적 요청에 따라 다소 실리가 떨어지더라도 교류를 가급적 늘릴 필요가 있었으나 수교합의로 중장기적 교류의 토대가 마련된 이상 이제는 보다 냉정한 접근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아직 소련은 시장경제전환에 따른 각종 법령이나 제도가 미비한 상태이고 루블화의 태환성결여나 경화부족에 따른 수입대금결제지연(7월말현재 20억∼30억달러 미결제)등 현지 여건을 충분히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
도로ㆍ철도등 사회간접자본이 취약하고 원ㆍ부자재의 적기공급이 곤란한 점도 성급한 합작투자진출을 어렵게 하는 요소로 꼽고 있다.
따라서 경제기획원을 비롯한 경협관계당국의 시각은 우선 단기적으로 소비재중심의 교역확대에 주력하면서 3∼5년가량 시차를 두고 투자 자원개발 기술협력 및 건설진출등에 단계적으로 발을 뻗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정부는 원칙적으로 구체적 협력사업의 선정은 업체가 자기책임하에 추진토록 유도하되 투자위험과 경제적 실익을 감안,대소진출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위해 경협우선순위에 관한 세부지침을 마련하고 상당기간 정부가 조정창구역할을 전담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이 검토중인 분야별 협력증진방향은 먼저 교역확대와 관련,소련측의 대금결제 지연에 대비해 신용장 거래와 구상무역방식을 적극 활용하고 무신용장거래는 신용도가 확실한 경우만 수출보험에 의한 인수를 검토한다는 것.
투자 및 자원개발부문은 소규모투자를 우선하며 대규모 투자는 서방기업과 공동진출을 유도,위험부담을 분산키로 할 방침. 또 소련산 원부자재사용비중이 낮은 자원개발사업이나 해외자재조달이 허용되는 외화가득사업에 우선진출케한다.
건설사업은 서방기업과의 합작플랜트건설에 적극 참여하면서 소련자체 발주공사는 서방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우리나라는 건설부문만 참여하는 방안을 강구키로 했다.
어쨌든 이번 수교합의로 그동안 경협확대에 최대 걸림돌이던 양국간 미수교관계가 해소돼 소위 북방러시가 본격화하게 됐다.
그렇지만 북방러시가 지난 60년대 베트남특수나 70년대 중동건설붐 처럼 우리경제에 새로운 성장돌파구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정부와 업계의 보다 실리적인 접근전략이 절실하다는 지적은 충분히 되새길만 하다고 여겨진다.<유석기기자>유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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