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나는 장단에 세속 잊는다/명인 김명환씨 호따 명명/회원층 의사ㆍ시인등 다양/국악강좌ㆍ시연에 막간 가야금연주도판소리와 어우러지는 북의 신명나는 장단이 세속에 찌든 귀와 마음을 씻어주고 비워준다.
북의 명인으로 인간문화재였던 고 김명환선생(89년4월작고ㆍ당시 76세)의 향기높은 예술세계와 두터운 인간미에 이끌려 주위에 모여들었던 사람들이 김명환선생의 호를따 「일산회」를 만든것은 지난81년1월.
국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그의 북장단에 이끌려 찾아들던 서울 동작구 노량진본동 집 사랑방에서는 오늘도 일산회 특유의 멋과 흥을 추구하려는 만남과 사귐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20여명의 회원들은 일산의 제자,그와 앞서거니 뒤서거니하며 호흡을 같이하던 명창들,의사ㆍ시인ㆍ약사ㆍ교사 등 다양한데 월1회 사랑방이나 회원집에서 밤늦게까지 소리에 장단을 맞추고 국악과 일산을 얘기한다.
둘씩 짝을 지어 한사람은 목청껏 소리를 하고 한사람은 북채를 잡고 소리에 맥을 이어준다.
한마당이 끝나면 둘러앉아 추임새를 하던 회원들은 「국악평론가」가 되어 서로의 소리에 대해 고언도 해주며 막간에는 가야금 연주도 이어진다.
가야금 연주자로 사랑받는 김해숙씨(36ㆍ대학강사)는 자신의 가야금소리를 다듬기위해 일산집을 드나들다 회원이 되었는데 지금은 판소리와 북장단에도 일가견을 갖게됐다.
전주대사습놀이 81년 대상수상자인 최승희회원(53) 등 내노라하는 명창들이 모임에 참석하는 날은 국악에 대한 강좌와 시연도 펼쳐져 회원들의 귀를 트이게하고 예술의 안목을 넓혀준다.
오찬규회원(47ㆍ안과의사)은 『유명국악인들의 소리와 장단을 무대가 아닌 방안에서 접할때마다 느끼는 생생함을 소중한 경험으로 삼고있다』면서 『일산회의 종신회원으로 평생동안 우리가락과 소리를 사랑하고 싶다』고 말했다.
회원이 되기위해서는 우리의 가락중 중중모리장단을 북으로 쳐내는 소정의 「오디션」을 거쳐야하는데 엄격한 절차라기보다 신입회원들의 북에 대한 흥미를 높이고 접근을 쉽게 하려는 배려에서다.
중ㆍ고등학교때 고전무용을 익힌것이 계기가되어 줄곧 국악에 관심을 가져오다 회원이된 문윤옥씨(43ㆍ여ㆍ약사)는 『일산회에 참여 할때마다 뒤늦게나마 국악을 전공하는 대학생이된 느낌』이라며 『건조하고 경직된 도시생활에서 한달에 한번이라도 우리가락의 향기를 듬뿍맡을 수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동료회원의 중매로 정화영씨(48ㆍ국립극장 창극단 대금연주자)와 부부인연을 맺은 문씨는 지금도 모임때면 북과 가야금소리에 맞춰 한판춤을 추어낼수 있을 정도로 국악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
최근 회원들은 일산의 일대기와 선생의 독특한 고법을 정리,책으로 만들어내는 작업에 여념이 없다.
대학때 서양음악을 전공했지만 판소리를 사랑해 일산에게 사사받은뒤 연세대대학원에서 「판소리의 장단에 관한 연구」로 뒤늦게 석사학위를 받은 총무 이은자씨(50ㆍ경기여고교사)는 일산에 대한 각종 자료를 3년동안 수집,이달중순께 출간을 목표로 요즈음 밤을 새워 집필하는 날이 많다.
국악에 관심을 가진 많은 사람들이 모여 일산선생의 추모연주회를 여는것이 소망이라는 이씨는 『젊은시절 명창을 찾아 전국을 누비시던 선생님께서 만년에 「혼이 깃든 소리가 점점 없어져가니 나의 북도 끝나가는것 같다」고 하신 말씀을 교훈삼아 회원들은 일산선생님이 추구하신 소리와 장단의 경지를 목표로 삼고있다』고 말했다.<고태성기자>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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