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남북한 교차승인 사실상 공식화/북한­일 수교교섭 한국의 분석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남북한 교차승인 사실상 공식화/북한­일 수교교섭 한국의 분석

입력
1990.09.29 00:00
0 0

◎한­중 관계 촉진가능성/남북대화는 냉각 소지/일의 진정한 의도ㆍ역기능 초래 우려도북한이 일본에 대해 국교정상화 교섭을 공식 제의한 것은 한반도를 위시한 동북아 질서의 급속한 재편추이와 맞물려 충격적인 이벤트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

북한의 이같은 제의는 분명 일본의 정부당국을 상대로 이루어진 것으로서 사실상 미ㆍ일ㆍ중ㆍ소 등 한반도 주변 4대 강국의 남북한 교차승인을 공식화하는 한편 그동안 외교 및 통일정책의 근간이었던 「하나의 조선」방침의 수정을 예고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대외정책에 대한 북한의 태도가 매우 전격적으로 변화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북한은 일본과의 수교교섭 이외에도 미국과의 관계정상화를 위한 교섭까지를 내밀히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우리 정부의 촉각을 곤두세우게 하고 있다.

정부는 북한의 이번 제의를 「갑작스런 정책변화」로 보고 있으면서도 우리의 북방정책 추진구도에 미리부터 상정돼 있던 예견된 수순이란 점에서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북한이 대남 적화통일노선의 포기를 전제하지 않는 상황에서 일북간의 공식관계로 진전되는 상황을 우려하지 않을 수도 없고 특히 일본의 대북 접근에 임하는 「진정한 의도」가 무엇이냐는 대목에 이르러 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일본은 그동안 대북 관계개선 문제에 있어 우리측과 긴밀한 사전협의를 거치기로 하고 남북대화 및 교류의 진전을 봐가며 추진하기로 약속한 바 있으며 가네마루 전 부총리의 방북에 앞서서도 관계정상화 이전에 북한과의 경협ㆍ배상은 있을 수 없다고 우리측에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이같은 일본 정부의 입장이 여전히 유효한 것이가에 대해 우리 정부는 강한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게 사실이다.

우선 일 정계의 대부격인 가네마루 전 부총리가 『정치적 생명을 걸겠다』고 공언하면서까지 대북 관계개선에 박차를 가한 이면에는 그동안 북한측과 충분한 사전교감의 과정이 있었을 것이란 짐작이 가능하다. 그러나 일측은 이를 우리측에 일체 알리지 않았으며 이는 결국 우리와의 사전협의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일본은 이밖에도 대북 관계개선의 전제로 남북간 대화에 의미있는 진전이 있고 북한이 핵안전협정에 가입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으며 노태우 대통령은 이를 지난 5월 방일 때와 최근 가이후 일총리와의 전화통화에서도 거듭 확인했었다.

하지만 일북 국교정상화는 이같은 전제와는 무관하게 너무도 급속히 진행되는 느낌이며 오히려 향후 남북대화에 있어 역기능이 초래될 가능성마저 적지않아 우리측의 대응방향이 주목되고 있다. 사실상 남북간 균형이 우리쪽으로 기운 상황에서 최근 북한은 쫓기듯이 남북대화에 임한 인상이 짙었으나 일본과의 국교수립으로 이같은 분위기가 만의 하나 훼손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그동안 대한반도정책의 기본입장으로 「현상유지」를 추구해왔으나 우리의 북방정책으로 이같은 기본구도가 흔들리게 되자 서둘러 동북아에서의 추가적 발언권 확보를 도모하려 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ㆍ북한간 관계개선마저 모색되는 와중에서 미국측에 선수를 빼앗긴 과거 미중 관계정상화 때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속셈이 내재돼 있다고 봐야 한다.

북한의 경우는 일본과의 관계정상화를 통해 기본적으로는 당장의 대내외적 어려움을 극복하는 계기를 잡으려 했을 것이 틀림없다.

대일 청구권을 통한 50억달러 규모의 배상액수는 탈진상태의 경제를 희생시키기 위해 꼭 필요할 뿐 아니라 우리측으로부터 기대했던 인센티브를 어느 정도 여과시킴으로써 기존의 대남전략을 지속적으로 꾀할 수 있다고 볼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으로서는 이로 인한 상당한 내부적 갈등과 딜레마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

일본과의 국교수립은 김일성 권력의 존립 근거였던 주체사상과 빨치산ㆍ항일투쟁 논리를 1백80도 뒤엎는 결과인 동시에 「2개의 조선 반대」라는 고정관념의 틀을 스스로 깨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셰바르드나제 소련 외무의 북한방문과 최근 김일성의 중국방문 등도 따지고 보면 북한으로 하여금 전격적인 대일 관계정상화를 결심하게 한 주요배경이라 할 수 있다. 셰바르드나제 외무는 당시 ▲91년말 한소 수교 ▲91년부터 대북 군사원조 삭감 등 입장을 통보했으며 중국측도 경제원조의 어려움을 설명해 김일성으로 하여금 절박한 한계상황을 인식케 했다고 보여진다.

결국 일ㆍ북한간 관계정상화는 단기적으로는 남북관계 및 대화의 진전속도를 다소 더디게 할 공산도 적지않으나 장기적으로 볼 때는 한반도 긴장완화와 북한의 개방을 앞당기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정부 당국은 관측하고 있다. 특히 북한의 대일화해 움직임이 기본적으로는 남북간 불신과 대결구조를 해소하고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키고자 하는 우리의 7ㆍ7 선언에 일응 부응하는 것이라 할 때 정부로서도 이를 남북 관계개선의 촉매로 활용하기 위한 면밀한 대응책의 강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일ㆍ북한 관계정상화로 인해 한중 국교정상화의 시기가 의외로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으며 유엔가입 문제에서의 고리를 푸는 호기가 될 수 있는만큼 한반도 주변의 급속한 「이상 기류」에 모아지는 관심은 상당기간 계속될 전망이다.<정진석 기자>

◎미국의 시각/북한 돌변에 충격… 진의 파악 부심/「외교원칙」상 미와 급진전 어려워

북한의 대일본 수교제의는 사실상 교차승인의 수용을 의미한다. 곧이어 미국에 대해서도 똑같은 제의를 할 것이라는 것은 상식적으로 충분히 유추해 볼 수 있다. 북한은 지금까지 김일성의 「원 코리아(One Korea)」 정책에 묶여 한국이 소련ㆍ중국과 수교하고 북한이 미국ㆍ일본과 수교하는 교차승인이 남북분단을 영속화한다는 이유에서 맹렬히 반대해왔었다. 반대의 강도가 컸으므로 태도변화에 대한 으외의 충격도 크다. 북한의 입장변화의 실상을 파악하기는 아직 이르다.

김일성식의 「원 코리아」 정책을 수정한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한국의 북방정책에 대응하기 위한 외교적 책략인지 아직 알 수 없다.

최호중ㆍ셰바르드나제 한소 외무들의 오는 30일 유엔회담을 앞두고 공표된 것을 보면 후자의 가능성이 크다. 이번 한소외무장관회담은 양측 외무장관간의 첫 회담일 뿐 아니라 수교원칙에 합의할 것이 확실시되므로 그 역사성이 부여되고 있다.

미국은 교차승인 문제에서 일본과 소련 양국에 한발짝 늦은 셈이다.

미국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희망한다. 그러나 일본과는 달리 관계개선에 외교적인 원칙을 설정하고 있다. 초강대국으로서 미국의 외교에는 규범이 있다. 이 규범은 케이스 바이 케이스가 다르다. 역대 미 행정부의 「인질에 대해 협상하지 않는다」는 원칙은 좋은 사례다.

미국은 지난 88년 이후 북경의 제3의 장소에서 북한측과 양측 대사관 정치담당참사관회의를 가져왔다. 미북한는 이 「대화의 창구」를 통해 지금까지 12차례 접촉을 가졌다. 그러나 아직 돌파구가 열리지 않고 있다.

미 국무부는 북한과의 관계개선책으로 88년 ▲외교관의 접촉 ▲인도적 교역의 허용 ▲북한 방문자에 대한 외환서비스 ▲학자ㆍ종교인ㆍ예술인ㆍ체육인들의 교류 등 비정치적 접촉의 확대 등을 발표하면서 북한측에 대해 미북한간의 관계증진을 위해 적절한 행동을 취할 것을 촉구했다.

미 국무부는 ▲남북대화의 재개 및 적극화 ▲대미 비방금지 ▲한국전 실종미군 유해의 반송 ▲국제원자력위원회(IAEA)의 핵안전관리협정에의 서명 ▲상호신뢰 구축행위 등을 「적절한 행동」으로 제시했다.

북한은 북경회담을 통해 장소를 북경에서 유엔으로 이전하고 회담자체도 대사관 참사관급에서 유엔 대사 또는 부대사급으로 격상될 것을 요구했다.

미국은 그러나 김일성이 죽지 않는 한 미북한 관계에 어떤 돌파구가 있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 미국의 대북한 정책은 한국측와 협의를 하지만 그들 자신의 국익에 따라 독자적으로 결정된다. 미국으로서는 북한에 대해 매력을 갖지 못하고 있다.<워싱턴=이재승 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