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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경제의 실상(사설)

입력
1990.09.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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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통일원이 발표한 「89년도 북한경제종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의 GNP는 2백10억9천만달러로 남한의 약 10분의1,1인당 GNP는 9백87억달러로 남한의 약 5분의1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질경제 성장률은 2.4%에 머물렀으며 이는 지난 87년 제3차 7개년계획이 시작된 이후 87년의 3.3%,88년의 3.0% 성장에 이어 3년째 계속 성장률 감소를 보여주는 것이 된다.얼만전에 남한을 방문했던 북한의 연형묵 총리는 남북 경제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우리측 대표에게 『우리도 먹고 사는 데 어려움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거니와 통계에 비친 북한경제의 실상은 갈수록 더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 확실하고 남북한의 경제력 격차도 해마다 더욱 커져가고 있음이 분명해졌다.

북한경제가 안고 있는 고민은 제조업의 전반적인 부진과 그에 따른 수출저조→외환수입 부족→대외결제 능력저하→대외채무 증가로 이어지는 악순환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수출의 주종을 이루고 있는 것이 광업과 제련,건설자제 등인데,지난해 북한의 광공업 부문은 마이너스 3.3%의 성장률을 나타냈고,결과적으로 대외 교역 총액이 47억9천만달러에 그쳐 전년비 8.6%나 감소되었다.

수출보다는 수입의 감소가 더 커서 무역적자가 줄어들었는데도 불구하고 외채규모는 오히려 무역적자와 연체이자의 누적으로 17억달러나 늘어난 67억8천만달러로 불어 났으니 『먹고 사는 데 어려움이 없다』는 북한경제의 실제의 상황과 「먹고 사는 생활의 수준」이 어떤 정도인지를 짐작할 만하다고 하겠다.

남북 교역에 대한 북한측의 소극적 태도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지만 남과 북의 수출입 구조의 비교를 통해서 보는 한 양측은 서로의 필요품을 교역할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 같다. 북한의 수출이 주로 원자재 위주인 데 반해 남한의 수출은 95% 이상이 전자 자동차 선박 철강 직물 신발류 등 가공품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만 보더라도 양측의 교역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는 소지는 충분하다.

물론 남한의 소비상품이 곧 바로,생활방식이 상이한 북한주민들에게 알맞은 것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며,남쪽의 산업장비나 시설 등도 북쪽에 그대로 적용되기는 어려울 경우가 많을 줄로 안다. 그러나 북한의 풍부한 천연자원과 남쪽의 자본 및 기술의 합작으로 공동개발의 길을 연다든가,농ㆍ수산물 증산을 위한 협력,관광사업과 물자수송 등에 있어서의 합작투자같은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게 시작할 수 있는 남북 경제협력의 첫 단계가 될 수 있으리라고 믿어진다.

남북한간의 저간의 특수사정을 감안할 때 정치 못지않게 냉각되어 있는 경제교류가 하루아침에 성사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양측 모두가 경제교류의 필요성을 더욱 절실히 인식하게 된다면 예상외의 빠른 진전이 이루어지지 말라는 법도 없을 듯하다. 특히 소련과 중국의 대외개방이 활발히 진척되고 한소ㆍ한중간의 경제협력이 본궤도에 오른다면 남북한간의 경제교류도 이에 쉽게 편승할 기회를 잡게 될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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