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는 살려야 하겠는데 살릴 수 있는 뾰족한 방안이 서지 않는다는 것이 증시가 안고 있는 딜레마이다. 딴 것 다 제쳐놓고 증시만을 살리는 길이야 쉽게 강구될 수 있겠지만 현실적인 여러 제약이 증시만을 위한 부양책의 마련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지난 15일 올해들어 두번째로 주가지수 6백선이 무너진 후 줄곧 곤두박질만 치고 있는 주가는 이미 자율적 반응의 힘을 잃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렇다할 특별한 직접적 악재는 없음에도 불구하고 집중호우에 따른 물가불안,추석자금 수요,페르시아만사태와 직결된 경제침체 등 외부요인들이 계속 불투명한 데다가 일괄정리 실시 종료일이 10월10일로 되어 있는 적자계좌,이른바 깡통계좌 때문에 투자자들의 대부분이 일반매물을 늘리거나 관망하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반발매수세의 형성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역설같은 얘기이지만 주가의 폭락사태는 몇차례에 걸친 정부의 어중간한 부양책 때문에 더 심화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작년에 있었던 12ㆍ12 부양책이 신용거래의 폭을 넓혀 놓음으로써 오늘과 같은 막대한 깡통계좌와 그로 인한 미수 및 미상환 물량의 양산을 초래했고,지난 8월말에 있었던 일련의 부양대책만 하더라도 투자자들의 기대에 너무나 못미치는 수준이어서 이때부터 실망매물이 쏟아져 나오고 일반매수세가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증안기금이 증시붕괴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당장 주식매입에 투입될 수 있는 자금이 1조원도 안되는 데다가 추가로 출자될 예정인 증권사분 8천억원의 자금조성 전망도 그다지 밝지 않다고 듣고 있다. 악성 적체물량을 해결하는 데만도 1조수천억원의 돈이 소요된다고 볼 때 증시의 앞날은 정부에 의한 제2의 증안기금조성 등 획기적 대책마련이 없는 한 암담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증시의 침체현상은 일차적으로 주식의 공급과잉과 정부의 시행착오적인 증시정책에 기인한다고 하겠지만 보다 근원적으로는 위축된 실물경제와 그 위축을 부채질한 정치불안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치의 불안이 경제불안을 조성하고 그것이 투자감소,저축감소로 이어져 결국 증시침체로까지 파급되었다고 보면 되겠다. 그리고 이러한 증시침체는 다시 자산감소,저축감소,투자감소를 통해서 실물경제의 위축을 가중시키는 악순환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증시침체가 심각해진 이후 정치권에서는 여야할 것 없이 증시부양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증시대책을 포함한 경제위기 극복을 정부에 건의하기도 하고,또 직접 제시하기도 하고 있지만 경제불안과 증시침체의 근원이 되고 있는 정치불안요인을 선반에 얹어둔 채 경제위기 극복을 운위한다는 것부터가 심히 자가당착된 일이며 나아가 무책임한 짓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지금 당장 종전과 같은 불끄기식 부분적 부양책이 아닌,문자그대로 투자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종합적 근본증시안정책을 마련,증시활성화에 대한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다시한번 재천명할 필요가 있을줄로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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