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지붕마저 간데없고 소사체 즐비/복구엄두 못내는 고양군주민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지붕마저 간데없고 소사체 즐비/복구엄두 못내는 고양군주민

입력
1990.09.15 00:00
0 0

◎흙범벅된 가구 챙기느라 안간힘/“해지면 다시대피소로” 눈물글썽행주벌을 휩쓴 강물이 빠지며 서둘러 마을과 농경지에 돌아온 고양군 주민들은 다시한번 망연자실했다.

지붕까지 날아가버린 집,여기저기 죽어 쓰러져있는 소ㆍ돼지,호수가 되다시피한 논을 바라보는 주민들은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몰랐다.

고양군 지도읍 토당리 마을에는 이른 아침부터 주민들이 폐허가되다시피한 집에서 가재도구를 꺼내느라 분주했다.

장롱속 이불과 옷가지는 진흙이 덕지덕지 묻어 있었고 전기밥솥에 든 밥알은 흙탕물에 퉁퉁 불어 있었다.

물이 들어간 집은 예외없이 마당에 쓰레기와 오물이 수북이 쌓였으며 문짝은 다 떨어진채 잡초더미에 걸려있었다.

주민들은 급수차가 도착하자 저마다 크고 작은 그릇을 들고 몰려들었다.

일부 물이 빠진 논은 벌써 벼포기가 누렇게 변해버렸다.

백석리일대는 일부 마을을 제외하고는 물이 빠지지 않아 허벅지까지 차올랐다.

마을에는 1백여명의 전경이 동원돼 이집저집을 돌아다니며 살림살이를 꺼내주며 주민들을 도왔다.

인근 능곡중에 대피했다 집에 돌아온 한동숙씨(56)는 『논 4천5백평과 밭 1천5백평이 모두 물에 잠겨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막막하다』면서 『낮에는 쓸모없는 살림살이나마 꺼내 옳겨놓고 해가 저물면 다시 대피소에 돌아가야 한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마을뒤편 길가에는 등만 내놓은 죽은 소들이 여기저기 나뒹굴고 있었다.

제방 바로 옆에 있어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지도읍 신평리ㆍ일산읍 장항리는 아직도 물이 집중간까지 차있어 복구는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집이 파손됐으며 멀쩡한 건물이라고는 교회와 지은지 얼마안되는 노인정 뿐이었다.

물이 깊어 들어가지 못한 주민들은 길가에 서서 저만큼 보이는 집들을 안타깝게 바라보았다.

일부 주민은 가슴까지 차오르는 물을 헤치고 들어가 머리위로 살림살이를 하나씩 들고나와 길가에 내놓았다.

특히 제방 바로옆의 장항4리는 미처 대피하지 못한 주민 80여명이 둑에 올라와 3일째 텐트생활을 하고있다.

이재민들은 앞으로의 호구지책을 한결같이 걱정하면서도 엄청난 재해를 극복하려는 의지를 되새기며 안타까운 하루를 보냈다.<고양=이충재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