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은 하나” 등 수용태도 모호/“남한만 인정”과 모순… 「진의」에 의혹/“「북한카드」 동북아서 일 지위격상 이용”일본의 방북대표단과 북한간에 합의발표된 공동선언문 내용에 대해 우리 정부는 매우 우려섞인 시각속에 일 정부측의 분명한 해명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 정부가 공동선언문 내용을 중시,이에 대한 일 정부의 입장과 명쾌한 설명을 듣고자 하는 것은 8개항의 선언문중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즉 해석여하에 따라 우리가 도저히 수용 또는 묵과할 수 없는 항목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우선 「조선의 하나이고… 」라는 제5항의 단정적 문구와 관련,이것이 북한의 통일외교정책을 일본이 일방적으로 인정하는 것이냐라는 물음을 우리 정부는 던지고 있다.
「하나의 조선」이란 논리는 지금까지 알려졌듯이 기본적으로 북한의 노동당 규약에 명문화된 남한 해방 주장의 근간이자 고려연방제의 기초가 되고 있는 북한의 통일전선 전략의 핵심이다.
이 대목에 이르러 한일 기본협정에 따라 대한민국을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로 인정해온 일본이 「조선은 하나」라는 전제하에 북한과 수교한다면 기존의 한일 양국 관계는 어떻게 되는 것이냐란 우리측의 의구심 깔린 추궁은 지극히 당연한 것일 수밖에 없다.
물론 「하나의 조선」이 지닌 의미가 장기적인 측면에서 한민족인 남북한이 하나의 국가를 지향한다라고 본다면 우리로서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선언문 내용만을 놓고 볼때 얼마든지 모호한 해석을 가능케 하고 있기 때문에 만에 하나 이 문구가 북한의 통일전선 논리에 대한 상징적 동조의미까지를 함축하고 있다고 한다면 이는 우리 정부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제1항의 「…전후 45년간 조선인민에게 끼친 손실에 대해 충분히 공식적으로 사죄하고 배상해야…」라는 대목과 미수교 관계임에도 불구,가이후(해부) 일 총리가 김일성 주석에게 전달한 친서에서 「총리대신」이란 용어를 사용한 것 또한 정상적인 한일관계에 비추어 소망스럽지 못하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외무부의 고위당국자는 『일본정부가 가네마루 전 부총리 일행의 방북을 계기로 대한정책을 전환하려는 것인지 여부가 분명치 않다면서 『선언문중 문제조항의 표현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일 정부측에 공식해명을 요구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사죄와 배상」은 65년 한일 국교정상화 당시에도 일본측이 끝까지 우리측 요구를 1백% 수용하지 않았던 부분으로,배상문제만해도 독립축하금과 경협기금 명목으로 유상 3억ㆍ무상 2억달러 및 상품차관 3억 등을 일제 36년에 대한 청구권 차원에서 제공했을 뿐이며 사죄 역시 지난 5월 노태우 대통령의 방일 때 「통석의 념」이 고작이었다.
그러나 북한에 대해서는 「전후 45년」까지를 더 보태겠다는 것인데 전후 45년간 일본이 북한에 끼친 손실이 과연 무엇이냐가 명확지않다. 이는 일본이 북한에 대해 많은 보상을 하는 것을 우리가 반대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다만 일본의 2중적인 대한반도 접근방식에 대해 면밀한 주의를 기울이며 경고를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일북 접근양상을 바라보는 시각의 초점은 한마디로 너무 「과속하다」는 것이다. 한반도 긴장완화의 직접 이해당사자인 한국을 잠시 도외시한 채,그것도 남북간의 분위기가 한층 호전되는 시기에,노 대통령의 방일 및 한일 각료회의 부활 등으로 양국 관계 역시 과거청산과 더불어 미래지향의 관계로 발돋움하는 문턱에서 굳이 대북 접근을 서두르는 배경을 주목하는 것이다.
정부는 그러나 일북 관계정상화를 위한 예정된 수교교섭이 빠른시일내에 완전타결될 것으로는 보지않고 있다. 가네마루 전 부총리가 당장에 「정치적 결단」을 내린다고 하더라도 일본 특유의 대외교섭 패턴을 감안한다면 최소한 향후 1년간은 교섭이 계속 진행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일본은 대북 접근에 있어 결코 일북간 양자관계만으로 이 문제를 취급할 수 없을 뿐더러 이로 인해 교섭과정도 매우 치밀하게 실리를 저울질 해 갈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조급한 대북 접근으로 인해 한국과 미국,나아가 동북아 주변국 등 기존우방국과의 이해가 크게 상치된다고 할 때는 어차피 자국의 국가이익이란 측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은 「북한카드」를 통해 궁극적으로 동북아에서의 정치적 지위를 확보하게 될는지는 몰라도 그에 상응한 기존우방국과의 관계 훼손을 감수해야 한다.
따라서 정부는 일북 수교과정을 예의 주시하는 한편 이를 계기로 한 기존대외정책의 현실적 전환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는것 같다.
당장 10월의 남북고위급회담의 경우만 해도 우리측 입장이 상당부분 수정ㆍ보완될 가능성이 높으며 유엔 가입문제도 단독가입 강행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우리측은 오는 10월10일 북한이 노동당 창당 45주년을 즈음해 김일성이 의미있는 공표를 할 것으로 관측,일본 정부의 해명과 북한의 반응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내놓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우리 정부와 미국과의 긴밀한 협의가 반드시 병행될 게 틀림없으며 경우에 따라선 미국의 역할이 일북 관계진전 속도에 상당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정진석 기자>정진석>
◎북한주장 「하나의 조선」이란/“한반도에는 하나의 민족과 국가만이 존재”/북한만 정부로 인정 남한은 해방대상 간주
「하나의 조선」과 「두개의 조선」이 무엇을 의미하고 차이점은 어떤 것일까.
28일 발표된 일ㆍ북한 공동선언문에 「하나의 조선」이라는 문구가 들어있고,이에 대해 우리 정부가 일본정부에 해명을 요구하고 있어 그 의미와 차이점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나의 조선」은 북한은 일관된 통일논리로 『한민족은 하나이며 한반도에는 하나의 국가가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이 주장해온 「하나의 조선」은 미래의 당위가 아니고 『현재 한반도에는 김일성의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만이 있고,미제의 괴뢰정권이 인민을 착취하고 있는 남한은 해방(적화)돼야 할 대상』이라는 논리다. 즉 북의 「하나의 조선」은 남한의 실체를 부인하고 대남 적화노선을 합리화 해주며 우리의 유엔 가입 및 남북한 동시가입을 반박하는 논리의 기초인 셈이다.
우리 정부도 한민족의 하나됨(통일)을 추구하고 있지만,현 시점에서 그 방법론으로 「하나의 조선」을 수용하지 않고 있다.
우선 분단 45년 동안 남북 양쪽에 엄연히 행정ㆍ입법ㆍ사법 등의 체계를 갖춘 정부가 존재해 왔는데 이를 부인한다는 것은 「현실을 애써 무시하는 논리를 위한 논리」라는 입장이다.
올림픽을 치렀으며,한소 수교를 눈앞에 두고 있고 세계 1백43개국과 수교하고 있는 한국을 인정치 않는 「하나의 조선」 논리는 현실성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우리 정부는 한반도에 두개의 정부가 존재하고 있는 현실위에서 양측이 대화와 타협,그리고 상호교류를 통해 신뢰를 쌓고 한걸음 한걸음씩 통일로 나아가자는 「두개의 국가」 논리를 택하고 있다.
북한도 우리와 국교를 맺은 일본 등과 수교를 맺으려 함으로써 「두개의 국가」 논리를 사실상 수용하고 있는 셈이다. 「하나의 조선」 논리가 가질 수밖에 없는 모순이다.<이영성 기자>이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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