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미ㆍ일,「페만경비」분담싸고 신경전/40억불 약속불구 미 압력 계속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미ㆍ일,「페만경비」분담싸고 신경전/40억불 약속불구 미 압력 계속

입력
1990.09.16 00:00
0 0

◎“경제대국답게 대규모 지원을” 미/“80억불 요구는 무리다”버티기 일미국과 일본이 페르시아만 사태로 인한 경비분담을 둘러싸고 줄다리기를 거듭하고 있다.

미국은 페만 주둔 미군 유지비와 중동지역의 친서방국가들에 대한 일본 정부의 대규모 원조를 요구하고 있으나 일본은 이를 「경비분담」이 아닌 「경비 떠넘기기」라며 맞서고 있다.

하지만 일본 정부의 이같은 「버티기작전」도 미국 정부의 끈질긴 압력 앞에서 한계에 부딪치고 있다.

일본 정부는 14일 페만파병 미군에 대한 10억달러의 유지비외에 추가로 30억달러의 제2차 「중동공헌책」을 서둘러 발표했다. 이로써 페만사태와 관련한 일본의 경비분담액은 일본 정부가 지난달 약속했던 10억달러를 포함해 총 40억달러에 이르게 됐다.

그러나 미 행정부가 일본에 대해 요구하고 있는 분담규모는 이의 2배쯤 되는 80억달러선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동경에 대한 워싱턴의 경비부담 압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이같은 미국의 압력에 대해 한 일본특파원은 분노를 터뜨리고 있다.

『일본은 미국이 요청하면 항상 협조해 왔다. 그러나 언제나 미국으로부터 비난을 받아 왔다. 지난 12일 상ㆍ하원 본회의 중계방송을 보았는가. 미국의 적은 사담ㆍ후세인이 아니고 일본인 것 같았다』

그는 이어 『미국인들은 주일 미군을 철수시키겠다고 하는데 누가 있어 달라고 했는가. 서독도 일본과 비슷한 태도를 취하고 있으나 왜 일본만을 헐뜯는지 모르겠다. 한국도 언제 비난의 대상이 될지 모른다. 아시아국가들이 뭉쳐야 한다』며 미국사회에 잠재하고 있는 인종주의를 비난했다.

사실 서독은 일본보다 더욱 미온적이었다.

서독은 사우디아라비아 파병 지원금제공문제가 미국과 사우디간의 쌍무문제이므로 한푼도 지원할 수 없다고 쌀쌀하게 잡아떼고 있다. 이집트 등 경제타격국에 대해서는 구주공동체(EC)의 일원으로 참여,EC지원중 자기몫만을 담당하겠다는 소극적 자세였다.

부시 미 대통령은 지난 31일 『유럽과 아시아국가들은 미국보다 중동산 원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으므로 당사국인 사우디와 쿠웨이트 그리고 서독 및 일본,한국 등은 미국의 파병작전비를 지원하고 또한 이라크 경제봉쇄로 타격을 입고 있는 이집트,요르단,터키 등에 경제원조를 제공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미국이 「용병」이라는 비난을 의식하면서도 이처럼 자신의 군사작전의 소위 「실질수혜국」에 대해 부담의 분담을 요구한 것은 한마디로 미 경제의 상대적 쇠잔을 반영하는 것이다. 그러나 보다 직접적인 요인은 부시 행정부이건 민주당 지배의 의회이건 전비부담을 납세자에 전가할 정치적 결단력이 결여돼 있는 것이다. 미국의 91회계연도(오는 10월1일부터 내년 9월30일까지) 예상적자는 2천3백10억달러인데 부시 행정부는 이를 5백억달러 삭감할 계획이다.

조세인상과 지출감축 이외에는 처방이 없다. 설상가상으로 페만 전비는 미 재정적자에 커다란 압박 요인이다. 페만위기에 따른 석유가격 인상과 이것이 경제에 미치는 인플레 등의 엄청난 부담을 제쳐놓고 재정적자 가중의 압박 하나만 하더라도 경제안정의 큰 위협이다. 행정부와 의회는 서로 세금인상과 지출감축을 기피,예산적자는 이제는 만성화 돼있다. 행정부와 민주당지배 의회가 손쉽게 컨센서스를 이루는 것은 「부담분담」이다.

페만과 사우디에의 파병과 예산심의 피크가 겹쳐지고 있는 지금이 미 의회로서는 「부담분담」을 정치문제화 할 수 있는 호기다.

미 행정부 추산에 따르면 페만 및 사우디 파병ㆍ작전비는 올해 연말까지 약 60억달러,그리고 91회계연도 기간에는 1백70억달러다.

한편 이집트,요르단,터키 등 3국의 경제피해액은 올해 연말까지 35억달러,91년 한해동안에는 70억달러로 추산되고 있다.

미국은 그들의 직접 군사비와 경제피해국에 대한 경제지원비를 수혜국의 지원으로 전액 충당하려는 계획이다. 미국은 중동 산유국인 쿠웨이트 망명정부,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연합으로부터 거액지원을 약속받아 목표액을 상회할 정도다. 즉 쿠웨이트 망명정부는 연말까지 대미 군사지원 25억달러,이집트등 중동 파병국 및 경제피해국 경제원조 25억달러 등 50억달러 지원을 약속했고 사우디아라비아도 대미 군사지원비로 월 4억∼5억달러를 제공키로 했다. 중동국들에 대한 지원도 약속했다.

이에 비해 일본의 지원은 경제규모에 비춰볼 때 지나치게 미흡하다는 것이 의회 분위기다.

뉴욕 타임스지도 최근 『일본이 대국답게 행동하지 않는다면 대국이 되는 것을 바랄 수 없다』고 주장,의회와 같은 편에 섰다.〈워싱턴=이재승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