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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남방외교/황소웅 편집부국장(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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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남방외교/황소웅 편집부국장(메아리)

입력
1990.09.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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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의 북한 외교노선의 기조는 「두개의 조선」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었다. 동서독이 그랬고 남북 예멘이 그랬던 것처럼 유엔에 동시가입하자고 권유해도 「그것은 두개의 조선을 인정하는 것이며 분단을 고착화시키는 것」이라는 이유를 내세워 반대해 왔던 것이다.한국과 소련간의 수교에 대한 반대논리 역시 「두개의 조선」반대에서 찾고 있다. 소련이 한국과 외교관계를 맺는 것은 북한을 배신하고 「두개의 조선」정책을 획책하고 통일을 방해하는 행위라고 북한이 소련에 대해 공공연히 거칠게 항의한 것은 바로 엊그제의 일이다.

교차승인을 반대하는 이유도 「두개의 조선」을 반대하기 때문이다.

미ㆍ일이 북한을 승인하고 소ㆍ중이 한국을 승인하는 형식의 교차승인은 「두개의 조선」을 공식화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북한 외교의 금과옥조처럼 되어 있는 「두개의 조선」정책이 하루아침에 느닷없이 곤두박질하고 있다. 일본과 수교하는 것은 「두개의 조선」을 스스로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해서 한사코 반대해 왔던 북한이 일본에 대해 11월부터 수교협상에 들어가자고 충격적인 제의를 해온 것이다. 이 제의가 김일성의 입을 통해 직접 나왔다는 것도 충격적이나 가이후 일본 총리가 즉각 환영의 뜻을 표한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지금까지 북한이 문을 두들겨온 상대는 일본이 아니라 미국이었다.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위해 미군유해를 돌려주는 등 나름대로 화해 제스처를 보였으나 미국의 태도가 요지부동이라는 것을 깨달았는지 갑자기 일본쪽으로 방향을 바꾼 것 같다. 일본은 북한에 대해 관계개선을 꾸준히 추진해 왔으나 지금까지 냉담한 반응으로 일관해 왔을 뿐이다.

그래서 일본은 이번에 정부대표단을 보내면 「두개의 조선」을 반대한다는 북한의 비위를 건드릴까봐 「자민당­사회당」대표단의 손에 총리가 아닌 총재의 사죄친서를 쥐어 보냈던 것이다. 일본으로서는 무척 조심스런 접근이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김일성의 입을 통해 직접수교 제의가 나왔으니 뜻밖이 아닐 수 없다.

배상받을 돈이 급하긴 급했던 모양이다. 예기치 못한 북한의 변화에 상대인 일본이 어리둥절한 것은 물론이고 북한의 개방을 누구보다 부르짖어온 한국이 어쩔줄 몰라하는 것도 당연하다. 미국의 반응이 궁금하고 중국의 표정이 우리에게는 특히 관심거리이다. 한국과 수교한다고 갖은 비난을 받아온 소련은 차라리 홀가분한 심정일 것이다.

북한이 이제 「두개의 조선」반대정책을 버리면서 스스로의 모순을 어떻게 설명하고 나올지도 궁금하다. 그들이 일본과 수교하는 쪽으로 방향을 밝혔다면 한ㆍ소 수교나 한ㆍ중 관계개선에도 반대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남북한의 유엔 동시가입에도 찬성하고 나와야 할 것이다.

남한이 북방외교의 깃발을 높이 치켜들때부터 북한의 남방외교도 예견되었지만 예상보다 빨리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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