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회담ㆍ의원 압박감도 일조/지자제 이견 심해 낙관은 못해김대중 평민당총재가 14일 지자제와 내각제 포기선언을 전제로 9월내에 등원여부를 매듭짓겠다고 밝힌 것은 평민당의 입장이 비록 조건을 달고 있지만 원내복귀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강력한 추측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김총재는 이날 『9월말까지 이 문제가 매듭지어지지 않을 경우 당운을 건 정권타도투쟁에 나서겠다』고 말했지만 그 하중이 대화로 경색정국을 풀어가자는 데 실려 있기 때문이다.
김총재는 불과 지난 10일만 해도 등원조건으로 지자제실시 내각제 포기선언 13대 국회해산과 조기총선 날치기에 대한 사과와 날치기법안의 수정 민생문제 해결 등 5개항을 걸었으나 이 조건을 스스로 지자제실시와 내각제개헌 포기선언으로 축소시켰다. 김총재는 한걸음 더 나아가 『내각제개헌 포기선언이 민자당 체면과도 관련이 있다면 「야당이 내각제를 반대하면 강행하지 않겠다」고 말해온 것을 공식 확인해주면 포기선언으로 간주하겠다』고 말했다.
따라서 김총재가 내세우고 있는 전제조건은 엄밀히 말하면 지자제 실시에 대한 약속이행 하나로 좁혀졌다고 볼 수 있다.
여권이 지난해 12월15일 5공청산 대타협때 이뤄진 자자제에 대한 약속이행을 다짐하고 내각제 포기에 대한 선언적 의미의 언질만 하면 등원이 가능할 것이라는 얘기이다.
김총재가 정국의 최대 관심사인 등원문제에 대해 이같은 제의를 한 데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첫째,김총재 스스로 밝혔듯이 10월16일 평양의 남북 고위급회담과 증시 및 물가 등 경제문제,그리고 중동사태와 대수해 등 산적한 현안을 앞두고 국내정치를 불투명하게 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는 점이다. 김총재는 사퇴정국의 와중에서 변수로 등장한 남북문제와 수해등의 민생문제 및 중동사태 등이 평민당의 등원을 압박하고 있음을 충분히 의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김총재는 이미 남북 고위급회담이 확정됐을 때 가진 기자회견에서 남북문제에 대한 초당적 협력을 약속한 데 이어 의장주최 만찬에 참석하는등의 조치를 취했고 정기국회가 열리자 민생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 설치를 제의하는등 일련의 유화제스처를 계속해왔다는 측면도 있다.
둘째는 김총재가 이번 기회를 통해 그동안 굽히지 않는 집념을 보여왔던 지자제에 대한 관심을 다시한번 환기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김총재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지자제 없는 정권교체란 있을 수 없으며 어떤 경우에도 13대국회에서 지자제가 실시되어야 한다』는 강한 의지를 되풀이 강조해 왔다.
김총재는 지난 7월의 날치기때에도 막바지협상에서 지자제에 대한 약속이행이 담보된다면 쟁점법안 처리를 위한 임시국회 소집에 응할 수 있다는 견해를 보인 바 있고 사퇴정국에서도 막후 대화채널을 통해 자자제문제가 해결되어야 정국이 풀릴 수 있다는 분명한 의사를 여권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들어 김총재는 지자제를 고리로 정국을 풀어갈 계획을 거듭 밝히고 있다.
그러나 김총재는 『지자제 실시내용을 더이상 협상할 필요는 없으며 여권은 지난해 합의를 그대로 지킬지 여부만 결정하면 된다』고 말하는등 지자제의 구체적 사안에 대해서는 기존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여권과의 협상결과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또 소속의원들이 사퇴이후 2개월 동안 선량으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받고있는 여러가지 고통도 김총재로서는 방치할 수 없는 대목이다. 사실 평민당의원들 상당수는 여야간의 대화를 통한 조속한 등원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총재가 등원문제에 대해 신축성을 보인 것은 사실이라 하더라도 등원을 위해 넘어야 할 고비는 여전히 많다. 우선 지자제에 대해 여야의 입장이 너무나 현격한 차이가 있다.
김총재의 제의는 거꾸로 말하면 지자제에 임하는 평민당 입장에 미리 쐐기를 박았다는 측면도 있어 이 문제에 관한 한 평민당 운신의 폭이 그리 넓지가 않다.
단지 김총재는 가부간에 9월중 빠른 매듭을 짓자는 입장을 분명히했기 때문에 추석연휴가 지난 뒤 10월 중순께로 예상됐던 등원여부가 좀더 빨리 판가름나면서 정상화의 방향으로 귀착될 것으로 보인다.<이병규기자>이병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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