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기간 중 쇠고기 돼지고기 소비가 크게 늘어날텐데 수요를 맞출 수 있습니까』『하루 2천 마리꼴로 늘려 공급중입니다』
지난 26일 하오 5시30분 과천 경제기획원 대회의실에서는 강영훈 국무총리와 경제부처장관 사이에 추석물가에 관한 일문일답이 벌어졌다.
대통령의 물가상승 염려에 따라 내각수반인 국무총리가 경제장관들을 비상집합시켜 추석성수품 수급동향을 직접 챙긴다는 취지였다.
그렇지만 이날 긴급경제장관회의 모습은 여느 각료급 회의 때와 크게 달랐다.
경제팀장인 이승윤 부총리는 하오 늦게 건강체크차 서울대병원에 들렀다가 회의가 시작된지 40분이 지나서 겨우 얼굴을 비쳤다.
때마침 같은 회의장에서 경제행정규제완화위원회를 열고 있던 각 부처관들은 느닷없는 총리의 행차에 가까스로 회의를 매듭짓고 자리를 비웠다.
장관에게 미처 연락이 닿지 않은 일부 부처는 엉거주춤 서있던 차관이 대신 앉았고 모부처차관은 15분쯤 지나 머리를 긁적이며 회의장에 들어섰다.
물가관리 주무부처인 경제기획원은 이진설 차관이 이미 발표한 추석물가안정대책을 총리에게 보고했다.
강 총리는 농수산물을 비롯,물자수송 석유류 수급 등 분야별로 관계장관에 따져 물었고 엉겹결에 말문이 막힌 장관은 담당 직원의 응원을 받아 겨우 고비를 넘기고 있었다.
이때쯤되자 『갑작스런 회의소집이 무슨 이유일까』며 창백해졌던 각 부처 간부들의 얼굴에는 안도의 웃음이 흘렀고 모부처장관은 별볼 일 없다는듯 대기중인 차관을 좌석에 앉히고 재빨리 자리를 빠져나가기도 했다.
40분 만에 선약이 있다며 총리가 자리를 뜬 뒤 뒤늦게 도착한 이 부총리의 주재로 회의가 속개됐지만 불과 20분여 만에 결론없이 종료됐다.
결국 기획원 창설 이후 처음 겪은 국무총리 주재 경제장관회의는 사전준비도,알맹이 있는 대책마련도 없이 이렇게 끝났다.
마치 지난 4월말 증시침체를 막으려던 심야경제장관회의나 일요일인 지난 16일 긴급수해대책회의 때처럼 이미 발표한 대책을 앵무새처러 주고받으면서…. 한 경제부처 간부는 『이런 회의가 바로 전시행정의 표본 아니냐』고 탄식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