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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 군사동맹화」움직임/이 외무 제안… 이달말 본격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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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 군사동맹화」움직임/이 외무 제안… 이달말 본격 논의

입력
1990.09.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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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 페만 대응 무력증이 계기/미 영향력 탈피 유럽 독자성 회복 욕구도 작용/신유럽 안보체제에 큰 영향… 나토선 강력 반발페르시아만 사태를 계기로 유럽공동체(EC)를 군사동맹으로까지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서서히 일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냉전종식 이후 첫 국제분쟁으로 일컬어지고 있는 페만 사태를 맞아 서유럽지역의 기존 안보기구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그 한계를 드러냄에 따라 본격화하고 있다.

탈 냉전 이후 유럽의 독자적인 안보역할이 다각적으로 모색되는 가운데 발생한 페만사태는 「냉전의 기구」인 NATO의 취약성을 여지없이 폭로했다.

NATO 규약은 회원국 영토 밖에서 군사활동을 금지하고 있어 페만사태에 따른 서유럽각국의 군사적 대응은 그동안 유명무실했던 서구동맹(WEU) 틀안에서 이루어져야 했다. WEU는 지난 55년 브뤼셀조약에 따라 발족한 유럽 방위정책의 협력추진기구로 EC 12개국중 그리스,아일랜드,덴마크를 제외한 9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냉전기간동안에는 미국 주도의 NATO에 눌려 별다른 활동을 벌이지 못했으나 페만 사태를 계기로 그 중요성이 새삼 부각된 것이다.

WEU의 역할이 부상하자 회원국들 사이에는 한걸음 더 나아가 WEU를 차제에 EC에 통합시키자는 제안이 나온 것이다. 이러한 구상을 선도하고 있는 인물은 이탈리아의 지아니ㆍ드ㆍ미켈리스 외무장관으로 그는 최근 WEU를 해산,그 기능을 EC에 통합시키자고 제안했다. 방위문제 토의가 금지되어 있는 EC에 WEU의 기능을 포함시킴으로써 EC의 통합을 한 차원 더 발전시키자는 것이다. 미켈리스 외무장관은 이 구상이 유럽의 이해가 결부된 페만 사태에 대한 EC의 결집력이 결핍됐다는 지적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또 『EC는 페만 사태 이후에도 발생할 수 있는 유럽외부의 분쟁에 공동대처할 안보기구를 필요로 한다』며 EC와 WEU의 통합을 역설하고 있다.

EC의 군사동맹화를 지향하는 미켈리스의 구상에 대해 EC 회원 각국의 공식 반응은 아직 나오고 있지 않다. 그러나 EC를 느슨한 결합체로 머무르게 하고 싶어하는 영국의 반응만은 분명 부정적이다. 영국은 페만 사태의 군사적 대응과 관련,WEU와 NATO가 잘 협조해 왔음을 지적한다.

보다 심각한 반발은 NATO 본부측으로부터 나오고 있다. 만프레드ㆍ뵈르너 NATO 사무총장은 지난 20일 EC의 군사동맹화 움직임에 언급,EC에 대해 방어와 안보분야에서 NATO의 역할을 빼앗으려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는 EC의 공동방어 안보정책 필요성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그같은 작업은 NATO의 테두리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 것.

EC의 군사동맹화는 필연적으로 서유럽지역에서의 미군의 철수압력을 가중시킬 것인데 이는 서유럽평화유지에 위협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뵈르너의 논지는 탈냉전 이후에도 유럽의 안보유지를 위해서는 대서양밖의 미국 역할이 계속되어야 하며 따라서 미 주도의 NATO는 계속 존속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NATO의 대항기구인 바르샤바조약기구가 사실상 해체된 마당에 유럽에 대한 미국의 일방적 군사개입을 보장하는 NATO의 존속주장이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음은 분명하다.

따라서 EC의 군사동맹화 움직임은 소련이 탈냉전 이후 유럽의 새로운 안전보장기구로 역설해 왔던 유럽안보협력기구(CSCE)의 위상증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CSCE는 미국과 소련이 유럽안보유지에 다같이 참여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미국이 기존의 대 서구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NATO의 존속을 고집 할 것이 아니라 CSCE체제의 구축에 적극 참여해야 할 시점에 놓인 것이다.

셰바르드나제 소련 외무장관이 뵈르너 NATO 사무총장의 대 EC 경고가 있던 바로 지난 20일 NATO와 바르샤바조약기구가 장차 CSCE체제의 일부분으로 통합돼 결국 해체될 것이라고 낙관한 것도 이러한 흐름을 읽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EC의 군사동맹화 추진움직임은 탈냉전이 심화됨에 따라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유럽의 독자성을 되찾고자 하는 유럽 각국의 잠재된 욕구의 구체적 표현이다.

이는 또한 냉전시기에 미국의 안보논리에 수렴될 수 밖에 없었던 유럽이 유럽자체의 독자적 안보이해를 인식하기 시작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EC를 군사동맹화 하자는 미켈리스의 구상은 이달말 CSCE 준비를 위한 팔마회의에서 본격 논의되며 10월27일의 EC 정상회담에도 회부될 예정이다.

미켈리스 자신은 자신의 구상이 독창적이며 극복할 난점이 많다고 시인하고 있어 이 구상이 단기간내에 성사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미켈리스 구상이 본격적으로 토론되면 토론될수록,냉전의 유산인 NATO는 환골탈태하거나 아니면 CSCE 체제로 흡수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여기서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냉전 이후의 첫 국제분쟁이라는 페만 사태가 서독과 일본의 군사적 역할증대를 몰고 오는 등 아직 그 구체적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 않은 탈냉전 이후 국제역할 질서형성에 큰 몫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파리=김영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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