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 3년만에 신흥갑부로 3위 배명갑씨/양식기수출 알짜배기 기업인 44위 송금조씨/컴퓨터부품 업계선 터줏대감 78위 인원식씨/건강식품 성공 63위 이연호씨/세계적 모자왕 48위 백성학씨수억원대의 세금을 내면서도 세상에는 별로 알려져 있지 않은 「알부자」들이 있다.
국세청이 지난 21일 발표한 「89년 1백대 납세자」명단을 보면 우리나라 부의 상징인 대재벌 총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거나 오히려 앞서는 숨은 거부들을 더러 발견할 수 있다.
주로 자영업자인 이들 무명의 거부들이 재벌총수와 견줄만큼 돈을 잘 벌게 된 것은 스스로 개인사업을 알차게 꾸려나간 측면도 있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재벌총수는 기업이 얻은 소득은 법인세로 내고 주식지분에 따른 배당소득만을 얻게 되는 반면 자영업자들은 사업소득자체가 수입이 되는 세제상의 차이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이다.
무명의 거부들은 미처 이름이 알려질 겨를조차 없이 갑자기 부호로 떠오른 신흥거부이거나 아니면 일반소비자와는 거리가 먼 수출전문업체이거나 전문부품업체이어서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
1백대 납세자중 3위로 급부상한 배명갑 광문도시개발산업 회장(61)은 갑자기 떠오른 신흥거부유형이다.
배회장은 작년도 신고소득이 축산ㆍ부동산임대업등으로 1억2천6백만원에 불과 했으나 올해는 23억4천만원을 신고,1년사이에 20배가까이 소득이 늘어났다.
배회장의 소득이 단기간에 급증한 것은 지난해 경기 안산에 대지 3만4천여평에 3백억원규모의 산업용재료 유통센터 상가를 지어 분양했기 때문.
배회장은 올해는 이 유통센터옆 2만여평의 부지에 2차 상가분양을 실시하고 내년에는 트럭터미널까지 세워 종합유통센터를 꾸미는게 꿈이라고 밝혔다.
배회장은 지난 87년 「넓은 지역을 펼쳐보자」는 의미의 「광문」을 설립,안산개발에 본격착수한지 3년만에 대성공을 낚아냈다.
부친이 일제때 건설회사를 운영한바 있고 실형도 건설업만을 해오고 있는 건설가족인 배회장은 역시 건설회사등에서 직장생활을 해오다가 87년에 동업자인 재일동포실업가를 만나 평소의 꿈이던 자기회사를 갖게된 것이다.
동업자는 재력을 바탕으로 은행과 단자사의 자금을 동원해냈고 자신은 현장을 지휘,무일푼에서 거부의 자리에 올랐다. 6ㆍ25때 중대장까지 한 참전용사인 배회장은 『세금 많이내게 돼 오랜만에 애국하게 됐다』며 『장래에 재벌될 의욕도 없고 되지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의도에 본사를 두고 안산현장에 근로자 60여명뿐인 「광문」은 안산개발외에 수도권일대에서 상가와 아파트를 지어 분양하고 있다.
고액소득 78위로 부상한 KDC(한국 데이타커뮤니케이션)상사(대표 인원식ㆍ57)는 컴퓨터부품 전문업체로 업계에서는 유명하지만 일반소비자를 상대로한 제품을 만들지 않아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유형.
인대표는 고대 경제학과를 졸업한후 지난 72년 이 회사를 설립하면서 컴퓨터온라인 연결장치를 개발,상품화에 성공,이 분야의 효시가 됐다.
KDC는 이후 모컴퓨터와 단말기를 연결하는 변ㆍ복조장치인 모뎀전문업체로 성장,주로 가전 3사를 비롯,기업체와 정부기관에 컴퓨터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서울 수송동에 본사가 있고 구로 1공단에 3백60평규모의 공장이 있는 이 회사는 매년 20∼30%의 성장을 구가,지난해 77억원의 매출에 6억원의 순익을 냈다.
2백여명의 직원전부가 전기ㆍ전자 전공의 기능공으로 자체연구소도 갖추고 있는데 인대표는 『현재는 먹고 살만한 수준이지만 미래가 있다』고 말했다.
44위인 송금조씨(66)의 태양사는 스테인리스식기 전문제조업체로 전량수출하고 있다. 부산 사상공단에 공장이 있으며 1천명의 종업원에 연 매출액 1백44억원으로 세신실업에 이어 업계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중견기업인데 지난해 태풍 주디로 침수,외형이 감소하기도 했다.
납세랭킹 48위인 백성학 영안모자대표(50)는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편이지만 업계에서는 자수성가한 기업인으로 이미 잘 알려져있다.
영안모자는 지난해 50여개국에 5천만달러이상의 모자를 수출한바 있고 외국쇼핑에서 고급스러워 사오면 영안모자였다는 우스갯소리가 날정도의 모자전문 수출업체로 국내보다 외국에서 더 유명하다.
백대표는 지난 50년 흥남철수때 단신월남,미군부대에서 잔심부름을 하는등 전전하다가 55년 학생모자공장에 취직하면서 모자와 인연을 맺고 19세인 59년에 공장을 따로 세워 독립.
60년대말 미국에 수출을 시작하면서 급성장을 거듭,현재는 국내 7개공장에 2천여명의 종업원을 거느린 대회사로의 변신에 성공했다. 백대표는 자신의 어려웠던 날을 생각,여러방면에서 사회복지사업을 벌이고 있다. 백대표는 해외출장중이고 회사관계자들도 인터뷰를 한사코 거절하는등 무명의 기업으로 남아있기를 원하는듯 했다.
38위에 랭크된 이화산업 조창환회장(53)은 염료만을 전문으로 제조,판매하는 국내업계 선두주자이다.
지난해 매출 3백80억원중 수출이 60%를 차지하는 수출업체로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자사상표인 「RIEA」로 더 유명하다.
울산화학 김근수사장(43)은 에어컨이나 냉장고의 냉가스를 만들게하는 불소관련제품인 「코프런」을 제조판매,6억4천4백만원의 소득에 2억8천2백만원의 세금을 내게돼 1백위권밖에서 87위로 부상했다.
남양알로에농산 이연호 대표(64)는 백합과의 약용식물을 가공,건강보조식품과 화장품을 개발,판매에 성공함으로써 7억1천7백만원의 소득에 3억4천7백만원의 세금을 내 역시 1백위권밖에서 63위에 올랐다.
이대표는 지난 76년 알로에 재배를 시작,85년 상품화에 성공한데이어 지난해에는 멕시코와 텍사스에 농장을 세우고 국내에도 천안ㆍ포천등 5개지역에 농장을 확장,본격적인 투자를 시작했다.
이밖에 서광의 장익용 회장,동대문종합시장 정시봉회장,하남산업 김영도대표(평민당의원),나산실업의 안병균 회장등도 숨은 거부로 부상하고 있다.<이백규기자>이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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