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만사태ㆍ수재로 앞날 더 험난/금융실명제 연기불구 증시침체ㆍ자금난 여전/부동산투기억제 당초의지 약화돼 낙관못해/정치장관 인기발언심해 부처간 불협화 노출『갈수록 첩첩산중입니다』 이승윤경제팀이 출범한지 만 6개월을 맞은 지난 17일 경제기획원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우리 경제에 닥칠 대내외여건변화와 관련,이렇게 한숨을 지었다.
지난해 6%대 실질성장의 불황을 겪은뒤 올 상반기 들어 10%에 가까운 고성장을 일단 기록했지만 우리 경제가 이제부터는 순풍에 돛단 배처럼 활기차게 뻗어나가리라고 학계나 재계,정부 어느쪽에서도 자신있게 얘기할 형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페르시아만사태가 엉거주춤하게 꼬이면서 국제원유가 상승이 이제 과연 어느정도 심각한 파문을 몰고 올 것이냐가 관심거리로 부각된 상태다. 연내타결이 확실시 되고 있는 우루과이라운드협상 역시 농산물과 서비스시장개방등 통상차원을 뛰어 넘어 정치사회적 충격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여기에다 70년만의 호우로 복구비가 수천억원을 웃도는 수해까지 겹쳤으니 우리 경제는 『산넘어 산』의 곤욕을 겪고 있는 셈인 것이다.
이승윤부총리를 비롯한 경제팀이 지난 상반기중 10%성장이란 성적표를 자랑할 처지가 못되는 것도 이러한 앞으로의 여건과 맥을 같이한다.
○…이승윤경제팀에 대한 중간평가를 내리자면 맨처음 금융실명제 전면유보를 들지 않을 수 없다. 6공이 집권공약으로 내건 「형평확대」슬로건이 경제현실의 벽에 부딪쳐 좌절된 대표적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이부총리팀은 당시 실명제 실시의 부작용으로 증시침체와 부동산투기 극성,기업의욕저하 등을 「강행불가」의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반년이 지난 요즘 증시를 떠난 돈의 행방은 여전히 오리무중이고 기업은 기업대로 『투자를 해보려해도 자금이 없다』며 아우성이다.
부동산투기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 긴급조치에 가까운 「5ㆍ8」대책을 내놔 표면상 투기광풍은 잠재워진듯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업무용부동산판정기준이 이런저런 이유로 슬금슬금 완화되는 모습을 보이자 땅에 돈이 묶인 사람들은 『그러면 그렇지』하며 다시 어깨를 펴고 있다.
○…이승윤경제팀은 출범 한달여동안 엄청난 대책들을 연거푸 쏟아냈다.
「4ㆍ4」경제활성화조치를 비롯,「4ㆍ13」투기억제대책 「4ㆍ20」물가안정대책 「4ㆍ25」증시안정책과 「5ㆍ8」조치등 숨돌릴 겨를없이 각종 처방을 내렸던 것이다.
뒤이어 이부총리자신이 당시 국내경제상황을 「총체적 난국」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불과 며칠 못가 1ㆍ4분기중 10.3%의 과열성장을 기록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위기론은 씻은듯이 자취를 감췄다.
오히려 과소비와 건설등 비정상적 내수경기를 억눌러 알맹이 있는 성장이 긴요하다며 하반기 경제운용의 최대과제를 물가안정에 두었다. 연초 전세폭등을 비롯,투기광난에 자극받은 소비자물가는 상반기중 이미 당초 연간억제선 7%에 육박해 9%대로 목표를 바꾸었음은 물론이다. 『한자리수 물가안정에 장관의 진퇴를 걸라』는 통치권차원의 엄명이 떨어진만큼 7ㆍ8월 두달간 물가오름세가 다소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지만 경제팀의 다급함은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페르시아만사태,집중호우등 예상밖의 국내외상황이 전개되면서 한자리수 물가잡기는 사실상 불가능해진 셈이이서 『이경제팀으로선 좋은 핑곗거리가 생겼다』고 일부에서는 수근대는 형편이 됐다.
○…현역의원이 여러명 합세한 이경제팀이 자신들의 정치역량을 배경으로 밀고 나간 것이 바로 내년 예산의 대대적인 확대다. 물가가 불안한 현실을 들어 재정팽창은 시기가 적당치 못하다는 여론이 빗발쳤지만 올해보다 30%(지방양여특별회계 포함)증가에 가까운 내년 예산안을 이미 확정한 단계이다.
도로ㆍ항만등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늘리겠다던 당초 의도는 방위비ㆍ인건비 등 경직성 예산구조 때문에 크게 퇴색됐지만 거여체제하에서 국회통과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믿는 눈치들이다.
조순 전경제팀이 조기퇴진한 사유의 하나였던 경제팀간 불협화도 그다지 개선된 모습이 아니다. 북방정책질서조정위 설치나 서울 소재대학의 첨단과학관련 학과증원 실태로 나타나듯 부처간 영역다툼과 이해관련 계층의 반발을 누그러뜨리는데 이경제팀은 협상과 조화를 위주로한 정치력을 보이지 못했다.
오히려 지난 16일 수해관계 긴급장관회의 석상에서처럼 정치장관의 인기발언이 회의진행을 어렵게한 경우가 적지 않다.
반년간의 시행착오를 거쳐 외견상 뿌리를 내린 것처럼 보이는 이경제팀에 대해 『페만사태 우루과이라운드등 대외여건 급변에 대응,관계부처와 정치권사이에서 대내문제와 달리 적절한 정치력과 행정지휘자세를 보여달라』는 것이 대다수 국민의 바람이다.<유석기기자>유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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