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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물가/이미 9%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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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물가/이미 9% 상승

입력
1990.09.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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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등으로 9월중 0.8%/「도매」도 한달새 1.4% 올라/「한자리수 억제」거의 불가능연말을 석달이나 남긴 이달들어 소비자도매물가가 모두 정부의 연말억제선에 육박했다.

29일 경제기획원과 한은이 발표한 9월중 물가동향에 따르면 도매물가는 올들어 9월말까지 5.5%,소비자물가는 9.0%가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정부가 지난 6월 수정한 연간물가억제목표(도매 5%대 소비자 9%대)에 이미 도달한 것이어서 페만사태에 따른 국내유가 상승압력등을 감안할때 한자리수 물가억제 목표는 사실상 달성이 어렵게 됐다.

더구나 이달 한달동안 도매물가는 1.4%,소비자물가는 0.8% 상승,지난 8월 이후 두달째 도매물가상승률이 소비자물가오름폭을 웃돌아 지난 1,2차 오일쇼크때처럼 도매물가가 물가오름세를 구조적으로 뒷받침하는 징후가 뚜렷해졌다.

이달중 도매물가는 페만사태에 따른 나프타등 석유화학제품(기여율 0.37%포인트)과 상추 등 채소류(0.53%〃)계란 등 축산물(0.24%〃) 등이 오름세를 주도했다.

소비자물가는 농축산물이 큰 폭으로 올랐다. 그러나 경제기획원은 추석성수품 공급확대에 힘입어 이달하순들어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고 추석이 지난뒤 물가가 안정되는 예년의 추세를 고려할때 연말까지 적어도 소비자물가는 한자리수 유지가 가능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페만사태그림자 짙어져/나프타값 폭등으로 유화제품 연쇄파급/「도매」상승 「소비자」앞질러 구조적 오름세(해설)

우려했던대로 페만사태가 국내물가를 흔들기 시작했다.

29일 경제기획원이 발표한 이달중 물가동향을 보면 페만사태가 물가관리에 얼마나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뚜렷이 드러난다.

국제유가상승에 따라 이달초 나프타값이 55%인상되면서 프로필렌 에틸렌 등 나프타관련 석유제품이 평균 20∼30%씩 연쇄상승했다.

물론 중부지방 수해로 인해 비닐하우스가 침수돼 상추 양파 등 농산물값이 공급부족으로 일시적인 폭등현상을 보인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페만사태가 장기화되자 국제가격에 연동된 나프타값이 내달초 다시 40%이상 오르고 관련석유화학제품들도 연쇄상승이 불가피할 것이 확실하다.

정부가 석유사업기금 활용으로 국내유류가격을 현수준에 동결하고 있는데도 이달 한달동안 도매물가는 1.4%나 상승했다.

국제유가가 현재의 폭등세를 지속,연내 국내유가를 인상조정할 수밖에 없을 전망이 짙어짐에 따라 이제부터 물가는 사실상 당국의 통제범위를 벗어났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닌 실정이다

페만사태가 터진 지난달 이후 국내물가동향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도매물가상승폭이 소비자물가를 두달째 웃돌고 있는 점이다. 제조업체의 공산품원가나 농수축산물 유통업체의 물품구입비용과 직결되는 도매물가는 빠르면 며칠이내,늦어도 2∼3개월 가량이면 곧장 소비자물가에 주름살을 안기게 돼 있다.

지난 1ㆍ2차 석유파동때도 이처럼 도매물가가 소비자물가를 앞장서 끌어올리는 구조적 고물가현상을 겪은바 있다. 페만사태로 3차석유위기 도래가 거의 불가피할 것으로 여겨지는 현재의 시점에서 과거와 비슷한 물가동향을 보이고 있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경제기획원 물가관계자는 『이달초순과 중순에 수해로 농축산물가격이 급등했지만 하순들어 추석성수품 공급을 늘리자 오름세가 둔화되고 있다』며 『농산물수확으로 공급이 늘어나는 10∼12월엔 안정세로 돌아선 것이 예년의 물가추세였으므로 연말까지 한자리수 억제는 가능하다고 본다』며 강변하고 있다.

소비자물가만 따진다면 이같은 주장은 무리한 일이기는 하나 불가능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달까지 9.0% 오른 소비자물가 가운데 농수축산물이 절반에 가까운 4.41%포인트나 차지,상승세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수확기농산물이 다량출하돼 값이 뚝 떨어져준다면 물가관리에 큰 보탬이 될 것은 틀림없다.

실제로 지난해의 경우 10월까지 5.2%나 올랐던 소비자물가가 김장철 무 배추의 가격폭락에 힘입어 연말엔 5.1%로 오히려 소폭 하락한 전례도 있었다.

그러나 부문별 물가동향을 잘 뜯어보면 이같은 낙관론은 국내유류가의 연내인상이 없다는 전제하에서만 통할 수 있을 것 같다.

올들어 이달까지 소비자물가지수상 석유류가격은 동결상태다. 공공요금도 6.1% 오른데 그쳐 겨우 1.25%포인트 기여에 그쳤다. 그러나 도매물가에선 나프타가격인상만으로 전체 석유류가격이 3%나 뛰었다.

나프타관련 석유제품가격의 연쇄상승에 따라 공산품가격도 0.7% 올랐다. 나프타 한 품목의 가격조정이 이 정도 충격을 안겨주는 형편이니 만약 국내유류가격을 일제히 인상했을때 공산품에 미칠 원가부담은 예상밖으로 광범위할 전망.

유류가격 변동은 지금까지 정부가 재정지원등으로 억눌러온 철도 지하철 전기 등 각종 공공요금의 인상요인을 증폭시킬 것이다. 유류가격ㆍ공공요금이 잇달아 뛰게 되면 사회전반에 인플레심리를 자극,음식값등 개인서비스요금을 들쑤실게 뻔하다.

이같이 페만사태로 물가관리가 어려울 전망이 짙어지자 전문가 일각에서는 『만약 한자리수 물가고수가 불가능한 것이 확실해지면 정부는 2차 석유파동 직후 안정화시책을 통해 대대적인 가격현실화조치를 단행한 것처럼 연내 국내유류가격과 공공요금을 앞당겨 인상할지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증시침체와 기업자금난으로 물가에 가장 예민한 변수인 통화량은 당초 연내 19%증가율 목표를 지키기 어렵고 수입물가와 직결되는 환율도 물가관리에 도움을 주기는 어려운 실정.

결국 이같은 대내외사정을 감안,『차라리 정부가 공허한 한자리수 목표에 연연치 말고 페만사태 극복을 위해 가계ㆍ기업 등 모든 경제주체들에 내핍과 절제를 호소하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는 여론이 조심스럽게 일고 있다.<유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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