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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자당 이러고 있을때 아니다(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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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자당 이러고 있을때 아니다(사설)

입력
1990.09.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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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자당이 요즈음 때에 걸맞지 않게 당내 불협화음에 휩싸여 있는 모양이다.김영삼 대표위원이 『당의 기강을 바로잡겠다』고 천명한 것이 공천탈락 등 의원의 정치생명을 좌우하는 선까지가 대상으로 포함돼 있는 것처럼 해석돼 계파나 사람에 따라 반응이 간단치 않다는 얘기같다.

추경예산을 민자당 단독으로 처리키로 당론을 모았으나,김 대표 독단으로 철회한 것이 당내 민주주의 절차를 무시한 것이 아니냐는 반발을 사게 되면서 해묵은 갈등까지 표출돼 결국 「기강론」까지 등장하게 된 것으로 듣고 있다.

우리는 추경예산 단독처리를 유보한 당의 결정만 평가하면 그만이지,그 결정을 둘러싼 민자당내 사정에까지 참견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러나 지금 민자당이 내분에 매달려 있을 때가 아니라고 보기 때문에 몇마디 충고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수재인책 개각이 실기한 것이 아닌데도 따가운 여론의 채찍질을 피하지 못한 것은 그동안의 실정책임을 그 정도 선에서 때울 생각이냐는 불만이 터져나왔기 때문이었고,총체적 난국 속에서 국민과 민생이 헤매고 있는데도 살아가야 할 길을 제시하기는커녕 오히려 국민의 짐이 되고 있으면서도 반성하는 자세가 돼 있지 않다는 질책이 폭발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민자당은 무언가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주었어야 했다. 그럴 때 나타난 것이 고작 계파갈등의 표출뿐이었던 것이다.

위기의 관리에는 위기의 경감,회피,전가,정면해결 등 네가지 방법이 있을 것이다. 예컨대 한소 수교를 성사시켜 내정의 불만을 더는 계기를 마련하면 그것은 위기의 경감이 될 것이다. 파행정국의 책임을 사퇴한 채 등원하지 않고 있는 야당으로 돌린다면 그것은 책임전가의 방법이 될 것이며,우루과이라운드나 침체증시,물가고를 모른척 하고 넘어가면 단기간이나마 위기회피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앞서의 세가지 방법은 다소나마 여유가 있을 때 가능할 수 있는 방법일 듯하다.

여론조사에 나타나는 것처럼 민자당이 통째로 침몰할 위기에 직면했을 때는 잔기술이나 잔꾀만으로는 살 길이 마련되기 어렵다. 민자당은 이제 위기에 정면으로 맞서 해결하는 방법 이외에 다른 선택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당운을 걸고 건곤일척,난관을 타개하는 길밖에 돌파구가 없어 보인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당의 결속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고,결속하기 위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 화합이 필요하다. 지금 민자당은 「기강싸움」이나 벌이고 있을 만큼 여유 있는 처지가 아닌 것이다.

다음은 국민에게 확실한 정국운용의 방향,「큰 정치」를 보여주어야 한다. 현재로서는 내각제개헌에 대한 확고한 태도의 표명,과감한 지자제 실시로 정치를 활성화시키는 일이 민자당을 위해서나 정국의 안정을 위해서나 불가피한 정치적 선택이라 할 수 있다.

이미 국민이 원하지 않고 야당이 원하지 않으면 내각제개헌을 강행하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는만큼 좀더 분명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지자제 선거도 어차피 우리가 넘어야 할 산이라면 정당추천제 허용,철저한 공영제 실시 등 보완책을 두어 내년 상반기에 실시하는 결단을 내려야 할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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