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방소때 한인식당서 사귀어/“귀순”결의에 밤새술마시며 격려/정군“남자가 한번한말 지켜야지” 눈물『현아,너 정말 서울에 왔구나』
『이렇게 살아서 다시 만나다니 꿈만 같다. 너희들 격려가 큰 도움이 됐어』
28일 하오3시40분께 비원 가정당앞 잔디밭에서는 지난 7월29일 유럽의 우리 공관에 귀순해온 북한의 소련유학생 정현군(25ㆍ도네츠크공대 금속공학부4)과 한양대 윤종영(26ㆍ산업미술2) 정윤석(24ㆍ기계공3) 한승훈군(21ㆍ광고홍보2)의 감격어린 재회가 이루어졌다.
정군은 지난 7월13일 방학을 맞아 평양에 가려고 모스크바에 머무르다 학술진흥재단의 공산권방문단으로 소련을 방문중인 한양대생 일행 31명과 마주쳤다.
한인교포가 경영하는 오작교식당에 들어서던 정군은 남한학생들이 이곳에서 점심을 먹고있자 돌아가려다 한학생이 『북한학생이냐』고 말을 걸어 수인사를 나눴다.
처음 서먹서먹해 하던 정군은 이들의 따뜻한 인사에 마음이 풀려 윤군 등 4명을 숙소인 스포츠호텔로 초청했다.
정군의 호텔방에서 저녁을 대접받은 윤군 등은 정군과 함께 방문단 숙소인 셰바스토폴호텔로 와 밤새 남북의 현실에 대해 솔직한 토론을 벌였다.
정치얘기를 피하고 조심스럽게 대하려는 윤군 등에게 정군은 오히려 김일성부자를 신랄하게 비난하며 속마음을 털어 놓아버렸다.
정군은 이튿날 윤군과 함께 쇼핑을 나가 없는 돈을 털어 초콜렛과 레닌모자를 선물로 사줬고,윤군은 차고있던 국산시계를 풀어 답례했다.
유학생소환령이 떨어져있어 방학때 평양에 가면 다시나오기 힘들것으로 생각하고 있던 정군은 이날밤 셰바스토폴호텔에서 윤군 등에게 귀순계획을 털어놓았다.
윤군 등은 『꼭 성공할 것』이라고 격려해주었고 장재영군(21ㆍ기계과2ㆍ미국유학중)은 『탈출할때 필요할 것』이라며 티셔츠를 벗어주었다.
장군은 또 대학입시를 치를때 어머니가 품고 있던 옥염주를 행운의 선물로 정군의 팔에 끼워주었다.
이들은 옷을 다 벗고 밤새 술을 마시며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합창하고 의형제를 맺은뒤 헤어졌다.
7월15일 윤군 등이 독일로 떠나고 17일 소환령이 떨어지자 정군은 하리코브로가 평소 의기투합하던 김지일군(26ㆍ하리코브종합대 역학수학부졸)과 함께 탈출을 계획,29일 장군이 준 티셔츠를 입고 서방으로 탈출했다.
모스크바에서 함께 찍었던 사진을 보여주고 끌어안는 윤군 등에게 정군은 『남자가 한번 한 말은 지켜야지』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정군과 김군,그리고 이들보다 먼저 6월29일 귀순한 한성호군(22ㆍ모스크바국립종합대 노문학과5) 등 북한유학생 3명과 한양대생 3명 등은 앞으로의 서울생활을 의논하며 시간가는 줄 몰랐다.<신윤석기자>신윤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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