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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안정,산유ㆍ소비국 협조필요/이봉서 전 동자부장관(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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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안정,산유ㆍ소비국 협조필요/이봉서 전 동자부장관(특별기고)

입력
1990.09.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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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이해 바탕 가격조정 원칙 세워야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으로 비롯된 페르시아만의 긴장사태가 장기화됨에따라 국제유가동향도 매우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유가의 안정을 위해서는 산유국과 소비국간의 보다 긴밀한 협조가 있어야한다는 의견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다음은 이와관련해 이봉서 전동자부장관이 본사에 보내온 특별기고 내용이다.

이 전장관은 최근 미 하와이 동서문화센터에서 초빙연구원자격으로 세계에너지문제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편집자주>

세계는 지금까지 두차례의 석유파동을 겪었으며 이제 그 세번째 파동을 맞고 있다.

석유가 세계경제의 주종에너지로 자리를 굳힌후 약 10년간격으로 파동을 맞고 있는 셈이다.

석유파동의 원인은 대체로 다음 몇가지로 간추릴 수 있다.

첫째,석유가 세계에너지의 주종을 이루고 있으며 둘째,석유의 매장이 중동에 편재되어있는 반면 셋째,석유소비는 서방국가에서 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넷째,산유국과 소비국간에 석유에 관한 정책에 큰 괴리가 있다는 점이다.

이가운데 앞의 세가지는 누구나 인정하는 것이지만 나머지 하나 즉 산유국과 소비국의 석유정책의 차이점에 대해서는 놀라울만큼 왜곡되어 알려져있다.

특히 산유국의 입장은 서방소비국에 의해 거의 무시되거나 자국의 수입만을 생각하는 카르텔행위 정도로만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이는 소비국만의 입장을 강조한 시각으로 석유가격이 단순히 시장원리에 의해서만 움직일 수 없다는 현실적인 요소를 너무 경시한 점이었다.

즉 과거처럼 석유생산 및 판매를 통한 이익증대만을 추구하는 석유메이저들에의해 석유의 생산량이나 가격이 결정된다면 석유시장의 생리는 다른 1차상품의 시장생리와 크게 다를바가 없다고 할 수 있으나 석유의 생산이 산유국의 국가정책수행의 가장중요한 것으로 채택된이후부터는 경제외적인 요소가 새로이 추가되었기 때문이다.

유가의 변화가 메이저에게 주는 영향은 회사의 손익계산서에서 그치지만 산유국에 주는 영향은 경제적 측면은 물론 국가전반에 이르게된다.

경제적측면만 하더라도 산유국의 재정수입은 거의 전부를 석유수출에 의존하는 만큼 석유가격의 등락이 소비국에 주는 영향이 지대하다면 산유국경제에 주는 영향은 절대적이다.

1,2차 석유파동을 통해 지나치게 높은 가격뒤에는 가격의 폭락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산유국들은 직접 체험했고 부당한 고유가보다는 적정한 가격이 자국경제에 도움이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83년이후 OPEC(석유수출국기구)가 감량을 감수하면서 유가하락을 막기위해 노력한 것은 부당한 고유가를 유지하려는 것이아니라 이를 방치했을경우 거의 확실하게 나타날 유가의 붕괴현상으로부터 자기경제를 구하기위한 노력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물론 OPEC가 가만히 있는다면 유가는 상당기간 배럴당 10달러이하수준에서 머물렀을 것이다. 그러나 그후 곧바로 뒤따르는 인상폭 또한 엄청나고 그에 따른 소비국경제의 혼란도 대단했을 것이다. 이점에서 OPEC는 유가안정을 통해 단기적으로 자국경제를 살렸을뿐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소비국경제에도 큰 도움을 준셈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서방소비국들은 이같은 OPEC의 노력을 부당한 판매카르델의 농간이라고 비난하는 입장으로 일관했으며 산유국의 목소리는 귀담아 들을 가치가 없는 것으로 간주해옴으로써 산유국의 입장이 무엇인가를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금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렸던 석유관계세미나에서 아가자데 이란 석유상이 밝힌 제안은 매우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는 세계석유수급 및 가격의 안정을 위해서는 산유국과 소비국간의 협조가 무엇보다 필요하다며 다음 원칙아래 석유가격을 결정할 것을 제안했다.

『논리적이고 공정한 기준가격을 정하되 이 기준가격은 인플레나 환율의 변동에 따라 조정한다. 석유가 유한한 재원임을 감안하여 유가의 상승폭을 OECD평균경제성장률에 맞추어 인정한다』는 내용이다.

소비국과 산유국이 기준가에 합의하기란 쉽지않을 것이다. 더욱이나 연간 인상폭을 인정하는 일이란 소비국측면에서는 받아들일 수 있는 조건이 못될 수도 있다. 그러나 아가자데의 제안은 제안자체의 논리보다는 산유국이 소비국과 힘을 합하여 유가의 급격한 등락을 막아보자는데 그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본다. 일단 그 전제에 합의한다면 방법은 얼마든지 강구될 수 있다.

이미 산유국은 공동노력의 뜻을 보였고 소비국이 이를 받아들이면 문제의 실마리는 풀릴 수가 있다. 지금까지 소비국의 태도를 바꾸어 산유국과 대화의 문을 연다는 자체만으로도 석유시장에서 메이저들의 농간을 크게 위축시키고 가격의 안정에 기여하는 결과를 가져오리라 본다. 최근의 유가동향만 보아도 그렇다. 원칙보다는 심리적인 뇌동이 유가의 변동에 축을 이루어 왔다. OPEC회의의 개최가 용이치않다는 정보만으로 유가가 30달러대를 웃돌더니 OPEC가 모인다는 뉴스만으로 하루사이에 21달러로 떨어지는 형편이다.

만약 OPEC뿐만 아니라 서방의 에너지장관들도 한자리에 모였다면 심리적인 효과는 더한층 컸으리라는데 의심이 없다.

기준 유가의 합의가 어려우면 바람직한 유가의 폭에만 합의해도 된다. 소위 완충대의 개념이다. 또 이 폭안에서 가격이 유지되도록 산유량과 비축량을 산유국과 소비국이 공동 조정한다.

어떤 경제학자는 석유의 시장가격이란 사실상 존재하지않는 「도깨비가격」이라했다. 이제 세계는 그만 이 도깨비가격의 농간에서 해방되어야 하겠다. 보다 논리적인 가격,방법보다는 원칙에서 오히려 시장가격에 더 근접하는,그러한 가격의 결정에 하루바삐 소비국과 산유국이 서로 협조하여야 한다. 이것이 중동의 평화를 이룩하고 전쟁을 피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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