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 한강둑의 붕괴로 경기도 고양군 일대 주민들은 말할 수 없이 고생스러운 물난리를 겪고 있으나,우리가 그 재난에서 교훈을 제대로 찾아낼 수 있다면 우리 모두에게 그것은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을 듯 하다.만약 일산둑이 터지지 않았다면 서울의 인구밀집지대가 피해를 당했을 가능성이 높으며,그런 경우 엄청난 인명피해는 물론 천문학적인 재산피해를 내게 됐을지도 몰랐다는 전문가의 견해는 경청할 만하다.
언제 또 5백㎜의 집중호우가 내려 수도권에서 어떤 대참사가 발생할는지 어느 누구도 자신있게 예측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수해를 계기로 한강수계의 기존 수방대책에서 무엇이 가장 치명적인 결함이고 미흡한 것이었나를 이제 냉정하게 짚어 볼 때가 되었다.
일산의 비극은 있었다해도 인구 1천만 이상의 대도시인 서울과 그 인근 인구조밀지역에서 5백㎜ 안팎의 집중폭우를 만나 피해를 이번 정도의 규모로 억제할 수 있었다는 것은 종합적으로 볼 때 선진국 수준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위기관리 능력이 떨어져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스스로를 3등 국가로 평가절하 시킬 것까지는 없다.
이번 수해에서 피해가 가장 적은 전기,전화시설에 대한 공사의 안전도 수준은 세계일류 수준임이 드러났다는 평가가 있음도 알아야 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기존 수방대책을 충실히 보강하는 선에서 대안을 마련할 수 있다고 충고하고 있다.
첫째 유수지를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서울시내 58개 기존유수지가 제대로 활용되고 있느냐를 점검보강해야 할 것이고,이것만으로 부족하면 대규모 지하유수지를 한강 하류쪽에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중보를 쌓아 수위를 조절할 수 있게 해놓았으나 그로인해 강물이 범람 직전에 갔을 때 수압과 수량조절을 해 줄 덧강을 마련하지 않은 것도 실책이라는 지적이다. 예컨대 덧강역할을 할 여의도 샛강을 주강으로 방치해두었던 것도 잘못의 하나라는 얘기다.
배수펌프를 저지대에 설치해 놓아 펌프가 물에 잠기면서 가동을 중지한 것도 침수의 큰 원인. 공사비가 훨씬 더들더라도 펌프를 지금보다 높게 설치해야 하고 정전에 대비,별도의 펌프용 발전기를 마련해야 하며 펌프는 복수설치가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전문가들이 우리 수방구조에서 가장 취약점으로 꼽는 요인은 재해대책시스템을 비효율적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적절한 대처가 어렵고 쓸데 없는 피해까지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방조직 등 일선에 손발이 없고 손쉽게 전용해 쓸 재원도 가지고 있지 않은 건설부 중심의 재해대책본부 운영은 문제점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방대한 지방조직망과 수천억의 지방교부세를 가지고 있는 내무부가 민방위를 통해 재해대책을 총괄하고 건설부,보사부,한전,수자원개발공사 등이 유사시 내무장관이나 또는 총리로 이어지는 일원화조직에 의해 유기적이고 체계적으로 재해에 대처하는 것이 개선안이라는 주장이 나오게 된다.
80년대 들어 우리의 재해피해 총 규모가 2조6천억이 넘는다는 사실을 상기해 볼 때 비용이 훨씬 더드는 제방강화공사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유수지확보에서 재해대책 일원화로 이어지는 수방대책보강작업을 펴는 편이 훨씬 경제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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